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혹은 맑게,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도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담배 한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 신세로,
칼날같은 바람이 부는 곳,들새가 가는 길,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랑길을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개 있으면 그만이다.
누가 산사나이를 리얼리스트라 부르던가.그가 설령 빈틈없는 계획을 짜내고 장비의 무게와 지도상의 거리를 측정하고 계산하며,실제적인 모든 준비를 갖추어 미지의 꿈을 현실화 해내는 용의주도한 실무가라 할지라도,그를 그렇게 몰아가는 근본 동기는 바로 산에 대한 그리움이며 설레임이 시키는 것이니 그럴 수만 있다면 한번 그의 가슴을 열어보라.
몽몽한 김이 서리는 활화산일 것이 분명하리니,알고 보면 그는 타고난 로맨티스트임에 틀림없다.얽메임을 싫어하고,굴레를 마다하며,빤질빤질하게 잔꾀를 부려 사람을 휘어잡는 그 치사함을 애시당초 꺼려하는,무엇보다 어둡고 칙칙힘을 질색하는 그는 나아가는 길목에서 쓰러질지언정 어쩔 수 없이 나아가는 사람,넘어서는 사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람이 인다.
가을 아침 먼동이 트면서 저기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