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 : 1978년 (미국)
감 독 : 리처드 아텐보로 Richard Attenborough
주 연 : 안소니 홉킨스 / 앤 마가렛 / 버거스 메레디스
줄거리 : 싸구려 클럽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마술사이자 복화술사인 코키(안소니 홉킨스 분)는 자신감도 없고, 언어구사력도 없고, 창조력도 부족한 초라한 인물이지만 발버릇이 상스러운 복화술 인형 패츠에게 감정이입이 되면 돌연 그의 공연은 활기를 띠게 된다. 그런 코키의 재능을 알아챈 매니저 벤 그린(버거스 메레디스 분)의 도움으로 코키는 나이트클럽 순회공연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실패자의 나락에서 올라와 성공을 거머쥔 코키는 그러나 편집증 증세가 심해져가고, 일생 일대의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는 TV 출연 제의를 받지만 계약서에 건강진단을 첨부하라는 조항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편집증 증세가 탄로날까봐 고향으로 도망쳐 어린 시절 그의 여자친구였던 패기 앤 스노우(앤 마가렛 분)에게로 간다. 코키는 패기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다시 그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점점 더 정신분열이 심해지면서 복화술 인형인 패츠의 성격이 코키의 성격을 압도하기에 이른다. 마침 코키를 데려가기 위해 매니저가 코키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오자 패츠는 그의 비밀이 발설되지 않게 하라며 매니저를 죽이라고 강요한다....
주 제 : 윌리엄 골드만의 베스트 셀러 소설을 그 자신이 직접 각색한 <매직>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처럼 다중성격을 가진 정신이상자를 그린 공포 영화다. 이 작품은 소심하고 자신감도 없으며, 매력이라고는 눈을 씼고 찾아봐도 없는 성격을 가진 복화술사가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그의 다른 성격을 인형에 투사시키면서 성공의 길을 걷게 되지만 인형의 성격이 밖으로 드러난 소심함을 잠식해가면서 포악한 살인자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리처드 아텐보로 감독은 모든 장면을 엄격하게 계획하고, 면도날처럼 정확한 편집을 통해 극한의 공포감을 선사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복화술사인 코키가 건강진단을 피해 도망치는 상황으로 전개시킴으로 해서 초반의 초자연적이고 공포스런 분위기가 적지 않게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감상 포인트 : 이 작품은 <양들의 침묵>, <한니발> 등의 작품에서 엽기적인 살인마를 연기했던 영국의 연기파 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무엇보다도 압권인 영화다.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로 무대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밖에 그다지 내세울 게 없었던 안소니 홉킨스는 이 작품으로 성격파 배우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복화술 인형 패츠로 돌변했을 때의 비음섞인, 그러나 힘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신경을 긁으며,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밖에도 함께 공연을 펼친 앤 마가렛의 천연덕스러운 시골여자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감 독 : 리처드 아텐보로 경은 영국의 가장 존경받는 배우이자 감독 가운데 한 사람이다. 캠브리지 대학 학장의 아들로 태어난 아텐보로는 취미삼아 12살부터 영화일을 시작했다. 1941년 런던의 왕립 드라마 예술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는 유진 오닐의 <아, 황야 Ah, Wildness>로 첫 번째 무대경험을 쌓는다. 이후 <젊은 선원>, 데이비드 린 감독의 <토린 호의 운명> 등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데, <기니 돼지>에서는 26세의 나이로 13살의 어린 학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출연작으로는 <마술상자>(1951), <치욕으로 죽은 배>(1955), <이등병의 전진>(1956), <대탈주>(1963), <비오는 날의 음모>(1964), <산 파블로>(1966) 등이 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주라기 공원>(1993)에서는 끔찍한 재앙 속으로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백만장장 존 해몬드 역을 연기했으며, 속편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 외에도 <34번가의 기적>, <엘리자베스>(1998)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풍자적인 반전 코미디 <오 멋진 전쟁이여>(1969)로 감독 데뷔한 리처드 아텐보로는 이후 <젊은 날의 처칠>(1972), <머나먼 다리>(1977) 등 서사적이고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주로 연출해왔다. 그리고 1982년 아텐보로 감독은 20여년을 품어왔던 꿈을 실현시키게 되는데, 바로 초대작 전기영화 <간디>가 그것이다. 간디의 장례식 한 위해 30만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을 만큼 엄청난 물량과 인력을 쏟아부은 이 작품은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휩쓸게 되었고, 간디에 매료된 아텐보로는 ‘간디를 찾아서’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 주목할 만한 그의 감독작으로는 인종차별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자유의 열정> (1987),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코미디언이자 천재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전기영화인 <채플린>(1992), 작가인 C.S 루이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새도우 랜드> (1993) 등이 있다.
1976년 영화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은 아텐보로 경은 십여개가 넘는 단체의 회장으로 있으면서, 영국의 근육 장애증 퇴치운동을 펼치는 등 열정적인 사회운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