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와 주교
(막심 퓌상)
어느 날 메르미요드 주교가
기차 정거장에 서 있을 때였다.
정거장을 지나던 기관사가
모자를 벗으며 주교에게 인사했다.
주교는 물었다.
저를 알고 있습니까?
기관사는 대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주교님의 은혜를 아주 많이 받고 있어서
주교님 얼굴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지요.
기관사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말했다.
일을 하다 보면 몹시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발과 가슴은 뜨거운 증기로 타고
등에는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밤낮없이 무서운 속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정신은 잠시도 쉴 수 없고
눈은 몹시 피곤하고 폐는 그을음과 먼지로 꽉 차고
발은 지쳐서 떨리고 건강도 점점 잃어 갑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가?
'부드러운 융단 위에 편안히 드러누운 게으름뱅이와
멋쟁이 부인들을 태워다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화가 치밀어 엔지이든 뭐든 터뜨려서
누구한테건 복수라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를 듣고 주교가 물었다.
그러면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은 건가요?
처벌이 두려워서인가요?
아니요.
그렇게 하면 저도 살아 있지 못할 테니까 못하는 거지요.
게다가 저는 하느님과 내세를 믿기에
그런 일을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요.(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