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돌은 어떤 물건을 다듬을 때 필요한 돌이라는 의미로 이름이 붙은 걸로 생각된다. 그래서 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첫째로는 다듬이질을 할 때 밑에 받치는 돌, 두번째로, 필요한 크기로 잘라 표면이나 모서리를 곱게 다듬은 돌로 돼 있다.
나일론이 나오기 전에는 서민들이 입는 옷은 모두 무명과 삼베였다. 부자라야 모시와 비단으로 옷을 해 입을 수 있었다.
무명 옷은 때가 잘 타서 자주 빨래를 해야 했는데 빨래를 하게 되면 천이 줄어들고 구겨져서 나르게 펼려면 다듬돌에 놓고 우선 곱게 개벼서 밟은 다음 다듬돌에 놓고 다듬 방망이로 장단 맞춰 두르려야 했다. 그래야만 쭈글쭈글한 천이 조금 평평하게 펴졌다.
그런 다음에는 다리미에 숯불을 담아 다림질을 해야했다. 나도 어릴 때 어머니 다림질 할 때 옷이나 이불 홋청을 잡아 드린 기억이 생생하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중국 장가계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장가계는 풍경도 좋지만 마치 내 어릴 때 시골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물레방아도 있고 관광지 곳곳에서 맷돌을 볼 수 있었다. 맷돌은 돌의 무게를 이용하여 곡식을 빻아서 가루로 내는데 쓰이는 도구다. 다시 사전을 펼쳐보니,'곡식을 가는 데 쓰는 도구. 둥글넓적한 돌 두짝을 포개고 윗돌 아가리에 갈 곡식을 넣어면서 손잡이를 돌려서 간다'로 돼 있다. 옛날 시골에 살 때 두부를 만드려면 콩을 물에 불려서 맷돌 윗돌의 구멍난 아가리에 조금씩 집어 넣고 돌리면 가루가 되어 옆으로 흘러 나왔다. 아랫돌에는 둥그렇게 넓게 생긴 돌로서 바닥에는 홈이 나 있었다. 그 홈 새로 가루가 된 곡식들이 물과 함게 흘러 나오면 가에는 포석정처럼 생긴 홈이 둘러처져 있어 주둥이 쪽으로 흘러 가는 데 주둥이 밑에는 통이나 다라이 등으로 받쳐놓았다.
죽을 쑤거나 조푸를 만들려면 맷돌이 필요했다. 우리 집에는 맷돌이 축담에 놓여 있었는데 맷돌이 없는 다른 집에서 아주머니들이 곡식을 갈 때 우리집에 와서 갈아가곤 하였다. 맷돌도 많이 사용하면 윗돌과 아랫돌이 이가 잘 맞도록 중심에다 나무심을 박고 그 가운데에 철심을 박았다. 윗돌에는 철심이 들어가도록 구멍이 나 있었고 한쪽에는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핸들이 붙어 있었다. 핸들도 나무로 만들어 박았는 데 오래 쓰면 핸들도 헐거워져서 새로 갈아야 하고 철심도 정기적으로 갈아야 했다.
어젯밤이 할아버지 제삿날이어서 창원에 계시는 고모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전에 우리집에서 쓰던 다듬돌과 맷돌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만드셨는지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할머니 동생이 진주 동산이 동네에 살았는데 제부가 석수장이여서 그곳에 부탁하여 다듬돌과 맷돌을 주문했다고 하셨다. 시골에서 마산으로 이사올 때 다듬돌은 고모집에 맡겨 둔 것을 한 이십여년전에 집에다 찾아다 놓았고 맷돌은 너무 커서 가지고 오지 못하고 굴천 고모집에 준 것으로 안다고 하셨다.
지금은 쓰일 데가 없는 다듬돌이지만 할머니 어머니의 애환이 묻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버릴 수가 없다. 아파트 베란다에 내어 놓고 임시 화분 받침으로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집 박물관을 만들어 어젓한 전시품으로 거듭나게 할 작정이다.
첫댓글 축담 단어 오랜만에 ㅎㅎ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동내 아낙내들 다듬돌에 두드리는 막달나무 망망이 소리,간혹 맞주 앉아 방망이 두딜고 , 언젠가 망망이로 가락 맞추어 음악 기구로 하던 방송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