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친구들과 4박5일의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간다고 며칠전부터 마음이 바쁘다. 코로나로 묶여 있다가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니 마음이 들떠서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도 무엇무엇을 어떻게 먹으라고 반찬관계를 부지런히 이야기 하며 노인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고 하는데 나는 듣는둥 마는둥이다. 내 속으로는 되는대로 대충 대충 해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다.
조그만 가방 하나만 끌고 가니 친구들과 고속터미널에서 만나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 내려 인천공항으로 간다고 한다. 고속터미널 9호선 타는곳까지 내가 함께 가줄까 하니 친구들과 함께 가니 괜찮다고 해서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왔다. 내방역에 있는 빵집에서 빵을 좀 사서 들고 들어오니 아내가 벌써 터미널에 도착해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7시 비행긴줄 아는데 아직 떠나지 않았느냐고 하니 10시 비행기라고 한다. 아이구 아직도 3시간이나 남았네. 저녁을 어디서 먹고 가야겠네 하니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여행은 즐거운 모양이다.
나는 사 온 빵을 먹고 다시 5시경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티비에서 운동경기를 보다가 졸기도 한다. 못 읽었던 신문을 챙겨 읽기도 하고 9시10분에 현역가왕 뭐가 있다고 해서 틀어본다. 최근에 아내와 닷새나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집이 텅 빈것 같기도 하고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며 홀로서기 연습을 하는것 같기도 하다. 사실 최근 3,4년동안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도 없고 "나" 라는 사람이 평소에 별 재미도 없는 사람이라 70대 중반의 아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하니 사실 짐을 좀 벗는 느낌이다. 평소 아내가 싱크대 앞에서 식사준비를 한다고 서 있는 뒷모습을 보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저러고 있나싶어 속으로는 마음이 짜안 할 때가 많다.
그래도 아내는 초등학교친구 중고등학교친구 대학친구 그리고 동네친구등등 비교적 친구의 범위가 넓어 다행이다. 전화상에 떠들고 웃고 하는 걸 보면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내는 나와 비교해 보면 친구관계가 매우 돈독하고 진실한것 같다. 내가 남편으로서 제대로 못해 주는 것을 그래도 친구들끼리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을 때가 많다.
어제 저녁 현역가왕을 12시반까지 보고 오늘 아침에 7시반쯤 일어나 뒷산에 갔다가 9시쯤 집에 와서 아내가 준비해 둔 배추된장국에 계란 후라이를 해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11시반에 일터로 나갔다. 아내가 있었으면 노인이 반찬을 그렇게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린다고 잔소리깨나 했을텐데. 나는 간단히 먹고 저녁에 와서 조기도 굽고해서 먹을까 했는데 일 마치고 노인복지센타에 일이 있어 가다가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사 먹고 들어왔으니 저녁 9시경이나 떡국을 해 먹거나 아침밥이 남아 있으니 그걸 먹든지 해야겠다.
당연히 아내가 나보다 오래 살겠지만 내 나름대로 며칠간이라도 홀로서기 연습을 해 보는것이다. 2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