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황공 망극하옵나이다.
알고 보니 이 길은 걷기엔 어마어마한 길이요,
느끼면 느낄수록 가슴을 쥐어뜯어도 그칠 수 없는 슬픈 길임을 알았습니다. 하루도 아니요, 몇 년도 아닌, 6천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저희들을 찾아오시던 아버지시여!
저희들은 아버님을 얼마나 미칠 자리에 놓아 두었으며, 아버님을 얼마나 분한 자리에 머물게 했으며,
또 저희들은 얼마나 불효의 자리에 머물렀는가를 깨닫는 이 시간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 인연을 맺기 전에는 세상의 것을 가지고 울고불고한 저희들, 죄인 중의 죄인인 것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여기에 찾아온 저희들의 소망이 무엇이옵니까? 옷 잘 입은 자를 찾아온 것도 아니요, 권세 있는 자를 찾아온 것도 아니요, 욕망을 위하여 온 것도 아닙니다.
단지 아버님의 사랑이 그리워, 아버님의 정이 그리워, 아버님의 인연이 그리워 왔사오니,
아버님, 아버님의 눈물이 있다 할진대 저희도 그 눈물을 갖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아버님의 고통이 있다 할진대 저희도 그 고통을 갖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기쁜 역사를 찾아 헤매는 왕자가 되지 말고 슬픔과 고통의 역사를 대신 책임지고 탕감하는 왕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러한 자리에서 승리한 아들딸, 하늘땅 앞에 자랑할 수 있는 아들딸을 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저희들은 알았사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6천 년 동안 수고하신 것은 사랑하는 아들딸들을 세우기 위한 목적인 것을 알았사옵니다.
오늘날 저희 앞에 맡겨진 책임을 다하고 맡겨진 의무를 감당하는 저희들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옵니다.
효자 중의 효자, 효녀 중의 효녀, 충신 중의 충신이 될 수 있는 아들딸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그리하여 역사적인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요, 시대적인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요, 미래적인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가 되시어,
우주 전체를 동원하여 즐거움의 노래를 부르는 기쁨의 한날이 올 때까지,
아버지, 이들을 품어 주시고 보호하여 주시옵길 간절히 부탁드리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10.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