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포레스트 검프를 보여준다고 하셨을 때, 본적은 없지만 전부터 워낙 그 영화가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와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영화는 흰 깃털 하나가 바람의 흐름에 맡겨져 춤을 추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는것으로 시작된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 깃털은 검프의 신발 위로 살포시 내려 앉는다.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가 벤치에 앉아 옆에 앉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는것으로 영화의 막은 열린다. 검프는 지능도 낮고 다리까지 불편하지만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자란다. 등교 첫 날, 자신을 무시하고 놀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친절한 제니를 만나 실과 바늘같은 친구 사이로 지낸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피하여 도망치다 자신의 달리기 능력을 알게되고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 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학대로 '새가 되어 날아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불행하게 살았던 제니는 포크송 가수가 되기위해 방황하다 히피족이 되어 검프를 떠난다. 포레스트는 학교를 졸업한 뒤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여 위험에 처한 동료를 자신의 달리기 실력으로 구함으로써 전쟁영웅이 되고, 부상중에 또 알게 된 탁구실력으로 중국에서 열린 경기에 참가하며 유명인사가 된다. 이렇게 검프는 인종차별, 베트남전쟁, 케네디암살, 중미 핑퐁외교 등 20세기 미국 주요 사건들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 베트남전쟁 전우 댄 중위와 새우사업을 하면서 큰 돈을 벌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을 맛보기도 하고 친구 바바의 유가족들에게 돈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 뒤 어렵게 다시 만난 제니가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떠나버리자, 3년 동안 발길 닿는 대로 달린다. 마침내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제니를 만나 함께 살게 되지만, 제니는 병으로 곧 세상을 떠나버린다. 검프는 제니의 분신인 아들 포레스트 검프에게 자신이 배운 인생을 가르치며 잘 키운다. 아들 포레스트를 학교에 보내고 발 밑에서 하얀 깃털이 다시 천천히 날아오르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이 영화에 정말 재밌고 진지하고 인상깊었던 장면들이 많지만 난 그 중 제니와 검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프닝과 엔딩 장면의 깃털은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어하던 제니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특히 다 헤질때까지 소중히 신은 제니의 선물인 나이키 운동화 위에 깃털이 앉는 첫 장면을 처음엔 그냥 지나치고 말았었는데 영화가 마무리 될 때 다시 내게 확 다가왔다. 제니와 검프의 사랑은 내게 공감을 얻을 순 없었지만 검프의 어머니가 검프를 대하듯 검프의 제니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 여운을 남겼다. 그 깃털처럼 제니는 검프를 우연히 찾아오지만 언젠가 떠나버리기도 한다. 검프의 어머니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검프는 제니를 자신 운명 그대로 사랑하고 기다리고 보내준다. 머리는 나쁠지 모르지만 가슴만큼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검프가 날 감동시켰다. 장면들을 곱씹어보며 감상문을 쓰니 영화의 여운이 되살아난다. 시험끝나고 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