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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2016 마츠모토 페스티벌 / 111분>
=== 프로덕션 노트 ===
2015-2016 세이지 오자와 마츠모토 페스티벌
베토벤 <교향곡 2번>(2015년 9월) & <교향곡 7번>(2016년 8월) & <합창 환상곡>
세이지 오자와 지휘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 & OMF합창단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
라디아 테슈 & 리에 미야케(소프라노) / 나탈리 슈츠만(알토)
케이 푸쿠이 & 장 파울 푸쉐코(테너) / 마티아스 괴르네(바리톤)
일본 클래식계의 높은 수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세이지 오자와 마츠모토 페스티벌(OMF)은 오자와 세이지(1935~)의 스승인 사이토 히데오를 기념하던 사이토 키넨 페스티벌이 2015년부터 세이지 오자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사이토는 오자와를 비롯해 일본의 다수 지휘자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상물에는 베토벤 교향곡 2번(2015년 9월 실황)과 7번(2016년 8월 실황)이 담겨 있다. 교향곡 2번을 관통하는 오자와의 기운은 선율에 구속되지 않으면서 유기적으로 생생하고 놀랄 만큼 확장성이 뛰어난 음악적 사고의 우주를 만들어낸다. 교향곡 7번은 영웅적 인물의 초상이 떠오를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표현에 힘이 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함께 한 베토벤 '합창환상곡'과 오자와 세이지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영상도 보너스로 수록되어 있다. 해설지에는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와 세이지 오자와 마츠모토 페스티벌에 관한 설명(영어·일본어·독어), 그리고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의 명단이 수록되어 있다.
세이지 오자와 마츠모토 페스티벌(OMF)은 오자와 세이지(1935~ )의 스승인 사이토 히데오를 기념하던 사이토 키넨 페스티벌이 2015년부터 세이지 오자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는 1987년 유럽 5개 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1990년에 로열 앨버트 홀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였던 사이토는 오자와를 비롯해 일본의 다수 지휘자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도호음악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던 관계로 오자와도 이 음악원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자와는 페스티벌 발족 때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영상물에는 베토벤 교향곡 2번(2015년 9월 실황)과 7번(2016년 8월 실황)이 담겨 있다. 교향곡 2번을 관통하는 오자와의 기운은 선율에 구속되지 않으면서 유기적으로 생생하고 놀랄 만큼 확장성이 뛰어난 음악적 사고의 우주를 만들어낸다. 교향곡 7번은 영웅적 인물의 초상이 떠오를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표현에 힘이 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함께 한 베토벤 '합창환상곡'도 볼 수 있다. 이 곡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다는 점에서 피아노 협주곡으로도 보며, 후반부에 중창과 합창이 잇달아 등장하여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상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주 피아노와 협연, 합창과 교향곡이 서로 중첩되어 형식의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음악사상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된 곡이다.
오자와 세이지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영상도 보너스로 수록되어 있다. 오케스트라와 아르헤리치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관객들은 일본이 낳은 세기 최고의 마에스트로에게 '해피 버스 데이!'를 선사한다.
해설지에는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와 세이지 오자와 마츠모토 페스티벌에 관한 설명(영어·일본어·독어), 그리고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의 명단이 수록되어 있다.
=== 작품 해설 === <2012년 8월 13일 네이버캐스트 / 최은규 글>
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Op.36
특성 : 교향곡 사상 처음으로 스케르초를 사용한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곡
초연 : 1802년 완성, 1803년 4월 5일 빈의 음악회에서 초연
1802년, 교향곡 2번을 작곡하던 베토벤은 주체할 수 없는 창작열에 휩싸여 이렇게 적었다. “이제부터 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보다 더 많은 힘이 솟는다. 매일 나는 내 목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른 친구에게 쓴 편지엔 이런 글귀도 보인다. “나는 내가 쓴 음표들 속에서만 살고 있다. 한 작품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벌써 다른 작품이 시작된다. 나는 서너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다.”
베토벤의 의욕이 최고조에 이르던 바로 그 해에 그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건 의외의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깊은 절망의 수렁에서 빠져 나온 이는 더욱 강한 삶에의 의지를 보여주듯 자살의 유혹을 극복한 베토벤 역시 그러했다.
절망의 나락에 빠졌던 베토벤
1801년 이후 더 이상 귀의 이상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귓병이 악화되자 절망하기 시작한 베토벤은 귓병을 고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마지막 방법으로 베토벤은 슈미트 박사의 충고에 따라 빈의 시끌벅적한 소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조용한 시골 마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여섯 달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차도는 보이지 않았고, 귀머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그는 동생 칼과 요한에게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썼다.
“내 곁에 서있는 사람은 멀리서 부는 플루트 소리를 듣는데,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니 얼마나 굴욕적인 일인가!” 하지만 그는 편지의 말미에 이런 구절을 적어 넣었다. “이런 일이 조금만 더 계속됐다면 아마 난 내 삶을 끝장냈을 거다. 나를 다시 불러온 것은 오로지 나의 예술이었다. 아, 나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불러내기 전에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라 불리는 이 편지에는 음악가로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베토벤의 좌절감이 구구절절 담겨있다. 그러나 그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자각하고 몸부림칠수록 자신만의 음악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점점 더 강해질 뿐이었다. 바로 그 때 베토벤의 두 번째 교향곡이 탄생했다.
1801년에 착수되어 1802년 초가을에 완성된 교향곡 2번은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그에게 남긴 고전주의 교향곡 양식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흔히 교향곡 3번 [영웅]이야말로 베토벤의 혁명적인 개성이 나타난 최초의 교향곡으로 평가되곤 하지만 베토벤이 교향곡 제2번에서 전통적인 교향곡 양식을 정교하게 다듬어내지 않았다면 영웅 교향곡의 혁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베토벤은 1803년 4월 5일 빈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이 교향곡을 처음 대중에게 선보였다. 그날 공연 프로그램에는 그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과 오라토리오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가 함께 연주됐고 그의 교향곡 1번 역시 포함되어있었다. 그날 공연 프로그램이 매우 힘든 곡들로 채워졌기에 리허설 역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쉼 없이 진행되었다. 당시 베토벤의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는 그날 오후까지도 아직 사보가 끝나지 않은 트롬본 파트의 악보를 옮겨 적느라 진땀을 뺐다. 또 젊은 지휘자인 이그나츠 폰 자이프리트는 베토벤이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할 때 악보의 페이지를 넘겨주기 위해 고용됐는데, 악필로 유명한 베토벤 자필 악보의 음표들을 식별해내느라 애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베토벤의 교향곡 1번이 이미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완성한 교향곡 2번을 교향곡 1번과 함께 연주하는 것은 베토벤에게 그리 유리한 일은 아니었다. 정교하고 세련된 교향곡 2번은 상대적으로 단순 발랄한 교향곡 1번처럼 쉽게 이해되는 작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음악평론가는 “교향곡 2번보다는 교향곡 1번의 유연한 발전 기법과 자연스러운 흐름이 더 돋보인다”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베토벤이 교향곡 2번에서 새롭고 놀라운 시도를 하려 했던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부드러움과 대담함, 반전의 연속
1악장 Adagio molto – Allegro con brio
1악장은 전통적인 교향곡 1악장의 전형적인 방식대로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마치 하이든의 교향곡처럼 드라마틱한 느낌의 느린 서주에서 베토벤은 풍부한 화성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교향곡 제9번 1악장을 예고하듯 웅장한 음향을 선보인다.
느린 서주에 이어 활기가 느껴지는 제시부로 이어지면, 고양된 분위기를 담은 제1주제가 연주된다. 이 주제는 처음에는 여리게 제시되었다가 다시 전체 오케스트라에 의해 크게 연주된 후 갑자기 엉뚱한 C음이 날카롭게 강조되며 화성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1악장의 종결부에 이르기까지 대담한 표현과 약박을 강조하는 강한 악센트, 반음계적인 전개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그 스릴 넘치는 전개방식에서 베토벤의 능숙한 작곡기법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한때 베토벤을 가르쳤던 하이든도 이 교향곡 1악장의 대담한 전개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2악장 Larghetto
2악장 라르게토는 베토벤이 만들어낸 느린 악장들 가운데 매우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악이다. 이 음악은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벗어나 더욱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느린 템포를 타고 흐르는 현악의 유장한 선율은 [브루크너 교향곡] 아다지오 악장의 장엄한 로맨티시즘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러나 온화함과 서정성이 흐르는 가운데서도 유머러스하고 변덕스러운 음악이 공존하고 있어 놀라움을 준다.
3악장 Scherzo, Allegro
3악장 스케르초는 베토벤이 교향곡에서 최초로 시도한 스케르초다. 전통적인 교향곡의 3악장은 프랑스 궁정에서 유행하던 보통 빠르기의 미뉴에트로 작곡되기 마련이지만, 베토벤은 이미 교향곡 1번 3악장에서 빠른 3박자의 스케르초 풍의 음악을 넣어 좀 더 재치 있고 활기찬 느낌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교향곡 2번에선 3악장에 아예 ‘스케르초’라는 말까지 써넣었다. 본래 ‘스케르초’라는 말에는 ‘농담’이란 뜻이 있으며 음악적 성격도 농담처럼 가볍고 재치가 있어서 지휘자들이 스케르초가 3박자의 음악임에도 지휘할 때는 한 마디를 한 박으로 지휘할 정도로 음악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빠른 스케르초와 대비되는 중간 ‘트리오’ 부분에서는 오보에의 음색과 부드러운 선율선이 돋보이지만 현악기가 갑작스럽게 F#음을 강조하며 충격을 주기도 한다.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같은 단어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점점 크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흥미롭다. 음악으로 농담을 구사할 줄 알았던 베토벤의 특별한 재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4악장 Allegro molto
4악장에서도 베토벤의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오케스트라는 마치 건방진 어조로 끼어들듯 갑자기 연주를 시작하며 코믹한 느낌을 준다. 베토벤은 4악장에서 의외의 희극적인 도입으로 놀라게 할 뿐 아니라 그와 정반대되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음악을 선보이며 그 능수능란한 작곡기법을 마음껏 뽐낸다. 우아함과 장난기를 오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4악장의 변화무쌍한 전개는 세련된 ‘하이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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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9월 1일 네이버캐스트 / 최은규 글>
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 op.92
특성 : 리듬의 역동성을 통해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창조해낸 걸작 교향곡
초연 : 1812년 완성해 1813년 빈에서 초연
일찍이 베토벤은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의 [교향곡 제7번]이야말로 이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일 것이다. 특히 리듬의 역동성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매력으로 리스트는 이 교향곡을 가리켜 “리듬의 신격화”라 표현하기도 했다. 강박적인 리듬의 반복을 통해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이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원초적인 리듬충동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베토벤 음악 인생에 길이 기억될 초연 연주회
베토벤이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한 1812년은 그의 작품 활동이 주춤하기 시작한 시기다. 1802년부터 1809년까지 7년간 베토벤은 다섯 곡의 교향곡과 현악4중주곡 ‘라주모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등의 걸작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1809년에도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와 현악4중주 작품74, 피아노 소나타 ‘고별’ 등 걸작들을 계속 발표하며 지칠 줄 모르는 창작의욕을 과시했으나 1810년부터 차츰 작곡의 속도를 늦춰갔다. 그러던 중 1812년 4월 13일에 드디어 4년간의 교향곡 공백기를 깨고 몇 곡의 음악을 다 합쳐놓은 것만큼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담은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해내면서 교향곡 작곡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1813년 12월 8일, 빈 대학 강당에서 이루어진 [교향곡 제7]번의 초연무대는 베토벤의 경력에 있어 길이 기억될 만한 연주회였다. 연주 당시 부악장을 맡았던 작곡가 슈포어가 남긴 위의 증언을 보면 [교향곡 제7번]을 지휘할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날 공연은 베토벤의 공연들 가운데도 기억에 남을 만한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연주 당일 베토벤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관객들이 환호한 작품은 [교향곡 제7번]이 아니라 그날 공연에서 함께 연주된 [웰링턴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흔히 ‘전쟁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웰링턴의 승리]는 메트로놈의 발명가 멜첼이 고안한 ‘판하르모니콘’이란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전쟁’과 ‘승리’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팡파르, 군대의 호출, 대포소리, 전쟁장면 등이 단순하게 묘사되고 마지막 종결부의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로 인해 대중들은 이 작품에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웰링턴의 승리]보다 [교향곡 제7번]이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했던 베토벤은 청중의 이런 반응에 실망했고, 빈 신문에서 [교향곡 제7번]을 가리켜 [웰링턴의 승리]의 “들러리 작품”이라 칭한 것에 몹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대 청중이 [교향곡 제7번]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특히 장송행진곡 풍의 2악장에 열광해, 베토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2악장을 다시 한 번 연주하기도 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 광란의 춤곡
[교향곡 제7번] 1악장은 매우 길고 복잡한 서주로 시작된다. 1악장의 서주는 그때까지의 교향곡에서는 거의 들어볼 수 없었던 가장 거대한 서주로, 신비로운 화음과 계속되는 음계, 목관악기에 의해 반복되는 단순한 모티브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독특한 부점 리듬형이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템포는 매우 빠른 비바체로 바뀌고 마치 춤곡과도 같은 리듬형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대개 4/4박자로 되어있는 일반적인 교향곡의 1악장과는 달리 [교향곡 제7번]의 1악장은 바로크 춤곡 ‘지그’(Gigue)를 연상시키는 6/8박자로 되어 있어 특별하며, 여기에 팀파니까지 리듬의 향연에 가세해 집요하게 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광포함을 더한다. 그야말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이라 할 만한 광란의 춤곡이다.
알레그레토(Allegretto, 조금 빠르게)라는 애매한 템포로 설정된 2악장은 장송곡 풍의 독특한 음악으로 초연 당시 청중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청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2악장이 시작되면 목관악기의 불안정한 화음에 이어 저음 현악기들이 장례행진을 연상시키는 리듬 주제를 연주한다. 저음현의 어두운 음색이 침통한 분위기를 더하는 가운데 어느새 제2바이올린 파트가 끼어들어 주제를 연주하고, 저음현은 또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 제2바이올린과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악기들이 끼어들 때마다 감정의 깊이는 더욱 강해지며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들인다. 2악장 중간 부분에서 클라리넷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잠시의 위안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저음 현악기들은 계속해서 장송음악의 리듬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3악장은 베토벤 음악의 역동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 스케르초라 할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만으로 흥분을 일으키며 그 과격한 리듬은 21세기 청중에게도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준다. 때때로 강한 악센트와 제2호른의 갑작스런 돌출 등 예상치 못한 반전에서 베토벤 특유의 블랙 유머도 느낄 수 있다. 반면 3악장의 중간에 등장하는 트리오 부분에선 현악기가 지속음을 연주하는 사이 목관악기들은 한층 이완된 리듬을 선보이며 역동적인 스케르초 부분과 대비된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트리오 부분에선 출렁이는 목관악기의 움직임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4악장은 처음부터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강렬한 리듬으로 충격을 준다. 마치 완벽한 기계장치가 돌아가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어느 정도 규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악장에선 특히 약박을 강조하는 규칙적인 악센트와 반음 모티브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저음현의 독특한 움직임에 주목해보자. 다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칠고 사나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4악장은 베토벤의 가장 자극적인 교향곡을 마무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압도적인 결론이다.
추천음반
옛 거장들의 역사적인 명연을 비롯해 수많은 명반이 존재하며 4개만을 꼽기엔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의 역동적인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면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반(DG)을 추천하고 싶다.
2악장의 진지함을 느끼고 싶다면 클라우스 텐슈테트가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의 음반(BBC)도 추천할 만하며,
그밖에 귄터 반트가 지휘하는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음반(RCA)과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의 음반(Teldec)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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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4월 13일 네이버캐스트 / 류태형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베토벤, 합창 환상곡
호주에 사는 오리너구리는 신기한 동물이다. 포유류지만 알을 낳는다. 오리와 비슷한 주둥이가 있고 물갈퀴가 발달해 있다. 클래식 음악 중에도 오리너구리같은 곡이 있다.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 Choralfantasie’이 그것이다.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에 성악과 합창을 결합시킨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다는 점에서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부에 피아노가 혼자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자유로운 악상을 화려하게 펼치는 것을 보면 환상곡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 중창과 합창이 잇달아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독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과 피아노 협주곡, 합창교향곡이 서로 중첩되어 형식의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합창 환상곡’이다. 고전음악 사상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형식이다.
서양음악 사상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형식
당대에도 이런 편성은 사실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이 곡의 장르는 협주곡이나 교향곡, 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작곡가 자신도 제목을 그냥 편하게 ‘환상곡’이라고 붙였다. [합창 환상곡]은 오늘날에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베토벤 창작 활동 가운데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곡이다. 이 곡의 주제는 1795년 베토벤이 작곡한 가곡 [사랑의 응답 WoO118]에서 따온 것이며 [교향곡 9번 ‘합창’](1824)의 초석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과 [합창 교향곡] 사이에는 조성이나 주제의 성격, 주제를 변주시키며 발전시키는 작곡기법, 행진곡풍 악구를 삽입하는 등 많은 유사점이 존재한다.
[합창 환상곡]은 1808년 12월 작곡돼 12월 22일 빈에서 초연됐다. 그러나 피아노 도입부는 초연 때는 베토벤이 즉흥적으로 연주했고, 1809년 오늘날의 형태로 작곡됐다. 시는 곡이 나온 뒤에 붙여졌는데 카를 체르니에 의하면 시를 쓴 사람은 쿠프너(Christoph Kuffner, 1780~1846)라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작품은 바이에른 왕 막시밀리안 요제프에게 헌정되었다. [합창 환상곡]이 오늘날 형태로 완성된 지 14년이 지난 1823년, 베토벤은 서양음악 역사상 처음으로 교향곡에 합창을 도입해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베토벤으로서는 이런 시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합창 환상곡]은 [합창 교향곡]과 같은 걸출한 작품의 탄생을 위한 일종의 전초전, 실험적인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합창 환상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아노 독주,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협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합창의 협주 이렇게 세 부분이다. 피아노 독주 부분은 환상곡이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협주하는 부분은 변주곡 그리고 중창과 합창이 들어가는 마지막 부분은 칸타타에 가깝다.
피아노의 장중한 독주,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가세
1부. 곡은 먼저 피아노의 장중한 독주로 시작한다. 피아노 한 대가 거의 오케스트라의 몫을 해내며 자유로운 환상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그러던 중 콘트라베이스가 피아니시모로 행진곡풍 선율을 연주하며 오케스트라가 살며시 들어오며 2부가 시작된다. 곧 이어 피아노와 본격적으로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며 악상을 전개시켜 나간다. 8개의 변주가 이어지는데, 제1변주는 플루트와 피아노, 제2변주는 오보에 두 대와 피아노, 제3변주는 클라리넷 3대와 바순, 제4변주는 현악 4중주... 이처럼 악기를 늘려간다. 제5변주에서는 팀파니도 가세한다. 이어 피아노가 전면에 나서는 간주가 계속되며 제6변주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하행 선율과 펼침화음에 의한 자유로운 악구를 거쳐 제7변주에서 피아노가 활약하고 제8변주는 활기찬 행진곡이다. 이후 피아노와 현악기의 피치카토에 의한 간주가 이어지며 3부로 들어간다. 전체적인 곡에서 이 중간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사람의 목소리는 곡의 후반부 3부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처음에는 여성 솔로 3중창이 ‘우리 삶의 조화는 즐겁고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울린다...’ 부분의 가사를 노래하고 이어 남성 솔로 3중창이 ‘음의 불가사의한 힘이 지배하고 신성한 언어가 이야기될 때 영광이 만들어지며’라고 노래하는 등 독창자들이 주제선율을 받아 부른다.
그러다 잠시 후 성악과 기악이 함께 연주하며 합창이 ‘마음에 다가오는 위대한 것이 새롭게 꽃 피네’라고 노래하며 합류한다. 이때부터 피아노와 중창, 합창, 오케스트라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혼이여, 예술이라는 선물을 기쁘게 받으라. 사랑과 힘이 손잡을 대 인간이 신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으리’라는 구절을 되풀이하면서 숨 가쁘게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그리고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곡은 장려한 피날레로 막을 내린다.
추천음반
1991년 12월 31일 베를린 필 질베스터 콘서트 실황인 키신(피아노)과 아바도/베를린 필/RIAS 체임버 합창단의 연주(DG)는 단지 [합창 교향곡]의 파일럿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합창 환상곡] 자체에 결합된 피아노 협주곡과 칸타타의 요소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 냈다. 바렌보임(피아노)/클렘페러/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는 거침없이 나아가는 피아니스트를 굳건하게 뒷받침하는 오케스트라가 힘이 넘친다. 이런 올드 스타일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멜빈 탄(포르테피아노)/로저 노링턴/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스의 연주(Virgin)다. 가볍고 부담없는 스타일로 곡을 있는 그대로 조망하는 소박함이 돋보인다. 끝으로 최근 녹음 중에는 로날트 브라우티함(피아노)/앤드류 패롯/노르셰핑 심포니(Bis)의 연주가 섬세함과 자연스러움을 극대화시킨 연주로 주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베토벤, 합창 환상곡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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