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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진석 개인전
공간과 그림자
물감이 마르기전 노란색 물감 덩어리를 떨어뜨린다. 떨어지는 압력에 약간의 오목함이 발생한다.
검은색 물감을 덧칠한 후 수평으로 긁어낸다. 긁어내고 깎으면서 그림자가 형성되고 약간의 손질에 의해
그림자는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글 | 갤러리바이올렛 제공
[2010. 3. 24 - 4. 13 갤러리바이올렛]
[갤러리바이올렛] 서울 종로구 인사동 168 고당빌딩 3층 T. 02-722-9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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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물리학적 견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간이다. 반면 예술에서의 공간은 한 개인의 공간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 사유적 공간이 된다. 예술의 공간은 과거와 현재 같은 시간적 공간과,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 공간을 공유한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의 공간은 물리학적 입장에서는 허구의 것이며, 실현 불가능한 공간이 된다. 따라서 예술적 입장에서 시간적 공간은 사람이 기억하는 범위 안에서 만의 것이며, 현재의 일부로서 자리하는 인식과 사고의 영역이다. 간혹, 잊혀진 물건을 발견한 후 물건과 관련된 기억의 단편을 새롭게 인식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지속적 반복주입과 경험의 조합에 의해 자신이 기억하였다고 믿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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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1946~2003)의 <공간-그림자 84502>는 오묘한 시각적 효과와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물감이 마르기전 노란색 물감 덩어리를 떨어뜨린다. 떨어지는 압력에 약간의 오목함이 발생한다. 검은색 물감을 덧칠한 후 수평으로 긁어낸다. 긁어내고 깎으면서 그림자가 형성되고 약간의 손질에 의해 그림자는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노란색 물감의 두께에 따라 덧칠해진 검은색의 양이 달라진다. 볼록한 부분은 밝은 노란색이 되고 오목한 부분은 그림자가 된다. 이미지로서의 공간임과 동시에 면도칼로 긁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술가 자신의 기억과 정신성에 대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넓은 붓 자국으로 형성된 노란색 표면과 형성된 그림자는 작품은 입체적이면서 양감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만 아주 평평하여 매끈한 재질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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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붓질에 영혼이 따르고, 한 번의 붓질에 삶의 고뇌가 녹아든다. 켜켜이 쌓여가는 붓질은 수직의 쌓임이며, 동시에 수평으로서 넓어짐이다. 밑칠을 하고 그 위에 검은색을 도포한다. 칠이 마르면 면도칼로 긁는다. 긁어내는 과정은 수 만 년 전의 역사를 찾아가는 고고학자의 붓질과 같다. 유물의 손상을 방지하는 고고학자의 조심스러운 붓질과도 같이 그의 칼질은 정신의 역사를 탐구한다. 캔버스 자체가 지구이며, 땅을 파는 고고학적 입장과 비슷하게 물감을 벗겨내면서 과거의 유적을 좇는다. 스스로 칠하면서 정신을 덮고, 그것을 벗겨내면서 정신을 찾는 겹 층의 정신구조이다. 정신적 치유로서의 재생이며, 표현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신적 흔적을 관람자의 잔상으로 남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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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사회 안에 존재하는 예술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미 타계하였으나 생전의 예술혼이 그대로 존재하는 작품이며, 예술의 정염을 불사르다 세상을 등진 천재들의 길을 좇는 중요한 교두보의 전시이다. 천재로 살다 일찍 세상을 등진 이들은 미술계의 김진석 화백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별한 능력을 보였던 많은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너무나 일찍 소진하여 세상을 빠르게 등져 나간 이들이다. 육신은 없지만 이들의 예술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삶의 고뇌는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좋은 예술로 빛나는 예술작품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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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金眞石, 1946~2003)화백은 경북군위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하고,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1976) 및 한국미술대상전 최우수 프론티어상 수상(1979). 제29회 국전대상(1980), 개인전 20여회 및 국내외 단체전 수 백회를 진행하였다. 한독 미술가협회 오리진회화 협회, 한국미술협회 기획위원 등을 역임,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카네기미술관, 워커힐미술관, 동아그룹,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