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보니 다른 맛이 느껴진다
언제부터인가 위에서 자동차를 보면 차량마다 갖고 있는 개성도 뚜렷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사다리나 계단에 올라가 보곤 하는데요. 이날도 그런 재미를 기대하며 의자에 올랐어요. 위에서 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콰트로의 수려하고 세련된 루프와 트렁크 그리고 보닛 라인 등이 한눈에 보였거든요.
콰트로의 파노라마 루프가 인상적이었어요. 아우디 볼링거 호페 공장의 첨단 기술의 로봇과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제작된다는 루프 디자인은 자랑할만하더군요. 고성능 모델이 가진 탄탄한 코너와 급가속과 브레이킹에서 오는 충격을 견딜 글라스를 어떻게 설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후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유리 사이에 얇은 금속 층을 증기 코팅을 했대요. 열전도가 높은 장파 적외선이 반사되도록 말이죠. 콰트로 모델에는 글라스 루프에 기능성 틴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최근에 칼럼에도 언급했지만 자동차 유리 기술이 날로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더군요. 필자가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콰트로 옆의 탱고 래드 메탈릭 컬러의 ‘RS e-트론 GT’(이하 RS)의 루프는 카본으로 만들어졌더군요.
언제나 레이싱을 할 수 있게 제작된 렌 스포트(Renn Sport) 버전을 위한 맞춤 설계 덕분이겠죠. 전에 작성된 표(#1)를 보더라도 콰트로 모델만 해도 고성능 모델인데 얼마나 빠른 선회력과 가속력을 가졌는지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 되더라고요. 루프를 카본처럼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많이들 아실 거예요. 그래도 모르시는 분도 있을 테니 잠시 설명을 할게요.
카본은 철보다 10배 강하고 무게는 25%에 불과하죠. 밀도로 1/5 수준이고요. 2012년 포드가 보닛에 사용을 시작한 지 10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더 강하고 가벼워졌어요. 고성능 스포츠 카의 가속력 증가와 경량화 그리고 낮은 무게중심에 필수품이자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죠. 뒤틀림 강성도 높아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달리기용 즉 레이싱 카 보디의 궁극적 소재는 카본이 아닐까 싶어요.
앞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콰트로의 보닛 판금 라인이 뚜렷하게 보이더군요.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국산 자동차 있었어요. 2004년도부터 대한민국 도로를 달리다가 일본에 3대 정도 팔렸다는 전설을 NF 쏘나타가 떠오르더군요. 출시 당시 아우디의 트렌디하고 댄디한 외관을 닮아 약간의 논란도 있긴 했었죠. 그래도 20여 년 전 ‘우리나라 판금기술도 꽤 훌륭했구나’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체에 올리는 글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블로깅이 참 재밌어요.
얼굴을 마주하다
어느 정도 위에서 보고 있으니 다른 관객들이 입장하더군요. 그래서 슬쩍 의자를 제자리에 RS 모델의 정면 쪽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전시된 모델의 페이스를 보자마자 검은색 아우디 링 로고가 보이더군요. 검은색은 주는 쉬크하고 강한 인상이 RS 모델의 로고에서 묻어 있더군요. 아까 전부터 계속 이야기한 콰트로는 평범한 크롬으로 장식되어 있어 인상 자체가 다른 느낌이었어요. 검은색 링은 애프터마켓에서 종종 봤었죠. 커버로 말이죠. 아우디에서 대놓고 블랙 글로스 링 배지를 제공한 건 R8 이후 처음이 아닌가 해요. 까만 아우디 링에 뿜어내는 포스는 보는 이에게 매료될 만한 멋스러움을 제공하더라고요. 흑형의 강렬함 뭐 그런 느낌 말이죠.
페이스의 강렬한 느낌은 그런 로고 디자인뿐만 아니었어요. 자동차의 눈이라고 볼 수 있는 전조등은 살아 숨 쉬는 듯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미학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주는 건 아름다움만이 아닐 거예요. 야간이나 어두운 공간에서 운전자의 안전에도 커다란 도움을 주도록 디자인된 느낌이었어요. 머나먼 곳의 먹잇감을 노릴 수 있는 수리부엉이의 눈처럼 크고 매섭게 보이더군요. 이런 유니크한 기술과 미적인 라이트는 뒷거울로 e-트론 GT 모델을 본 운전자도 유혹할 것 같더군요.
이런 라이트 설계만 보더라도 아우디가 가진 조명에 대한 철학과 기술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기 자동차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봐요. 더 나아가 다른 전기 자동차 브랜드를 이끌어 갈 선구자의 신뢰감을 아우디에게 전달하지 않을까 싶고요. 약간 아쉬운 점은 옵션으로 제공되는 아우디 레이저 조명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인증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국토부가 어떻게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되더군요. 가로등 없는 길을 달릴 때에도 도로의 정면을 정확히 보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말이죠. 아무튼 도로에서 만나게 되면 어떤 느낌을 줄지 무척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헤드 라이트 디자인이었어요.
(아우디, 전동 시대의 새로움을 선사하다. #3 계속)
첫댓글 이번에 기다리는 아이
뒷죄석 파노라마 글라스루프 살짝 걱정되었는데 조립과정을 읽어보니
안심해도 무방할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R8을 10여 년 동안 만든 장인들의 손을 거쳐간다는 소식에 감동할 뿐이에요.
아우디 생산인력이 타이칸라인쪽으로 파견갔다 왔으니 완성도는 더 높을거에요
개인적으로는 노멀 GT 콰트로의 파노라믹 루프가 좋았어요
RS는 카본루프였는데, 안그래도 좁은 뒷좌석과 ;; 레그룸 확보를 위해 발쪽 배터리까지 빼버릴 정도로
공간확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상대적으로 답답하더라구요
아... 다리가 불편하셨군요. 쇼퍼 드리븐 성향을 가지고 계시나봐요. ㅎㅎ
지붕에 아무리 금속 열차단 기술을 넣었다고 해도 햇볕 아래 계속 세워두면 방법이 없는듯 하더라고요. 테슬라도 그렇고...
지붕을 깐것도 안깐것도 아닌.
그냥 카본 루프가 멋지고 실용적인 듯 합니다. 비싸서 그렇지요. ㅎ
넵 맞아요. 유리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연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죠. 카본 루프는 늘 관상용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넘사벽 가격 때문에요. ㅎㅎ
매번 구형만 보던 저에게는 모든게 신기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