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것이 유럽 열강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거라,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 문화 이야기와 로마사로 시작되어 교황의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열강으로 떠오르는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의 유럽 본토 이야기가 중세를 장식합니다. 그 후 나폴레옹이 등장하고, 프랑스 혁명으로 인한 왕조의 붕괴와, 토지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식민지 개척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현대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지요. 이러다 보니 아시아의 이야기는 아시가가 유럽에 끼친 영향들을 설명할 때 간혹 등장하는 카메오 정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4대 문명이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더스 문명과 황하 문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중국, 그리고 아시아의 대부분의 역사는 별로 다루어지지 않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서로 거리가 가깝고 지중해라는 공통의 분모가 있어서, 서로 지지고 볶은 기록이 스펙타클해서 볼 만합니다. 거기에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헬레니즘 문명이 기독교 문화에 끼친 영향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요. 아쉽게도 인도의 어원이 되는 인더스 문명은 고대에 자멸해서 발굴로 알려진 것이 전부고, 현대의 인도 문화는 인더스 문명의 영향이기보다 갠지스 강을 중심으로 후대에 발전된 힌두교 문화였고, 유럽 사람들이 인도를 괴롭히기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너무 거대하게 가로막고 있어서 서로 교류하면서 전쟁을 치를 일이 별로 없었지요. 황하 문명 역시 유럽에서 보면 너무 극동에 있어서 관심 밖이었으니 독자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동아시아에 관한 이야기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큰 몫을 담당해 주긴 했습니다만 이 역시 동아시아에 대한 발견보다 아메리카의 발견을 견인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에도 위대한 인물들이 있어서 유럽을 긴장시킨 이들이 있었으니 칭기즈 칸과 티무르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몽골 제국이나 중국의 강국들이었던 진이나 당 같은 나라도 유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보다 중간에 자리를 잡은 이슬람 제국에 걸려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진 못했습니다.
역사가 기독교 제국과 이슬람 제국으로 양분되어 싸운 시절이 아주 많음에도 이슬람에 대해서는 참 무지하다 싶은 것이 현실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이 왜 3대 종교의 성지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지요.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지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슬람은 예루살렘과 무슨 상관이었을까요? 이슬람은 어떤 종교이고 어떤 역사를 가졌던 걸까요? 유럽에서는 칭기즈 칸을 전설 속에 나오는 프레스터 존으로 오해하기도 했다더군요. 프레스터 존은 유럽에서 보면 이슬람 제국이 워낙 강대해서 위협을 많이 받으니 이슬람 제국 뒤쪽에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은 기독교 강대국이 있다고 믿었고 그 나라의 왕이 프레스터 존이라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칭기즈 칸이 이슬람 제국을 괴롭힐 때 이슬람 쪽에서 유럽 기독교 국가들에게 동맹을 청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칭기즈 칸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슬람을 괴롭혀 주는 것만으로도 프레스터 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슬람은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흥한 종교입니다. 그것도 7세기에 나타난 종교로 하나님을 믿는 유대교의 또 다른 종파쯤 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과 같은 땅덩어리에 있으면서도 고대에는 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사막 때문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가려면 거대 사막을 건너야 하는데, 그 사막의 크기가 지중해 크기만 했으니 배 타고 바다 건너는 것과 걸어서 사막 건너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지요. 기껏 사막을 건너가 봐야, 정복할 맛이 나는 국가라고는 없었습니다. 낙타 타고 다니며 유목 생활하는 띄엄띄엄 떨어진 부족들뿐이었지요. 점령하고 나면 오히려 관리하는 일이 더 피곤한 땅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로 지중해 연안에 붙어 있는 튀니지, 알제리, 이집트 쪽만 관심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사하라 사막이 버티고 있어서 건너갈 재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땅만 한 덩어리일 뿐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사하라 건너 원주민들은 전혀 다른 세계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와 중동을 나눠서 이야기할 정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