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베어스의 내야는 우즈(1B)-안경현(2B)-김민호(SS)-김동주(3B)로 이어지는 주전라인업과 홍원기, 이종민, 김호 등으로 이어지는 백업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의 좋은 성적은 탄탄한 내야 라인업의 덕을 본 것이 많았는데 수비력에 있어서도 중급 이상을 가진 라인업이었고 더군다나 클린업 트리오 중 두 명이 내야에 포진해 있으면서 공격력을 겸비한 내야진이라는 장점을 가졌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먼저 문제가 생긴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00년부터 타격부진에 빠진 김민호가 01년 후반기에 경기중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유격수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홍원기, 김호 등의 노장 백업들이 그 자리를 간신히 메꾸기도 했었고 신인지명에 있어서도 02년 2차 2번 나주환, 03년 1차 김재호 등을 지명하면서 세대교체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의외로 김민호의 뒤를 이은 것은 신고선수인 동의대 출신 손시헌이었다.
내야의 첫번째 포지션이 세대교체를 맞이한 후 02년 우즈의 부진이 시작되면서 1루수 자리 또한 교체의 움직임을 맞게 되었다. 03년 우즈가 떠나면서 새로운 1루수로 들어선 것은 좌익수 장원진이었는데 큰 신장을 이용한 수준급의 1루 수비력을 보여준 장원진은 수비력에 있어서는 우즈 보다 좀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두 가지 문제를 내포할 수 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는 우즈가 공격력에서 보여준 모습을 장원진이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로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노장 외야수가 1루로 전향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수년 내에 다시금 세대교체를 할 필요성을 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려와 달리 장원진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03년부터 05년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06년 들어 서른 여덟살의 노장은 노쇠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1루 자리는 무주공산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우즈-안경현-김민호-김동주의 자리는 장원진-안경현-손시헌-김동주로 바뀌었고 백업진은 좀더 많이 변화하였다. 김호, 이종민의 은퇴로 인해 예전의 백업진은 홍원기, 나주환, 김재호 등으로 바뀌었지만 홍원기가 올초 FA 계약과 더불어 현대로 이적하고 김재호가 상무에 입단하면서 내야 백업은 나주환 한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또다시 변수가 생긴 것은 바로 WBC였다. WBC 예선 1차전에서 김동주가 어깨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3루 자리에 다시 공백이 생기고 만 것이었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70년생인 2루수 안경현과 69년생 1루수 장원진의 대체요원을 구하는 것이 순서상 맞는 일이었지만 의외로 안경현과 장원진이 작년까지 좋은 체력을 유지하며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3루 대체요원의 필요성은 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베어스를 압박하였다. 김동주의 타선에서의 위상을 대체할 요원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당장 3루 수비를 맡아줄 만한 대수비요원을 구하는 것 조차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유격수-2루수-3루수를 두루 맡아보았던 백업 내야수 나주환에게 1순위로 자리가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03년 입단 이후 거의 1군에 붙박이 백업으로 활약해온 나주환은 고교시절 전국대회 4연패를 이룬 천안북일고의 주장 출신으로 타격에 있어서도 plate discipline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맞추는 능력은 어린 선수 치고는 괜찮은 선수라는 점에서 9번타자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주환이 주전의 기회를 잡고도 그 기회를 날려보낸 것은 나주환 본인에게도 불행이었지만 팀으로서도 불행이었다. 유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좌우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정면타구의 수비에 불안을 보이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나주환이 수비에서 문제를 보인 것은 집중력과 순간 판단력의 문제였다. 몇 번의 경기에서 중계플레이 실수와 병살성 타구 처리 실수 등을 범하면서 결정적인 패인을 기록한 나주환은 수비에서의 부진과 더불어 타격에서도 5월 8일 현재 0.150/0.239/0.225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할 뿐 부진을 면치못했다.
일단 가장 먼저 낙점을 받은 선수답게 4월 내내 총 15경기에서 선발라인업으로 출장시키며 나주환에게 기회를 주던 베어스의 코칭스텝이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가 오면서 여러 선수들이 계속 1군 엔트리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장원진(1B)-안경현(2B)-손시헌(SS)-나주환(3B)의 주전라인업에 1B 백업 정원석/이승준, 2B 백업 고영민, SS 및 3B 백업 장교성을 염두에 두던 계획은 나주환의 부진과 더불어 장원진의 동반 부진으로 난국을 맞게 되었다. 장원진 또한 나주환 못지않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점차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 나주환보다 장원진이 좀더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것은 나이로 인한 노쇠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장원진의 대체 카드로 사용된 이승준은 정원석보다 먼저 기회가 주어졌지만 수비력이 매우 떨어지는데다가 원래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좌완투수 및 언더핸드 투수에 대한 공략을 잘 성공하지 못하면서 기회를 잃고 2군으로 강등되었다.
개막엔트리에서 4,5선발 투수를 빼고 내야수만 8명(장원진, 안경현, 이승준, 정원석, 장교성, 손시헌, 나주환, 고영민)을 올려놨을 정도로 내야에 대한 코칭스텝의 고민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지만 이 중 먼저 이승준과 정원석의 포지션이 겹친다는 점에서 정원석이 먼저 제외되었고 그 다음 순서는 장교성이었다. 나주환의 백업으로 우선 기용된 장교성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줌으로서 먼저 낙점되었지만 타격의 심각한 부진과 경험부족으로 인한 수비실수를 보이며 제일 먼저 2군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홍원기의 트레이드 카드로 현대에서 이적한 장교성은 상무 제대 이후에 부상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경기경험이 적었다는 점이 취약점이었다.
장교성에 이어 1군에 첫발을 디딘 선수는 중앙고 출신의 신고선수 3년차 송수였는데 시범경기를 통해 특히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점은 코칭스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음이 분명했었다. 그리고 기대대로 데뷔 첫 타석과 두번 째 타석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지만 역시 수비불안과 변화구 적응능력의 문제를 보이며 나주환의 대체카드로 확실히 도장을 찍지는 못했다.
3루의 난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는 백업 2루수 고영민이었다. 성남고 출신 02년도 2차 1지명 선수인 고영민은 고교시절 1년 후배 박경수(LG)와 키스톤을 이룬 2루수로 좋은 수비력과 더불어 전년도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05년 2군리그에서 0.323/0.403/0.475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보인 고영민은 타격에서뿐만 아니라 29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빠른 발을 자랑했다. 입단 5년만에 처음으로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고영민은 시즌 초반 안경현의 대수비요원/대주자요원으로 출장했고 1군 적응의 문제를 겪으며 부진했지만 곧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4월 16일 잠실 삼성전에서 2타점 역전 3루타를 뽑아낸 것부터 시작해 좋은 선구안을 통해 볼넷과 사구를 많이 얻어내면서 출루율을 높이기 시작했고 이내 타격도 점점 안정권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고영민의 분전에 힘입어 베어스의 코칭스텝은 4월 30일 SK전과 5월 2일 잠실 기아전에서 고영민을 선발 3루수로 출장시켰지만 아쉽게도 2루에서 수비력이 뛰어났던 고영민은 3루 수비에 적응을 실패하며 3루수 전향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고영민의 가능성은 좋은 풋웍과 빠른 발, 안정감 있는 포구 능력 및 수비위치 판단능력 등으로 검증된 2루에서 좀더 빛을 발하면서 3루 문제보다는 1루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장원진, 이승준이 차례로 부진했던 1루수 자리에 붙박이 2루수 안경현을 1루로 보내면서 고영민이 2루 주전을 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안경현의 1루수 보직은 사실 05년도 후반기부터 경기 후반에 가끔 보여지던 포메이션인데 공격력이 아직 살아있는 안경현을 타순에서 빼지 않고도 고영민을 기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자 1루 공백을 메우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은 3루 자리에 다시 도전장을 던진 것은 3년차 3루수 윤석민이었다. 구리인창고 시절 봉황기 준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윤석민은 1군 무대에 거의 발을 디디지 못한 중고신인이지만 작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주전 3루수 겸 2번타자로 맹활약하며 한국팀이 준우승하는데 기여한 선수였다. 05년 2군 경기에서 0.328/0.417/0.446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한 데다가 올 시즌 2군에서도 0.432/0.500/0.757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는 윤석민의 문제는 작년 2군리그에서 10개나 기록한 실책이었다. 5월 3일 1군에 올라와 첫날부터 선발 3루수로 출전한 윤석민은 비록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아직은 좀더 지켜 보며 대타로서의 활용도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반면 이승준의 엔트리 탈락으로 1군에 재입성한 정원석은 원래 1루 백업 내지는 우타대타요원으로 등록되었다. 휘문고 시절 유격수 손지환(기아)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던 2루수 출신 정원석은 96년 2차 2번으로 지명되었으나 동국대에 진학 후 클린업 트리오로 활약하며 동국대의 공수의 핵이 되었다. 프로 입단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는 못한 채 01년 말 상무에 입단한 후 02 시즌에 2군 북부리그 홈런왕에 등극하면서 차세대 거포의 기대를 모았지만 주전 2루수 안경현의 굳건한 벽에 밀려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외야와 1루 전향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고영민-안경현의 역학관계에서 자신의 원 포지션인 2루와 1루를 먼저 선점당한 정원석은 4월 25일 1군 엔트리에 재입성하면서 타격에서 먼저 자신의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무주공산 3루에 입성하게 된다. 나주환-장교성-송수-고영민-윤석민에 이어 올시즌 6번째 3루수에 이름을 올린 정원석은 낯선 포지션에 아직까지는 확실한 수비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3경기 째 선발 3루수로 출전하면서 차차 감을 익혀가고 있고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부진에 빠진 베어스 타선에서 정원석의 타격감은 놀랍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작 10게임에 출장했을 뿐이지만 27타석에 들어선 정원석의 5월 8일 현재 타격성적은 0.400/0.423/0.560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중이다. 프로 2년차 시절인 01년에 데뷔 첫 홈런을 날렸던 정원석은 지난 주말 엘지전에서 자신의 데뷔 2호 홈런을 날리며 대학시절과 상무시절에 이어 장타력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장타력이 바닥에 쳐져있는 베어스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울 수 밖에 없는데다가 올시즌 기동력의 야구를 표방하고 있는 베어스에 있어 외야수 이종욱, 2루수 고영민과 더불어 준족을 가진 선수로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큰 선수이다. 비록 서른에 육박하는 나이에 프로 데뷔 이후 7년간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선수이지만 적어도 김동주가 복귀하기 이전까지 3루 포지션을 맡아준다면 베어스의 내야가 제자리를 찾는데 있어 매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3루 수비에 대한 합격점을 받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 정원석이 3루 수비에 문제를 보인다면 정원석 개인으로서나 팀으로서나 모두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퇼 터, 좀더 수비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정확하게 시즌 한 달 만에 베어스의 내야는 혼전 속에서 서서히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장원진(1B)-안경현(2B)-손시헌(SS)-김동주(3B)로 예상되었던, 또한 수년간 보아왔던 내야 라인업은 안경현(1B)-고영민(2B)-손시헌(SS)-정원석(3B)로 개편중이다. 고령화가 심각하던 내야 라인업이 어느 정도 평균연령대를 낮추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고영민과 정원석의 1군 적응력이 어느 정도 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현재까지 그들의 타격감이 좋은 것은 낯선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타팀에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이후에 그들이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는 그들 자신과 팀에게 아직도 남겨진 숙제이다.
또한 현재 서바이벌 게임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주환, 윤석민, 이승준에게 거는 기대는 남아있다. 고영민과 정원석이 현재 상황에서 조금 앞서가고 있기는 하지만 경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상기할 때 재도전자들의 백업승부 또한 베어스의 내야진을 좀더 두텁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안하게나마 내야진의 리빌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리빌딩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수년 내에 리빌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안경현의 자리와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손시헌의 유격수 자리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또한 김동주의 복귀 이후에 다시 어떻게 내야진이 재편될지는 아직 상상하기에 이르다. 그러나 수년 동안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야수진 전원이 고령화되는 어려움을 겪었던 베어스에 있어 젊은 선수들의 도전은 차세대 리빌딩의 발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투수진이 빠르게 리빌딩되었던 데 비해 야수진은 스카우트를 통한 선수수급 또한 원활하지 못했고 더디게 진행되어 왔으나 내야에서부터 시작되는 리빌딩의 물결은 좀더 거세어질 예상이다.
첫댓글나주환의 부진은 사실 의외~고등학교때 라이벌인 박경수와 비교해보았을때 수비쪽은 박경수, 공격쪽은 나주환이 조금 나아보였는데~~성격도 활발해서 프로에서 타격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일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네요...허긴 나주환의 자리가 베어스에서 타격적으로 제일 뛰어난 사람과 경쟁이니 원~
첫댓글 나주환의 부진은 사실 의외~고등학교때 라이벌인 박경수와 비교해보았을때 수비쪽은 박경수, 공격쪽은 나주환이 조금 나아보였는데~~성격도 활발해서 프로에서 타격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일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네요...허긴 나주환의 자리가 베어스에서 타격적으로 제일 뛰어난 사람과 경쟁이니 원~
헉..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듬... 요약해줘..
요약 : 베어스내야는 지금 전쟁중으로 리빌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베어스포유도 전쟁중!!!!^ ^ㅋ감독님 기회를 주세용
우리는 내야뿐아니라 외야를 포함한 전포지션이 전쟁중..아닌가?? ㅋㅋㅋ
우린 하향평준으로 전쟁중...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