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불화로 인해 고통받고있는 분들을위해
이 이야기를 씁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하참..어이가없어서, 당신 나랑얘기좀해요.
지금 당신이 이렇게 술먹고 올 처지가 된다고 생각해!?? "
" 시끄러워 "
" 시끄러워?? 나참..하..하..어이가없어서 정말..
당신!! 이럴꺼면 나가서 돈벌을 궁리나해!!!!이렇게 매일
티비나 보면서 눌러붙어 사는데 돈이 들어와!??
내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언제까지 먹고싸고 놀꺼야!! "
" 시끄럽다했지 "
" 정말 당신 도대체 왜살아??어??
내가 먹여주고 이러니까 아무런 걱정없어보여!!??
다른 집엔 남편이 돈벌러 나간다니 뭐니 난리가났는데,
당신은 뭐야!!!여기가 하숙집이야??
후정말 지긋지긋해!!이놈의 가난!!! "
" 시끄럽다했지!!!!!!이년이 진짜!!!! "
쨍.
무언가 던져지는 소리..두귀를 꽈악막아도 결국은 들려오는,
내방 건너편의 두남녀의 목소리.
나를 키워주고 낳아주신 엄마아빠의 목소리.
밤12시.
겨우 중학생인 나에게 12시는 늦었다고 할수있는 시각.
내가 중학생이 된후로 안들렸던 적이없다.
정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는
두분의 싸우는소리, 무언가 던져지는소리, 엄마의 울음소리.
...
외동딸로 자라온 난 그 소리를 죽기보다 싫어했다.
괜스레 아빠가 늦게오는 날이면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봤지만,
그건 다 나의 헛짓에 불과했다.
....
........
그리고 그쯔음이였다. 내가 제일사랑하는 사람이 집을떠난건..
그러니까..날 낳아주신 엄마가 집을나가버린건.
마지막 짐을쌀때의 독기어린 엄마의 눈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수가없다.
물론 엄마가 어디살고있는지 쯤은 나도알고있다.
이 사실하나로 난 몇년을살았다.
...........
.....................
............................
→ 아빠,사랑합니다. 시작
" 윤영아!!!!!!일어나야지!!!!윤영아!!!!!
방학이라고 게으름 피우면 안되요!!벌써 일곱시다!!!
얼른 일어나서 밥먹어!!!!!!!!! "
부엌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내가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게 되버린 그 목소리.
..아빠의 목소리.
엄마가 집을떠난지도 3년이지났다.
난 고등학생이 되었고, 어느세 제법 키도자랐다.
난 엄마가 없는 삼년동안 매일밤 눈물을 삼키며 살아야했다.
그리고 엄마가 떠난 그날부터 난 아빠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
.........정말 지긋지긋하다.
오랜 궁핍한 생활에 가난과 하나가 되어버린 내몸..
내가 태어난 그때부터 우리집은 한도끝도없이 추락했다.
아니..애초부터 가난했으니 이건 정정한다.
난 처음에 가난이 아무것도 아닌줄알았다.
그냥 가족의 사랑이면 가난쯤이야 물리칠수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 생각과는 전혀다른곳으로 진행됬다.
아빠의 도박.
한번 도박에 맛을들인 아빠는 한달에 몇천만원씩 헛돈으로
날려버리곤 했다.
그리고 곱게자랐던 우리엄마가 일을 나간것도
몇천만원씩 날린탓에 쌓여버린 빛을 갚기 위해서였다.
엄만 아침일찍나가 밤 12시가 다되서왔다.
집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편하게 자고있는 아빠와 말다툼을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엄마를 밤늦게까지 기다리는것은
중학생의 어린나이인 내몫이였다.
.
.
" 윤영아!!얼른 안일어날래!!밥 다식는다!! "
" 아 일어났어!!진짜왜이래 사람짜증나게!!
방학인데 좀 늦게자면 어떻다고 !!! 아침마다 떽떽!! "
" 으이구.. 누구딸이라 그런지 목소리하난 우렁차네..~
아빤 일하러 갔다올테니까 밥 빨리먹어..다식는다!
윤영이 좋아하는 햄도구워놨어...! "
아빤 엄마가 집을나간후에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하고있는 일은 흔히들 말하는 막노동.
매년 여름만되면 아버지는 새까만 얼굴에 구질구질한
옷을 입고다니며 한참 멋을부릴 나이인 내앞에 나타나
'윤영아..~'라며 불러대곤했다.
난 이게 너무싫었다.
그리고 결국 고1 체육대회때 내모습을 보기위해 두리번 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난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너무 반가워서가 아니라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물론 지금도 달라진건없다.
아니..한개 있다면 그때보다 더 큰 증오심이 생겼단걸까.
이런 날 일상속에서 벗어나게 해줄수 있었던건
인터넷 채팅상의 아이들이다.
아직 만나는 사이까지 발전하진 않았지만 그냥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다 보니
어느덧 우리들의 사이엔 각별한 무언가가 생겨났다.
....
......
" 정말지긋지긋해..
이딴 집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못느끼겠어 "
....
대충 잠옷을갈아입고 밥을먹으러 부엌으로 향하는데
식탁위에 작은 쪽지한장이 쓰여져있다.
-딸. 밥맛있게먹구..아빠 늦게오니까 집청소좀 해두렴..-
...
" 참나..이제 집안일까지 하라 이건가?
정말 노골적이시네. "
난 대충 종이를 꾸깃꾸깃접어 쓰레기통에 집어넣었고,
억지로 밥을 목에 삼켜넣었다.
" 집이 구질구질하니까 밥도 뭐같네..
%#$(@)^*@..후..정말.. "
........
..............
..................
\그날밤.
몇시간동안 채팅을 하다가 문이열리는 소리가들려
재빠르게 침대에 누웠다.
슬그머니 내방문이 열리고 아빠가 들어오더니,
내가 자는것을 확인하고서 이마에 쪽소리나게 뽀뽀를 한다.
그러고는 조심히 방문을 닫는다.
난 재빠르게 이마를 닦아냈다.
" 가지가지 하네. 늙은이가..정말
담배냄새나 죽겠어..술냄새에..알콜 중독자도 아니고말야..
엄마가 집나간 이유를 알겠네 알겠어.. "
이마를 한참동안 닦다
막 잠을청하려는데 문밖으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듯했다.
" 아냐..아냐..괜찮아..응..
그럼..잘있지....그래....아니..안된데 그게..
나도 오늘가서 진찰받아봤는데..안된다네..
암이 10센티가 넘어서 제거할수가없데..
응..항암치료 하면 몇년더 살수있을진 몰라도..
완치가 불가능하데...응...포도가 좋다는데 좀먹어봐야지..
그래....언제한번 만나자..술사줄게. 하하하...
..그래.. "
......
..........?........
워낙 밤귀가 밝았던터라 모두 알아들어버린 난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천장을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도저히 화가나서 참을수가 없을정도의
분노가 저 심장밑에서 치밀어올랐다.
" 안그래도 돈없는데 항암치료라..하하..
정말 우리집을 팔아먹어라 팔아먹어. 가지가지 해요정말,
죽을려면 곱게죽지 집안말아먹을일있나.. "
조용히 아빠에게 들리지않게 욕을하며 다시참을청했다.
정말 아빠따윈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
.....................
..............................
\다음날
" 윤영아!밥차려 놨으니까 먹구..아빠 다녀올게!! "
눈을뜨니 따사로운 햇빛이 창가를통해 들어오고있다.
하지만 내 기분을 나쁘게한 아빠의 목소리에 눈을 치켜뜨며
부엌으로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식탁위에 있는 종이한장.
그렇지만 어제종이와는 제질이다르다.
OO병원진찰결과 라고쓰여진종이.
-황천희.48세.남->식도암4기. 수술불가능
가만히 그 진찰결과를 보다가 왠지모르게 욱씬거리는 마음을
눌러넣으며 쓰레기통에 종이를 집어넣어버렸다.
......
..........
....................
\몇시간후
" 윤영아..아빠왔어!! "
평소와 달리 3시도 되기전에 집에돌아온아빠.
난 괜스레 기분이나빠져 한참동안 아빠를노려보았다.
" 아빠가 윤영이좋아하는 고기하고..
윤영이옷몇벌하고..또 윤영이 가지고싶어했던 디카사왔다! "
나에게 한가득 선물을 안겨주는아빠.
이제 죽을꺼니까 선물해주고 죽는다 이건가.
주책이네 정말.
" 왜 이런걸사와 돈아깝게. 한푼한푼 벌생각이나해,
쓸때없이 이딴거사지말고!! 왜이래 요즘!! "
" 아니..그런게아니라..아빠가 윤영이가 좋아할거같아서..
그래서 사왔지...디카 가지고싶어했잖아..자..여기. "
내손을 억지로 펴서 디카를 올려놓는아빠.
지금 이순간은 몇천만원을 준다해도 뿌리치고싶다.
아빠라는 존재가 주는 선물 그자체가 불결하니까.
난 디카를받자마자 과감히 던져버렸고,
방으로 돌아서는데 급작 들려오는 '콰당' 하는소리.
재빨리 뒤를돌아보니 아빠가 쓰러져있다.
......
..........
" 아빠?..아빠!!일어나봐!!!!!!!!!! "
.........
..................
.............
\병원
" 정말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줄은..
넌 이름이 윤영이랬지?..윤영아. 이건너네아빠가 너한테
주라고했던거다. 받아둬라.. "
그러면서 나에게 의사선생님이주는건 통장과 편지한장.
눈물한방울 안나오는 상태에서 가만히 아빠를 내려다보다가
통장을열었다.
" 일억? 하참, 노인네 많이도 벌어놨네. "
통장에보이는건 1억. 자그마치1억.
적은액수가 아니였지만 난 콧방귀를 끼며 편지지를 들었다.
-윤영이에게-
윤영아 아빠야...음..윤영아..아빠가 어렸을때 윤영이한테
은하철도 999얘기한거 기억나지..? 아빠는 그거타고
잠깐 간거니까 걱정안해도되...곧있으면 윤영이도 아빠만나러
기차타고 오면되지 뭘..그냥 아빠가 먼저 기차타고 가는거야..
통장에 1억은 아빠가 니엄마몰래 모아뒀던돈이다..음..
그덕분에 이혼했지만..윤영아..그돈으로 대학입학하고..
사고싶은거 사고..이정도는 충분할꺼야...집은 지금우리집있으니까..
음..윤영아..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정말...사랑한다..내 하나뿐인핏줄이자 내 외동딸..
사랑하는....사랑하는 외동딸...정말..아빠가....먼저가서 미안해..
윤영아..윤영이는 80살넘고..90살넘어서 기차타구와..
기다리고있을께..사랑하는 우리딸...정말..사랑해..
아빠가 돈못벌고 자꾸 윤영이 힘들게해서 다 미안해...
아빠가..미안해.......잘있어 윤영아...
-아빠가-
방금전까지만해도 콧방귀를끼며 우습게 넘겨버렸는데..
내 의지와는 달리 떨어지고마는 눈물.
정말 미운사람이였는데..하루에도 몇십번씩 욕을했었는데..
정말 증오하던 사람이였는데..
죽어도 눈물한방울 안나올줄 알았는데..
근데 결국 떨어지고야 마는눈물.
참자 참자 하는데 의도와는 달리 떨어지는 눈물.....
아빠..아빠....
사랑해...
아빠가 맨날맨날 힘들어하는거 뻔히알면서 툴툴거렸던거...
체육대회때 울고있는 내모습보면서 애들눈에 안띄게
슬그머니 뒷걸음칠 치던거 다봤으면서 모른척한거..
엄마가 집을떠난뒤 하루도 빠짐없이 눈물흘리는거..
나처럼 눈물흘리는거..그거 모른척한거........
모두..죄송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비싸고 값진 사랑이였단걸...
가장 마지막에....끝이 되어버렸을때..더이상 돌릴수없을때
알아버렸어요.....
나도 사실은 아빠를 내목숨만큼이나 사랑하고있었는데..
아빠가 부끄럽다는 이유하나로 이마음을 무시했어요...
...죄송합니다..죄송해요......너무늦게알아서...
사랑한다는걸.......너무 늦게알아서...
시도때도없이 눈물이 쏟아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고인다.
하지만..이젠 되돌릴수없다. 이미 시간은멈췄다.
내 시간은 멈추지않았지만..아빠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아빠를 노려보는 딸 황윤영에게서 멈춰버렸다.
아빠를 사랑하는 딸 황윤영에게 멈춰버린게아니라..
아빠를 싫어하는 딸에게서.........
......
.........
아빠는 나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집니다..
사춘기인 나에게 사사껀껀 참견을합니다..
살짝 잘못한게있으면 정말 죽기보다 싫은 잔소리를해댑니다..
확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적이많습니다..
엄마랑 싸우면 소리부터 치릅니다..
그냥 미안하다고 뒷걸음 친적도있었지만..
그래도 엄마와 팽팽하게 싸울때면..정말 나까지 화가났습니다.
그랬기때문에..
아빠를 사랑합니다..
날 화나게하고, 자신을 증오하게 만들었지만..
그때문에 아빠를 사랑합니다..
곁에있는 분에게 꼭한번쯤 말해주세요..
사랑합니다 라고..
언젠가 저멀리로 떠나기전에..
한번쯤은...해주세요...
아빠...사랑합니다....
카페 게시글
인소닷단편소설
[단편]
[눈물이뚝뚝] → 아빠, 사랑합니다.[단편]
눈물이뚝뚝
추천 0
조회 235
05.07.24 16:11
댓글 17
다음검색
첫댓글 너무 슬퍼요ㅜㅜ 잘쓰셨네요.
... 이해가 가요. 우리집도 거의 그런식이거든요 ... 하지만 엄마는 안나가셨어요. 맨날 아빠가 물건을 사정없이 던지고 엄마를 팬다는것을 뺀다면요 .. 공감해요 ^_^ .. 잘쓰셨어요. 진짜 마음이 울컥하더군요 ....
이런소설 좋아해요. 건필하세요.
후 정말 슬프네요
후우 . 마지막 부분에서 실컷 울었다는 ㅠ
정말 슬프네요 ㅜ 감동적이에요, 너무 멋진 글이에요 ㅜ 잘읽었어요 !
감동이에요 .. ^ ^ .. 다음 소설 기대할게요 !!
진짜 너무 슬퍼요, 그리고 너무 잘 쓰셨어요,ㅠㅠ
좋은 작품인거 같아요 . 감동적이기도 하고 요.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아아................. 피씨방에서 뭔짓이래........................ 잘 쓰셨어요- 하하하하하하......... 제예기 같아요 ^ ^...
저랑 맞는 이야기 같아요...편지부분에서 심하게 울었어요...아버지한테 잘해야 겠네요
아 그편지부분..보고 계속 울었답니다...갑자기아빠가보고싶네요 ㅠ 정말감동적이었어요..다음에도기대할꼐요^^
ㅜㅡㅜ 슬퍼라,,편지부분에서 울어버렸어요ㅠㅡㅜ에휴~오늘아빠오면 잘해줘야겠다^ ^
눈물이 글썽글썽..... 되게 슬퍼요, 건필하세요
진짜 슬퍼요.. 언제 떠나가버릴지 모르는 엄마, 아빠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 짜증난다고 엄마, 아빠한테 함부로 대한것 반성해야 되겠어요..ㅜ.ㅜ 정말 짱슬퍼.. 지금 피씨방이라서 눈물을 꼭꼭 삼키고 있어요ㅜ.ㅜ
ㅜㅜ 이거 보면서 엉엉 울었어여. 아빠한테 짜증부린거랑 투덜거린거 속으로도 많이 반성해야겟어영.. 너무 슬퍼영.
ㅠㅠ 저두요 이 글 보면서 되게 슬펐어요.. ㅠㅠ 아빠한테 지금까지 잘못한일 다 반성해야겠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