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뜻을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마다 달라붙어 ‘악다구니’를 놓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선생님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음과 같이 읽힐 소지가 다분합니다.
“밥은 도덕보다 중요하다.”
명제만을 놓고 말하면 금방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명제의 설득력은 ‘밥’에 있지 않습니다. ‘도덕’에 있습니다.
이 명제의 설득력은 이렇게 해석될 때 가장 높아집니다.
(1) “굶주리는 자에게 밥을 주는 것은 가장 도덕적인 행위다. 그 보다 더 도덕적인 선택은 없다.”
( 오해가 있으실까 봐, 첨언하자면 박정희는 굶주리는 자에게 밥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 반대였습니다. 굶주리는 자의 것을 약탈해 가진 자의 배를 불렸습니다.)
(가)농무<農舞>
-신 경 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이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이거나.
......
그럼 이런 해석은 어떤가요?
오늘 날 한국 사회에서 ‘밥’이라는 비유를 문자 그대로 ‘한 끼의 일용할 양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 아마도 한 끼의 일용할 양식과는 차원이 다른 물질적 차원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으리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이처럼 선생님이 역설하시는 “밥은 도덕보다 중요하다.” 주장은 오늘 이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1) 보다 (2)로 해석될 여지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명제는 곤란합니다. 매우 곤란합니다. 그것은 도덕이 가진 힘과 가치를 파괴함으로써 강자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허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회의 법과 제도 그리고 이것의 집행력(이는 집행하는 사람의 의지에서 나옵니다)은 그 사회의 사회 문화적 수준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사회 문화적 수준의 핵심 중에 핵심이 도덕 수준입니다.
그러하기에 도덕수준이 낮은 사회가 강자의 이기심을 적정 수준에서 억제하여 약자의 삶을 보호하는 제도와 법을 만들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설령 그런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해도 제대로 집행될 리 없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생존 가능한 대한민국을 간절히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니, 나아가 그들 중 정말 성실하고 똑똑한 이라면 우뚝 설 수 있는 세상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강자의 횡포(재벌과 대형 마트의 탐욕)가 적정한 수준에서 통제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선생님도 알고 저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상식입니다.
저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 사회의 도덕, 윤리 수준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이 사회의 도덕 윤리 수준이 정의를 멸시하는 자들을 용납하지 못 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고서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의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지칠 줄 모르고 박정희를 찬양합니다.
인정하겠습니다. (원인이야 무엇이건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박정희 시대에 이 나라는 분명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박정희는 이 나라 사람들의 도덕 윤리의식도 타락시켰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반칙을 했건, 사기를 쳤건, 도둑질을 했건 결과적으로 돈만 움켜쥐면, 그가 성공한 사람이고 그러하기에 그가 잘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야차가' 바로 박정희입니다.
이런 박정희를 찬양하면서 “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생존 가능한 대한민국, 나아가 그들 중 정말 성실하고 똑똑한 이라면 우뚝 설 수 있는 세상”을 원하시는 선생님을 이해하는 일은 ......
세모난 동그라미를 이해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름 이해가 갑니다.
참고 자료 1.................(5 년 전 쓴 글)
먹고 살기도 바뿐데 도덕이 밥 먹여 주냐고요? 예 그렇습니다. 도덕이 밥 먹여 줍니다.
.... 상략.....
앞서 말한바 있지만 오늘 우리 국민의 다수가 도덕성과는 거리가 먼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그 만큼 이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무한 생존 경쟁 때문입니다.
전쟁터에서 도덕을 말하는 것을 얼마나 어리석은 가를 풍자한 사자 성어가 있죠. ‘송양지인’이던가... 우리 국민 모두는 전쟁터에 서 있습니다. 아니 전쟁터만도 못합니다. 실제 전쟁터에서는 믿고 의지할 아군이라도 있죠. 여기에는 아군도 없습니다. 모두가 적입니다 어디에 도덕이 설 자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한 사회의 도덕 수준이 낮아지면 그 사회는 그 만큼 더 약육강식 사회가 됩니다. 약육강식 사회야 말로 도덕성이 결여된 강자가 가장 바라마지 않는 사회입니다.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약자들을 마구 뜯어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사회가 되면 사회적 약자인 저학력 저 소득층의 삶은 과연 지금보다 나아질까요? 어떨까요? (인성과 능력 모두가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이와 같은 이치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것이 그들이 자기 배반적 지지를 하는 이유입니다.)
처지가 좀 더 나은 계층인 분들은 어떨까요?
도덕성이 부족한 사회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는 승자 독식 사회가 되고 이는 과당 경쟁을 낳습니다. 적당한 경쟁은 저비용 고효율을 유도하지만 과당 경쟁은 필연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사회를 만듭니다.
제 조카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이 마트 매장에서 고기 써는 일을 합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이 아닙니다. 계속해야 하는 일입니다. 너무 우습게보지 마십시오. 곧 죽어도 정규직이고요 여기 이 일 하는 곳에 취직하려면 최소 전문대 이상 학력 필요합니다. 그것도 빢센 경쟁률 통과해야 하고요.
- 그러나 고작 이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행복 유보하고 그토록 치열한 경쟁을 했더란 말이냐? -
어떻습니까? 이 글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들인 비용만큼 효율 내고 있습니까?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과당 경쟁 사회가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사회 문제가 저출산 문제입니다. 저출산 고령사회가 기업 경쟁력 약화, 국가 경쟁력 약화를 불러 온다는 것은 상식이죠.
어럽쇼! 도덕 별로, 경제 최고라는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경제가 무너지게 생겼네요.
고비용 저효율 사회, 기업 국가 경쟁력이 약한 사회, 이런 사회의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이처럼 도덕이 결여된 경제는 지속 불가능한 가짜 경제입니다.
가짜 경제 사회가 되면 종국에는 모두에게 재앙이 닥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두 문장 결코 피할수 없음을...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복잡하다니요???? 그게 보수주의자들의 제일큰 특징이자 문제점이지요..단순함 말입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ㅡ^^다시한번 나자신을뒤돌아보게합니다.
ㅋㅋㅋ이런 글 단군같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죠..길다고 짜증내고 있잖아요~
단군주의자님의 원글이 삭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