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미명의 새벽이다. 달콤한 새벽잠의 유혹을 힘들게 뿌리치고 새벽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마음껏 흡입해보는 신새벽의 신선한 공기가 상큼하다. 깜깜한 창공에는 수많은 별들이 저들만의 언어로 이웃별들과 소근소근 대화들을 나누고 있다. 날마다 만나 수없이 속삭였을텐데 서로 무슨 할 말이 저리도 많은걸까. 아직도 못다한 저들의 얘기들이 궁금해진다. 평소, 새벽에 자주 일어나서 교류를 터왔더라면 저들도 나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며 자신들의 얘기들을 들려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저들은 늘 변함없이 저 창공을 지켜왔으나, 나의 게으름과 무심함이 교류의 장애물이 된것같아 괜한 미안함이 찾아든다.
고개를 돌려 동쪽하늘을 보니, 유난히 창공에서 환하게 시선을 당기는 샛별과 실눈을 뜨고 있는 하얀 그믐달이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날들을 살아왔건만, 새벽 하늘을 지키는 이 파수꾼들을 외면하고 지내온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문득 찾아든다. 가까이 살면서도 얼마간 관심의 끈을 놓아버리면 금새 서로 잊고 지내기 쉬운 사람들 처럼, 저들도 인간이었더라면 나를 얼마나 야속하게 생각하며 원망했을까.
조금만 관심과 배려를 한다면,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일상 중에 얼마나 많이 놓쳐왔는지. 또 남들이 건네온 크고 작은 관심들에 대해 얼마나 진심으로 감사하고 배려하였는지. 쓸데없는 감정의 고리 속에 스스로 갇혀,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얼마나 많이 그르쳐 왔었는지... 새벽부터 이런저런 상념들이 머리 속을 가득 메운다.
나의 관심여부와는 무관하게 새벽하늘을 지키면서 그 존재가치를 잃지 않는 샛별과 그믐달. 모두가 곤히 잠든 새벽녘에 소리없이 나타나 자신들의 빛을 발할 뿐, 존재에 대한 인식은 오롯이 바라보는 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저들에게서 또 하나의 큰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궤도와 분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의미와 위안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와 분수를 지키는 것이 섣부른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는 것 못지 않게 소중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배운다. 살아오는 동안 괜한 발전과 변화를 모색하느라 때로 존재와 실체를 망각하는 우를 범한 적은 없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새벽하늘의 장관에 혼이 뺏겨 정신없이 창공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문득 앞을 바라보니, 이슬에 젖은 촉촉한 나뭇잎새들과 풋풋한 잔디들이, 금방 목욕을 마치고 목욕탕을 나서는 아가씨들의 젖은 머리카락처럼, 싱싱한 인사를 건네어온다. 내 마음도 어느새 새벽기운에 젖은 대지 마냥 촉촉한 습기가 느껴진다.
밤새도록 붙들고 있었던 그리움의 맑은 액체들을 톡톡 털어내고, 새 날을 준비하는 초목들의 정중동의 움직임들도 감지된다. 일출의 포효를 날마다 보아온 저들은, 곧 자신들을 환히 비춰줄 맑은 햇살에 화사하게 화답하기 위해 잎면마다 촉촉히 물기를 적셔두고 있다. 보이진 않지만 긴 밤의 휴식을 끝낸 뿌리들도 땅속을 헤집으며 수분을 찾아 길어 올리는 펌프질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 초목들이야 말로 아름다운 이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양식과 곳간을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귀한 존재들이다. 이들이 흩어져있던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공급하는 일차 발전소의 역할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주는 덕분에 이 거대한 세상의 바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 세상에서의 할 일과 역할이 끝나면 후손들의 생육을 위한 거름으로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존재들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최대로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새삼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만든 에너지와 양식으로 하루하루 삶의 축복을 누릴 수 있음을 상기하며 이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한편, 이 산천초목들도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지라는 터전이 없으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 갈 수 있겠는가? 드넓은 가슴을 아무런 대가없이 세상만물에 온전히 내어 놓은 저 넓은 대지의 넉넉하고 포근한 품이다. 온갖 미물들을 넉넉히 품고 보살피며 성장시켜주는 대지의 넉넉함과 따스함. 아낌없이 내어주면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저 대자연을 백만분의 일이라도 닮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을텐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는 동안, 푸르고 광활한 텍사스 대초원 위에는 어느 새 싱그런 아침햇살들이 사뿐사뿐 내려 앉는다.
성하의 푸른 대초원. 바람도 잠든 고요한 대지의 새벽엔, 나무의 잎새들도 잠을 자는 듯, 편안히 쉬고 있다. 팍팍한 일상을 벗어나, 오랜만에 대자연 위에서 만난 새벽과 교감하며 사색의 오솔길을 걸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첫댓글
가람과 뫼님,
수필수상방에 입성하심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먼저,
아름문학 공모에 수상 하셨음을
축하 드립니다.
새벽시간,
여명이 오기 전
하늘의 밤은
무엇을 준비하는 시간일지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저 네들의 속삭임을 엿듣고 싶어요.
특별히 나를 위한 별들의 속삭임이라고
귀기울이고 싶은 것입니다.
환영해주시고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콩꽃님도 참으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새벽은 매일같이 우리를 찾아와 머리맡에 있음에도
제대로 새벽과 인사해보지도 못한 것 같아서
작심을 하고 새벽에 일어났더랬습니다.
사색의 폭이 퍽 넓으십니다.
새벽 풍경을 글 따라
저도 감상합니다.
신문을 가지러 저도 간혹 새벽에
밖에 나갑니다.
잠을 설친 날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기운과 풍경을 만나보니 참 좋았습니다.
늘 갖게되는 경험이 아니다보니
이런저런 느낌과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함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형, 오늘 새벽 저도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낮기온이 높아 저녁 산책은 피하고 새벽 산책을 주로 합니다. 해뜨기 전의 하늘은 어둠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창백해진 달 따라 서쪽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산책로엔 키작은 해바라기들 해를 바라며 동쪽 향해 목 빼고 있고, 일찍 깬 새들의 인사들로 활기차게 아침이 깨어납니다. 돌아오는 길에 담장을 넘어온 꽃들과 담장을 타고오르는 넝쿨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 인사, 형에게도 전해 드립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걷고 들어오면, 신선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 쉰 탓인지 종일 활력을 느끼게 되더군요.
사진에 보이는 사는 동네의 이른 아침풍경이 참 평화롭게 다가옵니다.
새벽산보하면서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 같아 좋습니다.^^
형ㆍ
형이라는
이 외마디에
눈물이
핑ㅡ돌았습니다
참 말로
별 일입니다ㆍ
친정 엄마가
다녀가신 모양입니다ㆍ
@윤슬하여
짧은 단어지만 말 되어 나오는
순간 툭 하고 가슴을 치는 말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형이 그렇고
엄마가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아부지도 그렇습니다.
제가 막내로 사랑받고 자라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자리
전
12남매에
막내라서 그런가 봅니다
@윤슬하여
하~~
툭이 아니라
쿵~ 하고
바위가 가슴을 칠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잘 웃으시는지,
그러면서도 왜 눈물이 핑 잘 도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또는 미사 가는 길
오랜 세월 슾으로 가득찬 길목을
다닐수 있어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자연이 차려 놓은 아름다운 경치는
꾸밈이 예쁘기만 하지요.
글을 읽으면서 소홀하게 여겨지던 제 주변을
높게 바라보려 합니다.
사진은
퇴임하신 신부님 숙소 공사 중인데
그 사이 가림막 위로
사람이 만들어 놓은 듯 솟아오른
예쁜 바구에 담긴 잎새의 작품 같아서
찍었습니다.
제 주변은 정말 아름다운 숲이 있습니다.
자연이 차려놓은 경치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아름답죠.
자연이 주는 선물을 최대한 많이 느끼고 음미하면서 살면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여주신 바구니에 담긴 잎새의 형상,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심코 지날 수 있는 주위의 장면도, 관심의 눈으로 다가가면 달리보일 때가 더러있더라구요.
이미지를 담아서 따뜻한 댓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나는 먼저 창으로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새벽 미사 다녀오는 길에
어슴푸레한 구름사이로 중천에 하얀 하현달이 떠 있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어머~! 소리를 질렸습니다.ㅎㅎ
일월을 벗삼고 자연을 벗삼아 살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좋더군요.
푸른비3님도 새벽에 미사드리고 오시느라 새벽기운을 느끼며 자주 걸으시겠군요.
저도 가끔 하현달과 그믐달보면 신기하고 반갑게 느껴지더군요.ㅎㅎ
새벽의 맑은 공기마시며, 늘 건강하시고 여유롭게 사시길 빌겠습니다.
매 주 화요일 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돼지 출하를
하는데
한 트럭에 85두 실려 보내고
새벽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때 별빛은
하얗게 반짝 거리는 게
마치 메밀꽃 피는
봉평메밀밭과도 같습니다 ㆍ
자연의 섭리가 신묘막측한 게
미명의 시간대는 얼음이 얼지 않다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얼음이 사르르 얼기 시작한다는 거
가람과 뫼님의 사유 깊은 새벽 단상
저를 대신 하여 써 주시는 듯
새벽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ㆍ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윤슬하여님을 수필수상방에서 다시 뵈오니
마치 헤어졌다 오랜만에 뵈옵는 이웃처럼 반갑습니다.
새벽 3시에 기상하셔서 돼지 85두를 출하하셨군요.
힘드셨겠지만,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 바라본 새벽하늘은 우주를 향한 감탄을 넘어
아마도 경외심마저 들 것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늘 가까이 두고도 만끽하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깝게 생각될 때가 많더군요.
댓글 감사드리며, 변덕이 심한 환절기 날씨에 건강 잘 지켜나가시길 빕니다.
첫새벽에는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군요.
올빼미족이라서요.
새벽에는 원정산행 외에는 일어나보지 않있는데
첫새벽의 단상 오래동안 잠들어 있던 차거운 이성을
깨우는 것같습니다.
저도 5060카페 가입 인사 한지 2달도 안 된 새내기랍니다.
예전만큼 글을 많이 쓰는 열정은 식었지만 그래도
글을 쓰면 존재감이 느껴지거든요.
앞으로 수필방에서 잼난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관심을 갖고 생각을 모으다 보면 평소 무심했던 것들이
의미가 되어 찾아오곤 해요.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디가 '나무랑'이신 것으로 님께서도 자연을 무척
가까이하며 살고 계신 분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예전엔 글을 자주 쓰다가 열정이 식어가면서
한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가, 이번에 마음자리님의
권유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님도 예전에 쓰셨던 글들 이 공간에
자주 올려주시면 열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명 깊게 잘 읽고 마음에 담아 갑니다.
좋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따뜻한 댓글 감사드리며, 즐거운 날 가꾸어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