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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되니 모두 바쁘다. 가장 설레는 건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게 될 신입생들일 것. 온통 새로 준비할 것 투성이다. 신입생이라면 동네 문방구만 가도 쇼핑할 물건이 생길 거다. 왕년에 다이어리 꾸미는 게 취미요, 서점에 책 구경보다 문구류 구경하러 들렀던 기자가, 사두면 후회하지 않을 펜 제품들을 소개하겠다. 새 학기 준비, 이것으로 가즈아~!
어떤 펜이 좋을까?
필통 속에 여러 종류의 펜이 가득 들어있는 걸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시절이 있었다. 필기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펜부터 골라보자.
펜은 잉크 종류에 따라 유성펜, 수성펜, 중성펜으로 나눌 수 있다. 유성 잉크를 쓰면 유성펜, 수성 잉크를 쓰면 수성펜, 둘 사이의 애매한 중성 잉크를 쓰면 중성펜이다. 중성펜은 주로 젤 타입 잉크를 쓴다. 각각의 잉크가 가진 성질이 다르고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용도나 성향에 맞게 골라야 한다. 물론 종류별로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볼펜똥이 문제다, 유성펜
유성펜은 점도 높은 유성 잉크를 사용한다. 두꺼운 것으로는 유성매직이나 네임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유성펜이다. 어디에나 잘 써지는 데다 잘 지워지지 않는 게 장점. 잘 지워지지 않는 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얇은 펜 중에는 모나미가 대표적이다. 끈적끈적한 잉크가 나오는 볼펜류도 유성펜에 속한다. 볼펜은 부드러운 필기감이 일품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볼펜똥의 역습이 스트레스다.
▶ 국민 볼펜이 예뻐졌다! 모나미 153 DIY 펜키트
국민 볼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나미 153이다. 집마다 적어도 한두 개쯤은 있을 법한 펜이다. 하얀 바디에 양 끝이 검은색인 모델이 오리지널이다. 최근엔 한정판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하고 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건 DIY 키트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153 볼펜을 원하는 색상으로 조립할 수 있어 나만의 153 볼펜을 가질 수 있다. 바디 컬러부터 잉크 색상까지 모든 부품을 원하는 색상으로 조합할 수 있다.
▶ 시원한 필기감의 대표주자! 미쯔비시 유니 제트스트림 스탠다드
이번엔 일본의 국민 볼펜, 미쯔비시의 제트스트림이다. 필기감이 부드럽고 그립감도 좋아 우리나라에서도 잘 팔린다. 특히 글씨를 오래 써야 하는 수험생이나 고시생들에게 인기다. 유성잉크를 쓰지만 점도가 낮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글씨를 쓸 수 있고 잉크도 금방 마른다. 막 쓰기에는 스탠다드 모델이 제일 좋고 수험생이나 고시생들은 3색이나 4색 볼펜을 하나 쟁여두고 심을 교체해가며 수험 기간 내내 쓴다고. 참고로 이 볼펜을 만드는 미쯔비시는 전범 기업인 미쯔비시 중공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
▶ 국산 가성비는 모나미, 외제 가성비는 빅! 빅 오렌지 볼펜
▲ 왼쪽이 오렌지 볼펜, 오른쪽이 크리스탈 볼펜이다
유럽으로 넘어가 볼까. 프랑스의 국민 볼펜은 빅이다. 세계 최초로 볼펜을 대량 생산한 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볼펜 생산회사라고. 빅을 상징하는 건 투명한 바디의 크리스탈 볼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렌지 볼펜이 더 많이 쓰인다. 이름처럼 바디가 오렌지 컬러다. 펜촉이 얇아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저렴하고 내구성도 좋고 제품 하나하나의 마감도 훌륭하다.
사인펜 같은 필기감, 수성펜
수성펜은 맑은 수성잉크를 사용하는 펜을 말한다. 물처럼 점도가 낮아 잉크가 종이에 쏙쏙 흡수되는 느낌으로 글씨가 써진다. 종이에 닿자마자 마르기 때문에 보통의 노트라면 바로 노트를 덮어도 반대편에 묻어나지 않는다. 다만 약품이나 비닐로 코팅된 고급 종이는 물(수성잉크)을 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수성펜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글씨를 쓰고 난 후에도 물에 닿으면 번지는 것도 약점이다. 모나미 플러스펜이 대표적인 수성펜이다.
▶ 우리가 아는 '검파빨' 플러스펜 맞아? 모나미 플러스펜3000
▲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성펜을 대표하는 모나미의 플러스펜3000이다.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의 플러스펜이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캘리그래피 용으로도 쓰이고 컬러도 다양해 꾸미기 용으로도 좋다. 붓처럼 생긴 닙으로 잉크가 묻어 나오는데 플러스펜의 닙은 견고해서 쉽게 뭉개지거나 하지 않는다. 뚜껑만 잘 닫아두면 꽤 오래 쓸 수 있다. 가격도 착해서 36색 세트를 사기에도 부담 없는 수준. 의외로 플러스펜으로 글씨를 잘 쓰는 고수와 마니아가 많다.
▶ 금속 촉 수성펜의 대표주자! 스테들러 트리플러스 화인라이너 334
독일의 문구 회사인 스테들러는 연필, 색연필부터 펜, 마커까지 질 좋은 문구류를 만드는 회사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 트리플러스 화인라이너 모델이 인기다. 수성펜인데 금속 펜촉을 갖고 있다. 플러스펜에 비해 펜 끝이 뭉툭한 편. 삼각형 디자인으로 그립감을 높였고 수성펜이지만 뚜껑을 닫지 않아도 며칠 정도는 버틴다. 컬러는 무려 48가지나 있다.
▶ 수성펜인데 오래 간다! 모닝글로리 마하펜3
수성펜에도 고시용 펜이 있다. 바로 모닝글로리의 마하펜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마하펜3는 펜촉의 내구성을 높이고 컬러를 더 다양하게 만들었다. 마하펜이 고시펜으로 유명해진 건 필기감도 좋지만, 잉크가 '짐승 잉크'로 통할 정도로 용량이 많아서 오래 쓸 수 있다는 것 때문. 마하펜 역시 금속 펜촉으로 너무 세게 쓰면 촉이 휘어져 망가질 수 있으니 유의하자.
팔방미인인데 비싸, 중성펜
중성 잉크는 유성과 수성의 중간쯤 되는 점도의 젤(Gel) 타입의 잉크다. 아예 젤펜이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제품에 따라 잉크의 점도가 유성에 가까운 것도 있고, 수성에 가까운 것도 있고 제각각이다. 중성펜은 유성펜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색을 낼 수 있다. 필기용으로도 무난해서 팔방미인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비싸다. 학창시절 '필기 좀 하는' 친구들은 꼭 가지고 있던 파이롯트의 하이텍-C가 바로 중성펜 중에 하나다. 편지 쓸 때나 다이어리 꾸밀 때 썼던 사쿠라 겔리롤 역시 중성펜.
▶ 최고의 퀄리티 + 최악의 내구성, 파이롯트 하이텍-C
▲ 예전엔 글씨를 작게 쓰면서 필기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이 펜을 썼다
2002 한일월드컵을 학창시절에 맞은 세대라면 모두가 알만한 하이텍-C다. 가격이 비싼데 내구성이 최악이어서 친구가 빌려달라고 하면 찜찜한 펜이었다. 펜촉의 굵기가 다양한데, 0.25mm의 아주 가느다란 펜촉도 있어 가는 글씨를 쓰기 적합하다. 아주 작은 볼이 펜촉에 달려 있는데, 그렇게 미세하고 동그란 볼을 만드는 기술을 구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비싼 몸값에 비해 내구성이 약한 것이 특징이자 단점이다. 떨어뜨리면 거의 고장이고, 조금만 세게 눌러도 볼이 펜촉 안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그뿐인가? 종이 질이 나쁜 노트를 쓰면 미세한 종이 결이 볼 사이로 들어가서 볼이 안 굴러간다. 이런 귀하신 펜이다 보니 이 펜을 끝까지 다 쓴 사람이 거의 없다. 운 좋게 거의 끝까지 썼다면 펜촉이 닳아서 글씨가 굵게 나왔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경쟁자가 없어 독보적이었다. 요즘은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허약한 내구성'을 대표하는 펜으로 존재하고 있다.
▶ 잘 나오고 잘 마르고 잘 보이고! 미쯔비시 유니볼 시그노
사실 기자는 하이텍보다 유니볼 시그노를 더 좋아했다. 이 제품은 지금도 잘 팔린다니 추천. 심 굵기도 0.28mm에서 0.7mm까지 있고 컬러도 어마어마하게 다양해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특히 블루블랙 컬러가 아주 매력적이다. 안료 잉크를 사용한다는데 빨리 마르고 끊김이 덜하고 필기감도 좋다. 그 옛날 하이텍과 비교해보면 컬러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는 듯하다. 밝은 컬러도 시인성이 좋다.
▶ 꾸미기 펜으로 사랑받는다! 제브라 사라사 클립
수성펜에 가까운 제브라의 젤펜이다. 굳어있던 잉크가 펜촉의 볼이 회전하면서 부드럽게 변해 매끈하게 볼을 따라 나온다고. 심 굵기는 0.3mm부터 1.0mm까지 다양하다. 컬러도 48가지나 되어서 꾸미기 펜으로 좋다. 클립 부분이 바인더 클립으로 되어 있어서 보관도 편리. 뚜껑을 여닫는 방식이 아니라 노크식인 것도 장점이다.
▶ 매끈하게 굴러가는 필기감이 매력적! 사쿠라 겔리롤
동글동글 생김새가 귀여운 겔리롤도 여전히 인기다. 사쿠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젤잉크를 사용한 겔리롤은 컬러가 선명하고 필기감이 부드러워 필기용으로도 좋고 꾸미기용으로 인기다. 선의 굵기는 도톰한 편이다. 아주 가느다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컬러가 다양한 편인데 특히 화이트 컬러는 겔리롤을 대표하는 컬러다. 한때 검은색 종이에 겔리롤 화이트 컬러로 편지를 쓰는 게 유행했을 정도.
요점에 밑줄 쫙 하이라이터, 정답에 마킹 뙇 마커
공부할 때 손꼽히는 효자템이 바로 형광펜이다. 형광펜으로 표시해두면 수많은 글씨 속에서도 그 부분만 확 띄기 때문에 요점 정리할 때 딱이다. 이런 펜들을 하이라이터라고 부른다지. 요즘은 고체형 형광펜도 있는데 보관은 편하지만, 볼펜 똥처럼 흔적이 남는다. 또 하나, 시험날 챙겨야 하는 컴퓨터용 사인펜 즉, 마커는 필수 중의 필수다. 하나씩만 소개하고 넘어간다.
▶ '공부 좀 해봤네' 소리 들으려면? 스테들러 텍스트서퍼 클래식 364
형광펜의 수명이 아쉬웠다면 이만한 제품이 없다. 잉크를 대용량으로 저장해 오래 쓸 수 있는 형광펜이다. 일단 생김새만 봐도 잉크 저장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뚜껑을 잡아당겨서 여는 방식이 아니라 살짝 비틀어 여는 방식이라 여닫는 것도 더 편하다. 잉크젯 세이프 제품으로 잉크젯 프린트로 출력한 글씨 위에 그어도 글씨가 번지거나 하지 않는다.
▶ 이거 하나면 시험 준비 끝! 모나미 트윈 컴퓨터용펜 예감적중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이 펜 하나만 챙겨도 든든하다. 모나미의 예감적중펜은 양쪽을 다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한쪽은 OMR 카드에 마킹할 수 있는 컴퓨터용 사인펜, 다른 한쪽은 일반 유성 볼펜으로 되어 있다. 서술형이나 주관식 문제 답을 작성할 때 사용하면 되겠다. 유성 볼펜 대신 플러스펜으로 된 트윈펜도 있다.
두 줄 긋지 말고 하얗게 가려요
새 노트에 새로 필기할 땐 그랬다. 글씨 하나도 신중하게 썼고 혹여나 틀리면 화이트(수정액)나 수정테이프로 정성스레 가렸다. 그 열정은 얼마 가지 않았지만…
수정액은 원하는 모양대로 가릴 수 있지만 잘못하면 너무 두껍게 발린다거나 울퉁불퉁하게 발릴 수가 있고 바로 마르지도 않아서 필기 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있다. 반면에 수정테이프는 드르륵 굴리면 깔끔하게 발리고 바로 마르는 데다 평평하게 발려서 금방 위에 글씨를 쓸 수 있다. 대신 테이프가 잘 안붙거나 붙인 테이프가 떨어질 때가 있다.
▶ 지울 수도 있고 쓸 수도 있다! 펜텔 초극세펜식 수정액
최근엔 수정액은 쓰지 않는 추세지만, 이왕이면 좋은 수정액으로 하나 소개한다. 수정액을 꼭 글씨를 지우는 데만 쓰라는 법은 없다. 검은색 종이 또는 나무, 유리, 플라스틱 등의 재질 위에 글씨를 쓰는 용도로도 쓴다. 글씨를 쓰려면 펜처럼 얇게 쓸 수 있어야겠다. 펜텔의 초극세펜식 수정액은 펜촉이 얇아 작은 글씨를 지우는 데도 좋고 글씨를 쓰는 데도 알맞다.
▶ 수정테이프도 그립감이 중요해! 플러스 화이퍼 MR 수정테이프
플러스 화이퍼 MR 수정테이프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다. 우선 펜 형태로 길쭉해서 필통에 넣기도 좋고 그립감도 좋다. 헤드가 부드럽게 굴러 원하는 곳을 정확히 지울 수 있다. 수정테이프는 보관을 잘못하면 헤드 부분 테이프가 찢어지거나 지저분해질 수 있는데 이 제품은 캡이 일체형으로 달려 있어 보관하기도 편하다.
▲ 형형색색의 예쁜 펜을 사는 이유!
<출처: 제트스트림 페이스북>
쿠크다스 내구성이 문제인 하이텍을 제외하곤 기자가 학창시절 썼던 펜이 여전히 잘 나가고 있더라. 다행히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았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오랜만에 펜을 잡고 싶어진다. 정성 들여 글씨를 쓰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필통 속에서 아끼는 펜을 하나 골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거나, 그게 내키지 않으면 가계부라도 써야겠다.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염아영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3&listSeq=3567987&page=1#csidx18b1798fd6ab20daa6a0d38d353e47c
첫댓글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