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앙에서 '솔라'는 유명하다. 보통 '파이브 솔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Solus Christus, 곧 '오직 그리스도'를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네 교회는 그 누구도 (소수의 다원주의/혼합주의자들을 제외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만 구원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신학교 다닐 때 교의학 시간에 우리가 교수님을 통해 배운 중요한 말에 이런 것이 있다. "sola는 항상 tota와 함께 말해져야 한다." 이는 정말로 그러하다.
우리네 교회는 그 누구도 "오직 예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전체 예수"인가?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예수"라는 이름, 곧 구원자를 설명할 때(11주일), 예수께'만' 구원이 있다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예수 '외에 다른 곳에서도' 구원을 찾는 이는 이 예수를 믿는 이가 아니라고 첨언한다. 즉 예수를 믿는다는 말은 구원이 '예수께만' 있다고 믿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예수가 구원의 전부'라는 사실도 함께 믿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주일학교에서 흔히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에이, 전도사님! 당연히 복음이 아이들을 변화시키지요!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이 듣지 않아요!" 그리고 중고등부 사역자들은 거의 언제나 이런 이야기를 부장들에게서, 강습회에서 듣게 된다. "아이들을 진실로 변화시키는 것은 교사의 정성! 교사의 열정입니다!"
이런 태도가 정말로 totus christus 의 태도인가? 이런 태도가 정말로 '예수 안에 구원의 전체가 있다고' 믿는 태도인가? 아니, 사실은 제아무리 복음이 좋아본들, 재미가 없거나, 교사의 정성이 없다면, 그 복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때의 그리스도는 결코 "전체"가 아니다. 항상 '덧붙여져야만 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부족한 그리스도일 뿐이다.
우리는 복음이 '전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여기 '전제된다'는 것은 "이미 있다고 가정했으니, 이제는 그 다음 것을 합시다"라는 의미이다. 나는 신학교 입학 때 실제 목사님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흔히 들었다. 입학 문답에서 "당신은 어떤 목회를 하고 싶은가?"라고들 질문하는데, 나는 "저는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하는 말씀 사역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때 돌아온 목사님의 대답은 "그런 거 말고"였다.
당연히 그 목사님이 설교가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건 "설교는 누구나 다 하는 거고"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내 옆에 있던 다른 응시자는 "저는 청소년 사역을 하고 싶습니다"라거나 "저는 노인사역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서, 그 목사님의 흡족한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복음이 '전제'되는 것, 그래서 "이제 복음은 갖추어졌으니 그 다음 것을 합시다"라고 말할 때, 반드시 복음은 뒷방 늙은이가 되고 만다.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프로그램'이 되고 만다. 내 말이 과장인가? 실제 지금의 교회들이 온통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건,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실감할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도르트 회의 당시 아르미니안들의 주장이었다. 둘째 교리에서 도르트 신조가 '제한속죄 교리'로 반박했을 때의 아르미니안의 주장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온 세계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즉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은 '전제'되었고, 곧 온 세계의 모든 사람을 위해 거저 주어졌고, 그 다음, 그렇다면 실제로 구원을 받는 것은 '이제 각각의 사람들이 그 구원의 혜택을 집어드는 것'이었다. 즉 이제 아무도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필요없게 되었다. 그건 '전제'되어 있는 것이고, 실제로 중요한 것은 '내가 그것을 집어드느냐'가 된 것이다.
Sola 는 Tota 가 없으면 헛되다.
그리스도께서 제아무리 "오직"이라고 불려봤자, 그분이 "전체"가 되지 않으시면, 우리는 언제든 그리스도를 '전제'해 놓고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을 찾을 것이다. 지금 우리들 교회 속에 온통 교육학, 심리학, 상한 마음의 치료, MBTI 따위가 판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첫댓글 도르트와 알미니안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더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익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