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던 선재동자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이가 보현보살마하살이었는데,
보현보살은 선재동자에게 열 가지를 꼭 실천하라고 당부한다.
그 열 가지 내용은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 그 열 가지 내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에게 절을 올리고 공경하리다.
보현보살은 온 세상에 빼곡하게 부처님들이 계신다는 생각으로
늘 공손하고 정중하게 절을 할 것을 권하였다. 혼자 있을 때라도
곁에 부처님이 계신다는 생각으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삼가며,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역시
소중한 생명체이며 내 지혜를 성숙시켜 줄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둘째, 부처님이 쌓아 온 공덕을 찬탄하리다.
인류의 스승인 부처님이 어떤 선하고 바른 일을 해 오셨는지를
잘 알고,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찬탄해야 한다. 다른 이의 선행과 공덕을 찬탄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이 밝고 가벼워지며, 세상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셋째, 모든 부처님께 두루 공양 올리오리다
공양을 올린다는 말은 상대방을 존경하여 자신이 가진 귀한 것을
지극히 기쁜 마음으로 선물해 올린다는 뜻이다. 부처님의 공덕을 말과 마음으로
찬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기리는 일이다.
절에서는 육법공양이라고 해서 불보살님께 여섯가지 공양물을 올린다.
이 여섯가지 공양물이란 향, 등, 꽃, 과일, 차,쌀을 말한다.
이렇게 공양물을 올리는 것은 재공양이라고 한다.
불자들은 부처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여섯 가지 공양물을
올리지만, 정작 부처님이 원하는 공양은 따로 있다. 바로 법공양이다.
법공양은 지혜롭게 생활하며, 법문의 내용대로 실천하고, 이웃을 위해 나누고,
배려하며 함께 선업을 짓는 것 등을 가리킨다.
「보현행원품」에서는 법공양의 공덕이 재공양의 공덕보다 더 크다고 밝히고 있다.
넷째, 제가 지은 모든 악업과 업장을 참회하리다.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올린 뒤에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마음속에 번뇌가 가득 차 있으면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들어도 소용이 없다.
좋은 법문을 듣고 그 가르침을 담기 위해서는 마음에 쌓여있는 업장을
비워내야 한다. 그래서 참회가 필요하다. 참회는 지금까지 지어 온 악업을
진심으로 뉘우침과 동시에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통해 죄의식에서 자유로워져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다섯째, 다른 이가 지은 공덕을 함께 기뻐하리다.
부처님 뿐만 아니라 세상의 온갖 생명체가 애써 지은 선업을 하나하나 알아내서 그것을
자기가 지은 선행인 양 기뻐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에서 그늘이 사라지고,
가뿐해져 밝고 올바른 일을 하며 인생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생길 것이다.
여섯째, 불보살님께 설법하여 주실 것을 청하오리다.
이제 본격적으로 법문을 들을 순서다. 지금 석가모니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에 들어
법신으로 계시지만, 그 가르침은 경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각 사찰에서 열리는
법회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스님들의 법문으로 전해진다. 그 법문을 듣기 위해
달려가야 하며, 법문을 들려주실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일곱째,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물러 주실 것을 청하오리다.
우리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 주고 불보살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부처님이 늘 곁에 머무시며 괴롭고 외로운 자신을 격려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야 한다. 그 바람은 자신이 앞으로도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여덟째, 언제나 부처님처럼 행동하고 부처님을 배우오리다.
언제까지나 불보살님을 찬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어떤 선업을 쌓고
어떻게 수행하셨으며 이웃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셨는지를 차분히 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하나하나 따라 해야 한다. 부처님처럼 행동하고 부처님처럼 말하고
부처님처럼 마음을 먹는 일은 우리를 인생의 진짜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해 줄 것이다.
아홉째, 언제나 이웃을 위해 일하고, 이웃과 함께하리다.
그동안 부처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품고 수행했다면 이제는 내 이웃을 향해
품을 활짝 열어야 한다. 아직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벗지 못한 이웃을 비웃거나
피하지 않고, 이웃의 삶 속으로 기꺼이 뛰어 들어가 그들을 위해 함께 일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보살심을 품는 것이다. 내가 이토록 간절히 기도하고 수행하는 것은
나와 이웃과 세상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함이었음을 잊지 않고, 이웃을 배척하기보다는
따뜻하게 품으며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보살의 삶이다.
열째, 모든 공덕을 세상을 향해 회향하리다.
처음에는 내 자신의 번민을 이기지 못해 부처님 가르침으로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세상의
고통을 나눠 짊어지는 수행자가 되었다.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내 공부라는 생각으로
지내면서 선업의 공덕을 쌓았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한결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면 이는
전부 이웃 덕분이다. 세상이 있어 내 공부가 깊어지고 행복해졌음을 알고 그 공을 이웃에게
돌리는 것이 보살이 품어야 할 열 번째 마음가짐이다.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을 뒤 세상으로 뛰어드셨다. 성불의 공덕을 세상에 돌리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다. 한 사람의 성인은 이렇게 이웃과 사회에 기쁨을 주고 세상을 고통과 악에서
구제한다.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들려준 열 가지 실천 덕목(행원)을 따라서 실천한다면
우리도 어느 사이 부처님의 경지에 한결 다가서게 된다. 그러면 내가 이미 부처님이었고,
앞으로도 부처님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확인하게 될 것이다.
- 불교입문, 조계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