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네스트> 보도
자료
연극이 끝난 후
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
안톤 체홉 지음 | 문석우 옮김 | 264쪽 |
12,000원 | 소설 | 9791186430125
(03890) |
신국판 변형 (150*220mm) | 2015년 12월 28일 출간 | 써네스트
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
단편문학의 거장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들 중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골라서 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으로 만든 책이다.
체홉의 글은 간결함과 중의적 표현이 함께 어울려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청소년 및 아동을 주인공으로 하는 글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 중의적 표현에는 색다른 방법이 보여진다. 청소년 및 아이들의 눈에서 볼 때와 어른들의 눈에서 볼 때를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들 단편소설들의 특징이다.
책의 특징과 의의
이 책은 작가 체홉이 어린이 및 청소년과 함께 성인 독자층까지도 염두에 두고 창작한 텍스트를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라는 용어로 사용하여 편집하였다.
청소년을 위해 쓴 이야기에서 어른은 관찰자일 뿐 결코 아동 자신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화자(서술자)를 내세워 그들의 생활을 묘사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일상이란 이젠 어른이 된 작가가 자기 관점에 따라 필요한 장면만을 선택해서 재구성한 일상이라고 보면 된다.
청소년을 위한 체홉의 이야기에서 서사 전략으로 사용된 꿈들은 청소년의 소원을 실현하는 장소이며, 부재하는 것들과 만나고, 소망하는 것들을 이루는 계기로 작용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꿈을 통해서 내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여 순수성으로 돌아가서 간절하게 바래온 의미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창조적 충동’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러한 꿈의 기능은 체홉이 유년시절에 겪었던 자신의 체험과 관련이 있다. 체홉은 꿈의 세계를 통해 소원을 성취하거나 순수한 동심을 표출하고 인간성을 지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분명 청소년을 위한 체홉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힘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나쟈는 대학생 그루즈예프에 대해, 그의 사랑과 자신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럴수록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들이 희미해져갈 뿐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생각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거리, 연필, 피아노에 대해서도 동시에 생각을 하느라고 말이다…….
그녀가 기쁨에 넘쳐 다시 실마리를 잡기 시작하자, 모든 것들이 멋지고 훌륭하게 느껴졌다. 기쁨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며,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것들이 더 좋아질 거라고. 곧 봄이 되고, 여름이 오면, 엄마와 함께 고르비끼에 갈 것이고, 고르니도 휴가를 얻어 찾아와서 그녀와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사랑을 구애하게 될 거라고. 게다가 그루즈예프도 찾아올 것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 크로케를 하거나, 나인핀즈를 할 거야. 그리고 그녀에게 우스운 이야기나 신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나쟈는 정원과 어둠, 맑은 하늘과 별들을 열정적으로 원하게 될 것이다. 또 다시 웃느라고 나쟈의 어깨는 들썩거렸고, 방에서는 쑥 냄새가 풍겨왔으며, 창문에는 나뭇가지가 부딪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로 다가가 침대 위에 앉아서 그녀를 내리누르는 엄청난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 침대의 등받이 부분에 걸려 있는 성화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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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난 후> 중에서
“어이, 꼬마야. 네가 굴을 먹는다고? 정말이야? 이거 재미있는데! 네가 먹는 것을 한번 구경해 볼까!”
나는 누군가의 억센 손이 휘황찬란하게 밝은 음식점 안으로 끌고 간 걸 기억하고 있다. 금방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어 무척 신기한 듯이 웃고 떠들며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뭔가 미끈거리며 찝찔하고 물컹거리고 퀴퀴한 것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보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씹지도 않고 정신없이 그것을 삼켰다. 눈을 뜨면 아마 틀림없이 번들번들 빛나는 눈알과 집게발과 날카로운 이빨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갑자기 뭔가 딱딱한 것을 씹기 시작했다. 내 입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하하! 이 아이는 껍질까지 먹는군!”
모두들 웃었다.
-<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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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1860 ~1904)
안톤 체홉은 셰익스피어와 비교될 만한 세계적인 극작가이며, 러시아의 모파상이라고 불리는 19세기 러시아의 마지막 산문작가이며, 의사이기도 했다.
그는 짧은 생애동안 600여 편의 작품을 썼으며, 산문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대략 8500여명에 이른다. 그들은 소시민이거나 잡계급 계층 사람들, 인텔리겐차 등이며, 그 중에서도 아동은 늘 즐거운 기분에 빠져있으면서도 가장 쓸모 있고 필요한 존재로서 거의 300명에 이른다고 체홉연구가 그로모프는 말했다.
체홉은 인간의 평범한 삶에서 계속되는 일상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삶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애썼던 작가에 속한다. 1890년에 사할린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사회적인 비판의식이 성숙되어 가면서 톨스토이의 문학적 경향에 반대하고 사회악이나 사회적인 복잡한 문제 등을 다룬 중편소설들을 발표했다. 후기에 들어서는 희곡작품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점차 몰락해가는 구 귀족들이나 인텔리겐차의 정신적 상실을 보여주면서도 밝은 미래를 예감하는 호소력 있는 연극들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특히 톨스토이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체홉의 심리주의 묘사는 절정에 이르러 이후의 현대 러시아산문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체홉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도 20세기 러시아현대문학을 열었던 고리키에게 전수되었다.
체홉은 1860년 1월 17일에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그에서 5남 1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모스크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시절에 학비를 위해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1881~1887년까지 안또샤 체혼떼, 아. 체혼떼, 환자 없는 의사, 성미 급한 사람, 내 형의 아우, 지라가 없는 사람 등의 필명을 사용했다.
지방자치회 병원에서 한때 의사로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1886년부터 톨스토이 사상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1888년에 크리미아, 카프카즈, 우크라이나 여행하고 와서 단편집 『아동들』을 발표했다. 1890년 4~7월 사할린 여행하고 이듬해에 『사할린 섬』을 집필했다. 1894년에 톨스토이주의와 결별을 선언했고, 건강이 악화되어 크리미아로 여행해서 얄타에 머물렀다
1895~1901년에 희곡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을 발표하었다. 1904년 아내와 독일로 요양 차 떠나 남부독일의 광천지 바덴바일러에서 7월에 사망했고, 7월 9일, 모스크바 노보제비치이 수도원 묘지에 안치되었다.
옮긴이
문석우(文錫禹)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한국러시아문학회 및 한국우크라이나학회 회장역임.
조선대학교 외국어대학 러시아어과 교수.
주요저서: 『안똔 체홉: 새로운 형식을 위하여』, 『체홉의 소설과 문학세계』,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 『한-러 사전』 외 다수.
주요역서: 『러시아 문화와 아방가르드』, 『우리 시대의 영웅』, 『러시아문학 오디세이』 등 다수.
주요논문: “러시아의 기행문학: 체홉의 사할린 여행과 의미”, “체홉의 아동을 위한 텍스트에 나타난 서사구조” 등 다수.
차례
옮긴이의 말 4
연극이 끝난 후........................................................... 12
소년들..................................................................... 17
3등 문관.................................................................. 26
사건........................................................................ 50
굴. 58
고전어시험에서 생긴 일.................................................. 64
교활한 소년............................................................... 69
가정교사................................................................... 73
드라마(劇)에 대하여...................................................... 78
제 정신이 아니야!........................................................ 83
노인들과 불치병환자를 위한 안식처에서................................ 86
식모가 시집간다네!....................................................... 92
집안의 가장.............................................................. 100
아이들.................................................................... 106
반카...................................................................... 114
그리샤.................................................................... 120
이반 마트베이치......................................................... 125
도시근교에서의 하루.................................................... 133
하찮은 일................................................................ 142
성주간 전날 밤.......................................................... 151
고난 주일에.............................................................. 158
발로쟈.................................................................... 165
지노츠카................................................................. 183
카쉬탄카................................................................. 192
도망자.................................................................... 219
집에서.................................................................... 229
자고 싶다!............................................................... 243
흰 눈 점박이강아지..................................................... 252
기숙여학교 학생 나젠카 N의 방학숙제............................... 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