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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희망동네와 마을공동체 집담회에 대해 ‘악의적인 비난’글을 쓴 양승렬입니다.
안녕하세요? 양승렬입니다.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별것도 없지만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동작구에서 주민이 만드는 마을 미디어, 마을 방송국을 구상하며 9월초부터 ‘공동체 라디오 만들기’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이주노동자 합법화/노동허가제 쟁취, 평택미군기지 반대투쟁, 4대강 레알 살리기 프로젝트, 진보정당 미디어팀과 유기농지보존 두물머리 미디어팀 등의 영상미디어 활동을 통해 사회참여를 고민했습니다. 이것이 30년 가까이 살아온 동작구라는 터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지역미디어 활동이라는 영역으로 나아갔습니다. 여기에는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이하 희망동네)를 통해서 경험했던 지역의 풀뿌리 운동과 소외계층 연대사업이 있었기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고민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자칫 무겁게 흘러갈지도 모르는 이야기에 앞서 제가 예전에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어느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볼까 합니다.
칼리나라는 부인이 딸의 결혼식에서 자신의 귀한 회중시계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저곳 수소문하던 도중, 그녀의 하녀를 통해서 같은 마을에 사는 야첵이라는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나간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소문은 일파만파 사람들에게 퍼져서 야첵은 도둑으로 몰리게 되고 랍비 앞에 끌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회중시계는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고 랍비가 소문의 근원인 하녀를 꾸짖자 그녀는 그냥 수상하다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별로 잘못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리고 미안함 없이 야첵에게 사과하는 하녀 앞에서 랍비는 깃털베개의 가운데를 자릅니다. 하녀에게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을 모두 주워오라고 명령하자 그때서야 하녀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게 됩니다.
이처럼 한 번 내뱉은 말은 바람을 타고 나는 깃털 같아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이 동화책이 주는 교훈입니다. 생각난 김에 하나만 더 이야기를 꺼내자면, 솔로몬섬에 사는 부족들에게는 이런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부족민들이 농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개간해야 할 때 나무를 자르지 않고 그저 숲을 빙 둘러싸고 나무에게 욕설만 퍼붓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분명히 며칠 뒤에는 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얼핏 비과학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예전에 한 방송사에서 제작된 ‘말’에 관한 짤막한 영상물 하나를 링크할 테니 재미삼아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렇듯이 실로 말의 힘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대상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 링크: http://youtu.be/oBflkYAaeuY
위의 동화책에서 하녀가 조금 더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면 마을의 불미스런 일은 분명히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칼리나 부인이나 하녀 그리고 야첵이 서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나누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행동’보다 쉽고 간단한 ‘말’이라는 녀석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은 어떤 대상을 살리고 죽이는 일처럼 강력하고, 또한 무섭기까지 합니다.
어쩌다보니 최근에 제 이름 세 글자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좋은 일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저에게 큰 영광일 테지만 이번 일은 저의 불철저함 때문에 빚어진 것이어서 마음 한쪽 구석이 어둡고 무겁습니다. 제가 쓴 글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고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합니다. 그 오해의 매듭을 풀어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다툼을 종결시키고 스스로 이번 일에 대한 진중한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의 게시와 더불어 빠른 시일 내에 희망동네 정영구 대표님을 찾아 뵙고 재차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희망동네에서 수년 동안 열성적인 회원이었으며 누구보다 희망동네의 취지에 대해 공명하고 응원하는 지역주민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사회에서 갈등조정의 소통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SNS와 인터넷을 통한 일방적인 의사개진의 방법은 지역공동체라는 정신에 제대로 부합되지 않는 시스템 같습니다. 서로에게 거울이 되고, 멘토가 되고, 벗바리가 되는 그런 유기적인 협동정신이 잘 갖춰진 동작구 지역운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희망동네와 긴밀한 연대관계, 협력지점을 모색하며 화합된 활동을 펴나가고 싶습니다. 이 글을 희망동네 다음카페와 희망동네 사무국장님의 페이스북에 함께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생겨 오해를 발생시킨 점 희망동네와 동작구청 관계자에게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사건의 개요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9월 12일 동작구청 5층 대강당에서 <동작구 마을공동체 집담회>가 있었습니다. 그 전날인 9월 11일 이와 관련하여 제가 제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한 편 써서 올렸습니다. 이 글을 같은 날 지인 D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퍼가게 되었고 이것을 희망동네에서 인지하고 난 후 ‘500만원’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9월 20일에 다음카페와 페이스북을 통하여 <동작구 마을만들기 집담회 진행관련 ‘양승렬’씨의 악의적 비난에 대한 희망동네의 입장>(이하 희망동네 입장글)이 발표되었습니다.
☞양승렬의 글: (2012년 9월 11일 게시)
☞희망동네 입장글: (2012년 9월 20일 게시)
http://cafe.daum.net/hopedongjak/9bBp/1007
여기에서 ‘500만원’과 관련된 내용은 순전히 저의 불찰입니다. 사실관계 확인의 불철저함이고 글쓰기에서의 미숙함이 화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결코 어떤 악의적인 의도가 깔려있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저도 관심을 가지고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과 관련하여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주시하고 있는데 서울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각 자치구별로 현장조사, 멘토링 등의 사업을 위해서 500만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들었고 그러한 역할을 동작구에서는 희망동네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저의 착오가 발생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현장조사, 멘토링 등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기초와 토대를 닦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혹여나 희망동네가 그 역할을 한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동작구청에서 그 예산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저는 동작구에서 처음 기획되는 <마을공동체 집담회>가 동작구청(관)과 희망동네(민)가 함께 진행한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너른 사전홍보와 참여자 모집을 바라는 글을 쓴 것입니다. 어쨌든 본래의 제 의도와 달리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뜻이 다르게 전달되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글을 쓴 저의 책임이고 잘못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9월 13일 다음과 같은 댓글을 저의 페이스북과 D씨의 블로그에 직접 달았습니다.
이 글의 요지는 마을공동체만들기 집담회 준비단계에서 나타난 홍보의 부실함과 참여구성원 모집의 한계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의 내용 중 사업비 500만원의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현재 확인되지 않은 부분임을 알려드립니다. 명징하지 못한 부분이 포함된 점 사과드립니다. -양승렬
이 정도에서 이 일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9월 20일, 희망동네 사무국장님의 페이스북과 희망동네 다음카페에 <동작구 마을만들기 집담회 진행관련 ‘양승렬’씨의 악의적 비난에 대한 희망동네의 입장>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500만원’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입장의 차이와 생각의 다름 때문에 생긴 간극이라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행을 담당하는 쪽과 거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희망동네의 입장글을 보면서 의아한 부분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이 글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싸움을 유발하려는 것인지 사뭇 분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그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서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없이 대뜸 제 이름 석 자가 인터넷상에 거론되고 여기에 ‘명예훼손’, ‘고소고발’, ‘악의적인 비난’, ‘무례함’ 등의 날선 단어가 등장하자 저도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글에 대해 이견을 피력하는 글이라면 먼저 그 상대방의 글을 사람들이 알게끔 하고나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사람들에게 비교대상, 반박대상을 제시해 주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오해를 미연에 차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제가 쓴 글은 300여 명의 제 페이스북 친구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된 글이었고 제 글을 퍼간 블로그도 D씨의 블로그 한 곳에 머물렀습니다. 장문의 희망동네 입장글을 보면서 제가 쓴 글에 대한 간단한 링크 하나 없이 토막토막 분해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또 희망동네 입장글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들어있었습니다. 제가 희망동네의 연락을 받은 것은 9월 13일 새벽 2시 18분에 희망동네 사무국장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한밤중에 대뜸 “싸가지 없는...”으로 시작하는 전화 통화가 제대로 된 연락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통화로 몇 마디를 나누다가 좀 이상하여 술을 드셨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셔서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 연달아 4번의 전화가 왔지만 저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피할정도로자신감이없냐?명훼손으로문제될거야..비겁하기는^^”, “젊은놈이싸가지가없던용기가없던둘중의하나만해야지”라는 2통의 문자메시지가 희망동네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왔습니다. 이 모든 게 9월 13일 새벽에 이루어진 연락입니다. 저는 이것도 제대로 된 연락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9월 17일 오전 11시 24분에 02-817-6684 번으로 전화가 1통 걸려왔고 저는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를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이게 희망동네 사무실 번호인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제가 다시 전화를 걸 수도 있는 문제지만 9월 13일 한밤중 전화에 놀랐던 저는 제 휴대폰에 통화중 녹음이 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난 후에 통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연락은 없었습니다. 또 양승렬과 몇몇 청년들이 희망동네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내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였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저에 대한 명예훼손 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2009년부터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해온 독거노인도배봉사소모임 <희망의 집>에 대해 앞뒤 맥락 없이 희망동네에서 떼어놓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쓴 것은 그 참여자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의 집>은 지난 7월 29일에 총회(8명 참석)를 거쳐서 희망동네와 분리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독기가 가득 느껴지는 희망동네 입장글을 보면서 저는 2배쯤 더 독기를 품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곧장 그동안의 관련된 글들을 갈무리하고 희망동네 사무국장님에게 받은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정리하여 변호사를 만나 법률적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희망동네 사무국장님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감정이 격앙되었으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치적, 금전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혀야겠다고 다짐했음을 고백합니다. 이렇듯이 배수진을 쳐놓고 어서 희망동네가 고소고발을 취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멈추게 하고, 사나운 말은 노여움을 불러일으킨다. -잠언-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를 말렸고 결국 저를 설득시켰습니다. 희망동네 입장글을 보고나서 저에게 조언을 주기 위해 다가왔던 사람들에게 저는 단호히 싸울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독기 가득한 제 얼굴을 보면서 어느 누구도 여기에 동의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너의 잘못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의 잘못이 아닌 것도 아니다...”
저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차피 ‘양승렬’ 저 자신이 고소고발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저 혼자서 부닥쳐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왜 제 뜻에 반대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너에게 남을지 잘 생각해 봐라...”
“이것이 너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며 이것은 네가 하고 있는 활동과
거기에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관계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역운동이다...”
“네가 이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지 못한다면 너는 지역운동이라는 것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가까운 지인에서부터 다른 지역의 명망가,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 다들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최악의 방법으로 지역에서 싸우려는 태도는 결코 옳지 않다'는 충고에 대해 저는 며칠 동안 정말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술도 많이 마시고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오해의 빌미를 제공한 사실에 대해서 명백하게 사과를 드리고 그것을 풀 수 있도록 한 걸음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 집담회> 전에 희망동네를 먼저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소개를 드리지 못한 것도 제가 빠트린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찰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작업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일기에 적는 내밀한 비밀 같은 것은 남들은 모르고 자기만 아는 사실이지만, 반대로 남들이 말해주기 전에는 결코 깨닫지 못하는 자기의 모습도 있습니다.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요모조모 살펴봄으로써 평소에는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도 있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려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자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대화라는 방법은 매우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왜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그동안에 어떤 오해가 켜켜이 쌓여 있었는지 말입니다. 서로 너무나 다르다면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서로를 마주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금명간에 희망동네 정영구 대표님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500만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가위를 지난 어느 선선한 가을밤에... 양승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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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잘 해결된건가요 ?? 잘 해결되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