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기 중형 세단의 후측면 모습이 거의 엇비슷해지고 있다. C필러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경사지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이 유행이다.
전 세계적인 SUV 열풍에 살아남기 위한 세단의 생존 방법이라고나 할까. 스포티하게 튀지 않고서는 예전 누리던 중형 세단의 인기를 만회하기 어려워서다. 중형 세단은 2010년 초만 해도 가장 인기있는 세그먼트였다. 2010년대 중반부터 SUV 열풍에 밀려 시장 1위 자리를 내 준 형편이다.
SUV는 효율성 좋은 파워트레인이 속속 개발되면서 연비가 좋아진데다 넓은 적재 공간과 쾌적한 시야까지 갖추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UV 돌풍에 맞서기 위해 중많은 세단들이 스포츠카와 같은 스타일을 살린 패스트백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
SUV에 맞서기 위한 중형 세단의 고유 영역은 주행 안정성, 편안함 등이다. 이런 세단 특성에 ‘패스트백’이라는 스포티한 디자인을 첨가하기 시작했다.
패스트백 디자인의 시작은 2004년 나온 벤츠 4도어 CLS다. 당시 CLS 측면 디자인은 기존 세단에서 볼 수 없는 날렵하게 떨어지는 형태로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국내에서 이런 패스트백 디자인을 유행 시킨 장본인은 2010년 출시된 아우디 A7이다. 이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서 시작된 디자인이 대중차 브랜드까지 퍼지게 됐다. 2008년 나온 폴크스바겐 CC가 선두 주자다.
패스트백 디자인은 일반적인 세단(노치백-엔진룸, 객실, 트렁크의 구분이 뚜렷한 스타일)과 달리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매끈하게 이어진다. 덕분에 에어로 다미나믹에선 상당한 이점을 갖는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서 트렁크 리드 뒤쪽에 와류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트렁크 리드 부분을 리어 스포일러 형태로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신 스포츠카 처럼 앞좌석 중심으로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2열 공간이나 트렁크와 같이 실용적인 부분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쏘나타의 경우 이전 모델에 비해 전고를 30mm 낮췄다. 거기에 날렵한 루프라인을 더해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용한 덕에 헤드룸이 좁아졌다. 신형 쏘나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형보다 35mm 더 길어진 휠베이스를 헤드룸 확보를 위해 사용했다. 방석을 앞으로 당겨 헤드룸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휠베이스가 길어졌지만 2열 무릎 공간은 이전 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손해를 본 것은 2열 공간뿐이 아니다. 쏘나타 후면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는 유리가 길게 트렁크를 파고 든 점이다. 이런 이유로 신형 쏘나타의 트렁크 입구는 무척 좁아졌다. 아무리 실내 공간을 잘 뽑아내는 현대차라고 하더라도 태생의 한계는 이겨내지 못했다. 입구가 작은 트렁크는 적재 용량이 크더라도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부피가 큰 여행용 캐리어나 요즘 유행하는 대형 유모차를 싣기 어렵다.
쏘나타와 경쟁관계에 있는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와 토요타 캠리 또한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택했다. 알티마는 쏘나타보다 반기 앞선 지난해 하반기, 어코드는 지난해 상반기, 캠리는 2017년에 출시됐다.
신형 쏘나타의 전고와 전폭은 각각 1445mm, 1860mm으로 낮고 넓다. 쏘나타보다 1년 가량 먼저 출시된 혼다 어코드(전고 1450mm, 전폭 1860mm)나 대중차로 패스트백 유행을 먼저 만들어낸 토요타 캠리(전고 1445mm, 전폭 1840mm)와 비슷한 비례의 디자인이다. 쏘나타 디자인은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따른 결과인 셈이다. 신형 쏘나타의 스포티한 디자인은 ‘트렌드 세터’가 아닌 ‘패스트 팔로어’ 개념이 강하다.
쏘나타는 지금까지 중산층을 상징하는 패밀리카 이미지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SUV와 준대형 세단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쏘나타=택시”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소비자 머리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신형 쏘나타 발표현장에서 이상엽 현대차 총괄 디자이너는 “쏘나타는 이제 더 이상 국민차나 아빠차가 아니여도 좋다”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도로를 누비는 쿠페 스타일의 세단이 바로 쏘나타의 정체성이다”고 밝힌 바 있다. 쏘나타가 속한 대중 중형 세단 시장은 늘 화려한 기교보다 탄탄한 기본기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엔진 관련 소음 및 진동 문제로 삐그덕거리는 쏘나타의 올해 판매 목표는 7만대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글로벌 판매의 회복이 더 시급해 보인다. 쏘나타는 미국 시장에서 2012년 23만605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쏘나타는 10만5118대를 팔며 미국 중형세단 판매 6위로 급추락했다. 늘 3,4위를 다투던 신세에서 하위권으로 처진 셈이다. 반면 1위를 기록한 토요타 캠리는 2018년 34만3439대, 2위 혼다 어코드는 29만1071대, 3위 닛산 알티마 20만9146대, 4위 포드 퓨전 17만3600대, 5위 쉐보레 말리부 14만4542대 순으로 나타났다.
8세대 쏘나타는 적어도 국내에서 영업용 택시 이미지를 벗고 트렌드를 쫓은 세련된 중형 세단으로 탈바꿈을 원한다. 쏘나타의 타깃 고객은 실 사용에서의 불편함보다 디자인적 멋을 우선시하는 30대 전후의 젊은 소비자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층 젊어진 쏘나타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아울러 미국에서 부활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