새벽을 여는 사람들
백화 문상희
희뿌연 여명을 뚫고 솟아오른
오늘이라는 또 다른 태양
어둠을 헤치고 시장판의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밤새워 먼 길 달려온 커다란 트럭
피곤한 기색을 뒤로하고 문짝이 열리면
바다향 물씬 풍겨나고 흙냄새로 가득하다
하역장 지게차 기사에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한 짐 가득 희망을 실어 나른다
한겨울 살을 에이는 추위도
삼복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상인들의 열정
만백성 식탁에 올라갈 식재료들이 단숨을 쉰다
난장판 같이 느껴지는 시장
하지만 결코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은어와 나름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늦으면 놓칠세라
난전 할머니의 자리다툼, 전쟁 같은 아우성
어쩌면 그것도 생존경쟁이 아닐까 생각하며
흥정이라는 관습에
덤이라는 인정이 통하는 시장
이것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삶의 열정이 꿈틀거리고
활기가 살아 숨 쉬는 재래시장
아침 해가 뜨기도 전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찌 보면 모진 생 이어갈 터전이요
생존의 법칙에 의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독보적인 세습으로 수천 년을 이어온 그들의 전통
또다시 새 날이 밝아오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삶을 이어 갈
시장판 새벽을 여는 사람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