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려 설악산 공원에 도착했다.
별이 총총한 밤 하늘이 너무 좋아
잠시 랜턴을 끄고 걸었다.
신선대 갈림길 금강굴 방면으로 산행을 시작하면서
고행의 연속...
하늘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랐다.
아찔한 계단, 어두우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힘들게 올랐더니 철문이 굳게 잠겨있다.
다시 내려와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으 기도처 금강굴. 산신제 한번 요란하게 지낸셈 쳤다.
산행대장 길벗형님 똑바로 하시오!
대장을 바꿔버릴까 보다.
귀신에 홀린듯 이리저리 헤매다 겨우 마등령 오르는
길을 찾았다.
가파른 등산로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체력은 한계를
넘나든다. 한숨 돌리려 뒤돌아 보니 속세의 불빛은
멀어져만 가고 대신 언제 나왔는지 반달이 따라온다.
휘~익 휘~익 기괴한 휘파람을 부는 밤새가 정적을
깬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마등령 마등령!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마등령에 올랐다.
암릉의 연속, 내려가면 올라야 하니 내리막도 그리
즐겁지 않다.
...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돌고 새소리가 커진다.
깎아지른 암봉과 천길 낭떨어지가 눈에 들어온다.
날이 밝으면서 이제야 우리가 칼날같은 능선을 걷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일출시간에 맞춰 시야가 좋은 곳을 찾았다.
속초 앞바다 수면엔 해무가 짙게 드리웠다.
말갛게 떠 오르는 해는 기대하기 어렵겠다 했는데
순식간에 해무 위로 홍시 빛깔 해가 뜬다.
참 곱다. 참 좋다. 장관이다. 멋지다!
전날 출발해 희운각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공룡능선을
타는 산행객들은 우리를 보고 감탄한다. 1등이라고,
대단하다고. 에엠! 순간 건방이 하늘을 관통한다.
암 대단하지. 필 받아 가속했으나 곧 힘이 바닥난다.
산에선 겸손해야지 ...
..............
희운각 대피소엔 산행객들로 야단법석이다. 먹고 마시고
그틈에 우리도 행동식 하고 연료로 약간의 알콜도 섭취했다.
대청봉이 지척인 것 같은데 소청봉까지 오르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지 없는 오르막과 계단....
에어울프님도 많이 힘드나 보다.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끈기있게 오른다.
네다리의 힘으로?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고지
소청봉에 오르니 식은죽 먹기다. 중청 대청을 순식간에
오르고 정상 인증샷을 날렸다. 발아래 펼쳐지는 봉우리와
능선들 우리가 저 험하고 가마득히 먼 길을 왔다고...
칭찬한다. 대견해한다.
중청대피소에서 정상등정 축하오찬을 ㅎㅎ
라면에 고량주로 건배!
오르면 내려가야 한다.
희운각 대피소까지 빠르게 내려왔다.
하산길이 만만치 않은데 다들 체력이 괜찮은듯..
너무 다행이다.
희운각에서 물보충하고 양폭으로 내려와 천불동 계곡에 들어서면
서 부터는 끝없이 펼쳐지는 선경에 눈을 뗄수가 없었다.
한구비 돌면 같은듯 다른듯 나타는 폭포와 암벽 그리고
옥빛 못들 정말 별천지다. 하산길 지루하고 힘들어서 경치고
뭐고 눈에 안들어고 천불난다드만 ㅎㅎ 천만에 빼어난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
하산해 시원한 맥주로 갈증 해소하고 척산온천
대중탕의 살에는 냉탕에서 아우성치는 근육을 잠시 진정시켰다.
.................
힘들게 오르는 등산이나 마라톤은 닮았다.
어떻게? 정답은 없다.
내 안의 위대함을 발견하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각자에게 물어보자. ㅎㅎ
무더운 초여름 날씨,15시간의 긴 산행을 일행 모두 무탈하게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산행코스부터 세세하게
챙겨주시고 이끌어주신 산행대장 길벗형님, 듬직한 세르파
정도령님, 계획에 늦게 합류해 산행 내내 좋은 인연의
느낌을 불어 넣어 주신 에어울프님, 당신들과 함께한
무박 2일의 추억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오후 나의 예비산행훈련(원미산-성주산-소래산-성주산 5시간)
에 동참해 종아리 근육통을 훈장으로 얻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ㅎㅎ
내게 펼쳐질 또 다른 여행을 기대하면서...
첫댓글 마지막에 찍은 사진. 수학여행 간 학생들 포즈같아 웃음이....
저는 1박2일코스인데 짱 멋지십니다.
개고생?? 하시고 마지막에 좋은물에서 씻고 이쁘게 단장하고 네분이서 한컷~~멋지네요..
사진과 글~~ 즐감하구 갑니다..담엔 지두 껴주세용~~
들머리를 설악동에서 대청봉을 거쳐 날머리를 천불동으로 내려오셨으면 오름길이 만만치 않은 험한 길인데 계단도 만고--- 암튼 고생들 하셨습니다
가을엔 용아장성 몰래 함 타보시지요
설악산 무박 2일,,,,대단하세여,,,,
넘 힘든 코스!! 어이구 무시라 더운 날씨에 고생했어요~~
설악은 언제봐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무거운 카메라까지 짊어지고 멋진사진 남겨주신 카르마님 수고하셨습니다.
감동입니다. 하지만! 고생해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당신은 헨타이 아저씨!! ㅋㅋㅋㅋ
큰 고생, 큰 보람,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멋져요 가도 가도 또 가고픈 설악산..... 무박 잘 다녀 오셨군요 고생 하셨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설악산 등산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으나 너무 멀어서리, 이동네 산악회에서는 토요일에 출발하여 새벽 1시경부터 산행하는 계획들이 있긴 있더만 내려와 다음 출근할 일이 꿈만 같아서리~~~ 쉽게 결단을 못내리고 포기하곤 했는데, 함 가고 싶다. 고생했으 친구.
머지않아 함께 오를 날이 있겠지. 꼭 만들어봐야지 ...멀리 있지만 늘 변함없이 그자리에 있는 친구 잘 지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