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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우리는 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외로움(loneliness) 과 고독(solitude)을 대면하게 됩니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단절되어 있는 상태, 즉 원치 않게 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쓸쓸함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독은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인데 즉 원해서 떨어져 있는 것으로 자유로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라고도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늘 스마트폰을 켜놓고 어딘가에 연결되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트렌드가 엄청난 속도로 퍼질 뿐만 아니라 좋은 글귀는 단 시간 내에 대한민국국민이 공유하게 됩니다. 늘 남들의 시선에 노출돼 있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커피숍에서 누구를 기다리며 혼자 있는 시간, 다시 말해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으니 어떻게 개성이 살겠으며, 어떻게 개성이 살아나고, 개성이 만들어질 시간이 있겠습니까? 우리 말에 ‘오 만 가지 생각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하루에 생각하는 것이 6만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중 95%는 어제 하였던 생각이 대부분이라고는 합니다. 하여튼, 이와 같이 자기와의 만남의 시간이 많은 것은 틀림없는데 이것을 모두 스마트폰과 교감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일전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어느 중년부부와 장성한 아들 세 식구의 식사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부모와의 식사 시간임에도 대화는 없이 서로가 스마트폰만 보며 침묵만이 일관된 식사를 하더라고… 요즘의 사회는 누구와 함께 사는 것보다는 스쳐지나 가는 일시적 관계나 소비용 관계에 치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외롭고 또 고독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분은 요즈음을 자기가 없는 자기의 시대(I-less, me-society), 자기를 모르면서 자기만 아는 자기 중심의 사회, 사회적 자폐증후군 사회라고 혹평하기도 합니다. 非人不傳 不才勝德(비인부전 부재승덕)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안 된 자에게 벼슬과 재물, 기술과 권력을 물려주지 말 것이며, 재주와 지식이 덕을 이기게 해서도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때 또는 군장교들의 정신교육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입니다. 저도 가끔은 인생에서 내 것이 아닌 걸 소유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는가 하면, 인생에서 지금은 감당하기 힘든 데 하고 있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한 달이면 한 두 번 4-5시간의 홀로 하는 등산에서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여 봅니다.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만 한 달에 한 두 번은 혼자의 시간을 길게 가지면서 독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꽃 속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신다/ 잔을 드니 마주치는 밝은 달/그림자 비치니 어느새 셋 일세/ 달은 원래 술을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나를 따르는 움직임/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며/봄날의 행복을 스치듯 느껴본다/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 추면 그림자는 덩실댄다 /취할 때 까진 함께 맘껏 즐기지만 /취한 후엔 조용히 흩어 진다/정에 얽매이지 않는 긴 사귐/ 먼 은하에도 다시 계속 되었으면 <이백, 달 아래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月下獨酌)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방을 쓰는 상위 관리자들을 무척이나 부럽게 생각하며 언제나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가 하고 회의를 느꼈던 시절이 누구나 있었을 것입니다. 전에 근무하던 직장의 자리 모습은 팀원들은 서로간의 벽이 없이 서로의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으나 팀장이 되면 칸막이를 설치하여 앉은 상태에서는 팀원들과 청각의 소통은 가능하나 시각적인 소통이 제한됩니다. 그러나 국장이 되면 그렇게 원하던 독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부터는 시각뿐만이 아니라 말의 소통도 어렵습니다. 스스로가 밖으로 나오거나 직원들을 불러들여야만 일대 일의 소통이 가능하게 됩니다. 나는 그 당시 그것이 눈 막고, 귀 막는 바로 죽어서 관으로 들어가는 연습의 시작이라고 너무 독방 좋아하지 말라며 농담 삼아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의 진정한 모습은 그 때부터 즉 홀로 있음 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혼자 일하거나 누구의 감독도 안 받을 때 각종 나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신독(愼獨)을 우리의 선조들은 선비들의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뜻이 성실해 스스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악취를 싫어하는 것처럼 사악한 것을 싫어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선량함을 좋아하면 도리에 맞아서 마음이 편하다. 따라서 군자는 혼자 있을 때에도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대학) 세상의 바꿀 무언가를 만드는 곳이 광야 즉 혼자의 길입니다. 성인들도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결정에 앞서 혼자의 시간을 갖습니다. 부처님은 스물아홉 살에 왕자라는 자리와 가족을 떠나 6년 동안 방황한 끝에 광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 가지셨고, 예수님은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혹독하게 추운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를 하셨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히브리족은 모세를 따라 40년간 헤맨 곳도 광야이며, 공자는 55세에의 늦은 나이에 조국인 노 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를 하셨습니다. 요즈음의 흉내 내는 정치인들도 토굴이며, 낙향 또는 잠적하여 큰 사람들의 흉내와 모양을 갖추려고 하는 듯 합니다. 외로움의 대명사는 아마도 리더일 겁니다. 2009년,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강동희가 프로 농구단 동부의 감독으로 취임하자, 선수시절 환상의 콤비였던 KCC 허재 감독의 축하 일성이 “너, 지금 지옥으로 들어온 거 알지?” 였다고 합니다. 프랑스 문호 빅토리 위고는 일찍이 “지옥의 모든 것이 이 단어 속에 있다. 고독”. 리더의 길은 바로 외로움과 고독의 길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우리는 살면서 만나는 외로움이나 고독은 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당당히 맞서서 극복하고 즐겨야 합니다. 특히 리더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리더들이 아부를 잘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외판원들에게 잘 속아 넘어 가는 것도 외로움을 거부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외로워하지 않으려는 본능은 관계를 원하는 마음은 굴뚝 같고, 속임수를 간파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회사의 사장이 직원들과 회식에 있어도 끝까지 같이 하는 것도 외로움이 싫은 것입니다. 회식자리에서 적당히 빠져주지 않는 사장은 존재 그 자체가 폭력이란 것입니다. 벤처기업으로 대박난 사장들이 흔히 빠지는 수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돈의 수렁입니다. 돈으로 고독을 이기려 하지만 혼자 있음을 이기지 못해 결국 룸쌀롱으로 출근 하여 실패 패망의 길로 가게 됩니다. 외로움은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끼 없이 낚시만 던지는 바다낚시에 걸리는 물고기는 사실 외로움에 걸려드는 것입니다. 외로운 물고기 낚시 법은 40미터 정도 깊이에 낚시를 던져 놓고 심심할 때 한 번씩 흔들어 주다 걸렸다 싶으면 당기면 됩니다. 아무리 맛있는 미끼에도 잘 안 무는데, 외로운 녀석은 덜컥 문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도 사형 다음의 무서운 벌로 외로움의 상징인 귀향을 보냈으며 요즈음 감옥에서도 문제 있는 죄수를 독방조치를 합니다. 그 속에서도 홀로는 징벌인 셈입니다. 은퇴 후 장년의 남성들은 신발 바닥에 딱 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아내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직장에서의 유능함이 반드시 은퇴 이후의 삶에서도 유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닌가 봅니다. 아내는 일에 열중하는 남편 없이 평생을 살아 왔기에 감정적인 독립과 자아 정체감을 이미 달성한 상태일 뿐 아니라 사회적 생존과 관계를 위한 적절한 기술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반면, 남편은 그런 기술이 부족하여 물 밖에 나온 물고기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게 됩니다.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아내는 자기의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끝없이 방해하며 관심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짜증이 납니다. ‘젖은 낙엽’은 ‘ 은퇴 이후의 아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남편’을 묘사한 용어입니다. 혼자 놀아본 연습이 부족한 중년들이 당차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심리적 독립’ ‘경제적 자유’ ‘확고한 자아 정체성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거울 하나로 두 시간이상을 놀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자들로부터 ‘혼자 노는’ 노하우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독신 가족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의 일인 가구가 늘어 나고 있습니다. 현재 65세는 독신가족이 될 확률이 25%, 75세는 50%, 80세는 78%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수명 연장과 더불어 늘어나는 홀로 가족과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 등을 감안하면은 앞으로 독신 가족은 점점 늘어 날 것입니다. 모두가 외로움과 고독이 전제된 삶들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최고로 높습니다. 특히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가난, 질병 그리고 외로움입니다. 자살의 통계를 보면 평균 10 만 명당 31.7 명인데, 80세 이상은 10만 명당 100명으로 3배 이상 높습니다. 자살 주요 원인의 하나가 바로 외로움입니다. 평균수명의 증대가 외로움에 노출된 삶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일본 도호대학 오모리 병원 완화 케어센터 호스피스병동의 의사 오츠 슈이츠는 저서 ‘죽을 때 후회하는 25 가지’에서 사람이 죽음이란 최고의 외로움 앞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보다 더 사랑해 줄 걸, 보다 더 베풀 걸, 보다 더 이해할 걸, 보다 더 겸손할 걸, …’ 순서라고 하면서 만약 1년만 더 시간을 준다면 , 더 사랑하고, 베풀고, 이해하고, 겸손할 수 있을 것을 이제 시간이 5분, 10분도 남지 않았다고 한스러워 하면서 떠난다고 합니다. 마지막 외로움 속에서 내린 결론 입니다. 사람이 살아서만이 외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죽어서도 외로움과 고독을 겪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신문지상에 무연사, 고독사가 간간히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죽은 자의 외로움일 것입니다. 가족이 사체를 거부하기도 하고, 조문객이 없는 장례식장이 있는가 하면 장례 예식 없이 바로 화장터로 향하는 직장(直葬)의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골드 미스와 골드 미스터는 본인 스스로가 독신을 선택하여 자유를 추구한 결과가 아마도 무연사내지 고독사의 장래의 예비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직장에서도 다른 동료들에 비해 배가 넘는 생산성을 보인 그는 공장의 가장 촉망 받는 인재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만든 제품에서 유달리 많은 불량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계속되는 불량을 감내할 수 없었던 회사는 결국 그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해고된 후 그의 짐을 정리하던 사람들은 계속된 불량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그가 사용하던 줄자의 눈금이 잘못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성찰 없이 살아가는 삶은 잘못된 줄자를 가지고 열심히 생산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아무리 주변이 아름다운 봄의 계절이지만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고, 뒤를 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줄자를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홀로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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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수거사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주신글....감사히 봅니다.
5월....
신록의 계절이면서 계절의 여왕인 5월 기쁜 일
웃을 일 행복한 일만 있는 멋진 새달이 되세요
말씀에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네요..잘 읽었습니다
일수고사님..
워요..
오늘 주신글..
금요단상과 함께....수선화에게 / 정호승님의 글..감사히 보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5월의 시작 입니다...
좋은일만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성찰 없이 살아가는 삶은 잘못된 줄자를 가지고 열심히 생산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당장 제 인생의 줄자를 꺼내서 정확한 건지 확인 해 보아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