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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분양시장에서 계약금 10%를 5%로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약금 축소는 계약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완전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부산 문현 롯데캐슬 인피니엘 조감도. 롯데건설 제공 |
3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문현제일지역주택조합은 최근 총회에서 남구 문현 롯데캐슬 인피니엘의 계약금을 10%에서 5%로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분양 이후 계약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자 계약금을 낮춰 계약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분양시장에는 인피니엘 계약금이 5%로 줄어든다는 소문이 돌면서 문의가 크게 늘고, 가계약도 많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계약금을 5%로 낮추는 것은 최근 부산 분양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효과도 확실하다. 앞서 지난 3, 5월 분양한 남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디에트르 더퍼스트도 계약률이 낮자 계약금을 5%로 내렸다. 이 두 곳은 각각 청약 경쟁률이 0.51 대 1과 1.14 대 1로 저조했지만 최근 완판됐다.
이런 현상은 계약금이 낮아지면서 투자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산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624만9000원으로, 1년 전 543만6000원보다 14.9%나 올랐다. 계약금 부담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가령 1년 새 아파트값이 4억 원에서 5억 원으로 1억 원 오르면, 계약금도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1000만 원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금을 5%로 깎으면 5000만 원이 아닌 2500만 원만 내도 계약할 수 있게 된다.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 투자자가 미래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잔금을 치르기 전 전매할 심산으로 계약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계약금 축소로 미분양이 해결되더라도 이 현상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계약금 축소로 계약이 이뤄지는 건 그만큼 시장에 소액 장기 투자 수요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집값도 많이 오르고 경기도 좋지 않아 계약금 10%로는 분양이 어렵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며 “정말 호황이라면 계약금이 10%라도 다 팔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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