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함께 내려오다 보니 저만치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버스 정류장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제안을 한다. 비도 내리고 저녁때도 되어 출출하니 근방 적당한 주점에 들어
가서 저녁식사도 할 겸 동동주나 한잔 한자고 제안한다.
이럴 때 남자인 나야 뭐 솔직히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두부부치미와 빈대떡에 주거니 받거니 둘 다 술이
적당히 취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식당 안에 등산객이라고는 거의 다 돌아갔고 몇몇 남아있지 않다, 음식점을 나와
2차로 근처의 노래방을 들러서 맥주도 몇병 시켜 마시고 다시 나오니 이젠 주위에 우리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비는 어느덧 그쳤지만 날씨는 아직 끄무레하고 4월중순의 밤 기온이 제법 스산하다. 누구의 제안인지도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술도 취한 김에 근처의 모텔에서 함께 하루 밤을 묵기로 했다. 토욜 주말이라 그런지 모텔주인이
마침 빈방이 딱 하나 남아 있다고 한다.
숙박비를 지불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방의 2/3 이상을 침대하나가 꽉 차지하고 있는 방이다. 이렇게 해서 우연히
우리는 한방 한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되었다. 둘이서 모텔한방에서 딱 달라붙어 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가 뭐라
할 거 없이 취중에 자연스레 취중 섹스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자다 깨어보니 늦은 아침이다.
근데 분명 내 옆에 있어야 할 여자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나 혼자만이 남아 있다. 할 수없이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모텔을 나섰다. 이젠 집에 들어가서 마누라와 아직 과년한 나이에 시집도 안가고 얹혀사는 딸년한테 적당한 외박에
대한 변명을 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적당한 핑계거리가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마을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아파트 앞의 몇 정류장 전의 중간쯤에서 내렸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려서 한 건물
지하의 당구장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곧 바로 당구장으로 내려가서는 파란색 쵸크를 왼쪽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잔뜩 묻히고는 하얀 백목가루로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눈에 띄게 적당히 뿌려 놓았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타고 곧장 귀가했다.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와이프는
아파트 거실에서 무릎위에 집에서 함께 사는 시츄 강아지 새끼 한 놈을 앉혀 놓고는 휴일아침 TV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나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보고 있던 TV로 냉정하게 눈을 돌린다.
그녀의 눈치를 언뜻 살펴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삭막하다. “그래 말 한마디도 없이, 겁도 없이 그것도 주말에
외박을 했다 이거지? 어디 무슨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는지 들어나 볼까?” 하는 낌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나는
말을 꺼냈다. “어제 아주 등산을 갔다 오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어!
아 글쎄 오후 늦게 내가 자주 가는 산을 갔다 오다가 내려오는 데 갑자기 비기 내리잖아 근데 왼 나보다는 훨씬 젊은
몸매 팡팡한 중년여자하나가 다가오면서 같이 우산을 쓰고 가자고 하는 거야 그리고 산을 함께 내려와서는 그녀가
한잔 사겠다고 해서 함께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서는 흠뻑 취해서 함께 근처 모텔에 들어 갔지..
그렇게 우연히 그 여자와 함께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잠을 자다가 깨어 보니 혼자 더 라고... 혹시나 해서 지갑과
소지품을 확인해 보니 별 이상 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얼른 일어나서 부리나케 집에 오게 된거야...”
(차마 산에서 첨 본 여자와 하루밤 정사까지 치뤘다고야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내 아내는 나를 아래위로 다시한번 잽싸게 훑어보고는 “쳇! 누가 그런 소릴 하면 믿을 것 같아요! 아니 누굴
눈 뜬 장님으로 아나 보는 데? 손에 잔뜩 쵸크와 하얀분필 가루를 묻혀 와서는 등산갔다는 핑계를 둘러 대는거야!
또 그 친구들과 밤새 내기 당구치고 왔구먼! 당신 주제에 먼 젊은 여자? 돈이나 홀랑 잃지 않았으면 다행이지..“ .
첫댓글 전개된 내용이 실화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혹시 윈드친의 체험담 같기도하고~~ㅎ
실화일 수도 체험담 일 수도 있지만,
주요 순간만은 단연코 픽션이라는 거...ㅎ~
아리송!~~~
.......
ㅋㅋ
중요한 건 우리 주위에서 가끔은
일어날 수 있는 얘기죠...ㅎㅎ~
ㅎㅎㅎ 제갈공명 머리네요 ......
급할 때는 누구든 지혜가
떠 오른 답니다...ㅎ~
윈드님 이야기 같네요. 자나 깨나 꽃뱀 조심 명심하시기를.....
고마워용! 늘 꽃뱀 조심하고 있어요.
잘못하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든 답이 와르르! ㅎ~
수여니님!!
나는 꽃뱀 잡아먹는 살모산데 ^^ ㅎ
픽션이 우리에 일어날수있는 이야기 ^^ 용기있는 꿈같은 추억이 되어서 지루한 일상에 활 력소가 되었을거야 ㅋㅋ 바람 씨 즐감 ㅎㅎ
즐감했다고? 그렇지 픽션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지...
단지 그게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라는 거...
글구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것과 혐오했던 것 중의 하나는
사랑없는 섹스라는 거...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지만,
이젠 기력도 딸리고 감정도 무더져서 그마저도 쉽지 않아요.
가을길친! 지금은 봄이지만 가을도 잽싸게 다가올거야...
우리 남은 인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비록 또 한번의 사랑은 쉽게 다가 오지 않겠지만...ㅎㅎ~
모야~^^넘겨집는 옆지기가 제대로 넘겨 집은거~!??알고 속는거욤~~ㅋㅋㅋ
넘겨 짚을 수도 있고...알고 모르는 척 할 수도 있고...
어차피 소설! 보다 중요한 건 산 자주 오르는 철친한테도
이런 행운? 이 올런지 안 올 런지...기대해 보슈!! ㅎ~
윈드친구, 용방에 가끔 웃음과 기쁨을 주고 문제도 가끔내고
일단 등산과 내기당구를 재미있어 하니 계속 시리즈로 3, 4,..... 10,...>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부탁합니다^*^
글쎄? 좀 노력은 해보겠네만 약속은 못하네...
그보단 평생 책한권 내는 게 내 바램의 하나...ㅎ~
에고고 ^.~
어쩌다 마주친 그대오습에 ᆢ
고놈에 빈대떡이 주범이구만 ㅎ
오늘도 빈대떡과 막걸리가 딱이고만요
노래나하자 ~ 이은하의 아리송해~ ㅎ
둔한 머리회전 하고감니다 ^ε^
그러고보니 언제 우연히 산에서 만나고파~
은정이 요샌 어느 산에 자주가시네?
근데 술을 거의 안마시니 우리 사이엔
별 일 없을거야?? ㅎㅎ~
산에서만 이루어지는 추억이죠
혜화동엔 아그들만
득실득실 오메 기죽어 ᆞ집에나가야따 ᆞ
혜화동 오디?
난 아그들이 득실득실 노는 데가 존대...ㅎ~
현실인것 같기도하고
아님 소설인가
이도 저도 아님은 꽁투 ㅎ ㅎ
암튼 3탄 기대할께요
현실이면서 나에게만 현실이 아닌거죠.
언제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ㅎ~
되체 이건지 저건지 알수가 없네
그나저나 한수 배웠구먼
근데 나는 곧이 안들을거야
당구를 못치니까.
몰라도 전혀 상관없어...
어차피 소설이니까...
글구 나도 당구 별로 안 친다는 거...ㅎ~
브레인 윈드님
더 브레인 윈드 부인님
난 브레인 전혀 아닌 데...
혹시 우리집 마나님은 브레인일 수도 있지만...ㅎ~
거참 실감나네^^*
실감나도 나한테는 허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