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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님 글입니다.
갑작스런 부고를 전합니다.
2007년 제주해군기지 싸움을 앞장서서 함께한 강정주민 최용범씨가 오늘(2021년, 7월 14일) 오전 7시30분경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9년부터 마을회 감사로 2013년부터는 마을회 부회장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와 함께 했고, 농민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2019~2021년에 서귀포농민회 회장직을 역임하였고, 2022년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 부의장으로 활약하며 무관세 무검역 CPTPP 반대 투쟁을 하였습니다.
아까운 젊은 목숨이 사라짐에 황망하여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부디 고인의 영면을 빕니다.
장례식장: 한빛 장례식장
입관: 오늘 오후 5시 서귀포의료원 영안실
일포: 내일 15일 한빛장례식장
발인: 16일 오전 7시 15분 서귀포 의료원 영안실
화장: 16일 오전 9시 30분 양지공원
안치: 돈네코 서귀포추모공원
마음전하실곳: 농협 356-0620-3942-93 강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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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범을 보내고 하루가 지난다. 아직 실감 안날 가족들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함께 싸웠던 사람이 영원히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참 힘든 과정이다. 그래도 세세한 기억을 떠올리며 추모할수록 슬픔도 커지지만 마음에 지지대가 세워지는 것같다. 그래서 추모식은 살아남을 자들의 의지를 세우는 작업일 것이다.
추모사
참으로 속절없는 세월입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시작된 2007년 5월 18일부터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최용범 동지는 당시 42세의 청년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우리 강정주민들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열심히만 살면 최고의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농부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우리를 속이고 국가가 주민을 속이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정하고 그릇된 것을 바로잡고, 정의로운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최용범 동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누구나 제각각 열심히 투쟁을 하였지만 궂은일을 함께 하여야 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최용범 동지는 마을회 감사와 부회장 역을 기꺼이 떠맡으며 저와 조경철 회장을 도와 함께 마을회를 이끌었습니다.
돌아보면 제주해군기지 투쟁은 참으로 많은 것을 내어준 투쟁이기도 했지만 보석과도 같은 사람을 얻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최용범 동지가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최용범 동지는 제주해군기지 투쟁을 통해 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역부터 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귀포 농민회에 가입하였고 2018년에서 2019년까지는 서귀포 농민회 부회장을,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농민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전국농민회 총연맹 제주도연맹 부의장직을 수락하며 무관세 무검역을 추진하는 CPTPP 가입저지 운동에 헌신하였습니다.
최용범 동지는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나서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효자이기도 합니다. 슬하에 2남 1녀 세 자녀의 아버지로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았고 배우자인 강문신 전 서귀포여농회 회장과는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잉꼬부부이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가장으로의 역할과 사회적 일꾼으로서의 역할 그 어느 하나라도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하려던 최용범 동지가 이렇게 속절없이 세상을 뜨게 되어 참으로 황망하고 슬프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인생이 덧없이 짧아 산천이 그대로이건만 사람만이 스러져간다는 모습을 그린 문구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주도는 하루가 다르게 산천의 모습이 파괴되어가고 있습니다. 10년 전 20년 전에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 눈에도 과거의 풍광을 찾기 힘들다 말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개발광풍은 제주도 파괴를 멈출줄 모릅니다. 제2공항 문제는 그 정점에 해당하는 사업입니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와 세계적 자원전쟁이 점점 더 격화되는 시대에 농업을 지키는 일은 인류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박한 시기에 자신의 안위만을 내세우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궂은일을 떠맡아준 최용범 동지를 하늘이 거두어 간 현실이 너무 야속하여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이 땅의 농업과 민중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최용범 동지가 솔선수범하여 보여준 시대정신과 희생정신을 여기 모인 모두가 가슴 깊이 새길 것입니다. 그리하여 동지가 이루려했던 농민해방세상을 향해 힘차게 손에 손을 맞잡고 걸어가겠습니다.
최용범 동지여 부디 영면하소서!
그러나 살아 돌아오소서! 투쟁의 기운으로 살아 돌아오소서!
하늘에서 지하에서 뭍에서 물위에서 우리가 숨을 쉬는 호흡과 공기를 통해 우리와 함께 하소서!
다함께 어우러지고 굳게 결속하여 전진하는 농민회의 깃발이 되소서!
동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표상으로 세우는 인사를 투쟁의 구호로 대신하겠습니다. 투쟁!
2022. 07. 16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 강동균”
(고권일 공동대표님 페북)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림니다. 바쁘신 상황에서도 소중한 맘으로 제 남편 장례식에 따뜻한 위로와 조의를 베풀어주심에 머리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림니다. 뜻하지않게 너무도 갑작스럽게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없어 예의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몸과 맘이 황망중이라 이렇게글로 대신함을 넓은 헤아림으로 이해주시고 덕분에 큰힘을 얻어 장례를 무사히 잘치루었습니다.고맙습니다 각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길 바람니다
최용범 처 강문신 올림"
사진: 고권일 (출처: 2015년 6월 오키나와 현민대회에서 발언하는 최용범 당시 마을부회장 https://cafe.daum.net/peacekj/GeUj/394 )
사진: 이상, 2021년
사진: 미상/ 전달: 고권일
사진: 미상/ 전달: 고권일
사진: 미상/ 전달: 최혜영
사진: 미상/ 전달: 최혜영
사진: 미상/ 전달: 최혜영
사진: 미상/ 전달: 최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