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소멸위기 부산 원도심 곳곳 “고도제한 풀어 개발 허용을”
市, 건축물 높이 제한 조정 등 관련 용역 여러가지 진행 맞춰 광복·범일 주민 규제 완화 주장
- 전문가, 낙관론 속 신중 목소리
- “원도심 살릴 현실적 대안이지만
- 도시 자체 정체성 사라질 수도”
부산 원도심의 고도제한을 풀어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지역 소멸 위기 대응책으로 높이 제한 해제가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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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주민이 지역 소멸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잇따라 고도 제한 해제 요구를 하는 가운데 21일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높이 규제를 받는 부산 동구의 부산진성 일대. 이원준 기자 |
부산시는 건축물 높이 제한을 조정하는 ‘부산시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 관리 계획 정비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지난 1월 시작한 이 용역은 부산시 상업지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 제한을 재정비하는 용역으로, 3억3250만 원을 투입해 내년 1월에 끝난다.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 관리는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는 도로 사선 제한법이 2010년 폐지되면서 수립된 지침으로, 5년마다 재정비한다. 2010년, 2015년 정비된 지침은 2020년 정비돼야 했지만 예산 문제로 올해 용역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이밖에도 문화재 인근의 고도제한을 조정하는 역사문화환경 기준 조정 용역과 도시관리계획 용역, 산복도로 부산시 고도 제한을 정비하는 2030 부산도시관리계획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고도 제한 관련 용역이 진행되면서 주민의 규제 완화 요구도 잇따른다. 중구 광복동주민자치위를 비롯한 10개 주민 단체는 최근 시청·중구청 게시대 등에 ‘중구발전 가로막는 건축물 높이 제한 철폐하자’는 현수막을 걸었다. 신찬식 광복동주민자치위원장은 “다른 원도심에 비해 중구는 인구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높이 제한 완화를 넘어 무제한으로 풀어달라는 취지로 현수막을 걸었다”고 말했다. 중구는 지난해 11월 자체 용역을 거쳐 일부 상업 지역에 36~72m 높이 제한을 완화했지만, 주민자치위는 사업성을 이유로 중구 일대에 30층 높이가 가능한 90m까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인 동구 범일동 부산진성 인근 주민 역시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8m인 고도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8면 보도)했다. 1972년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이 일대가 50년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으면서 슬럼화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고도 제한 완화가 개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연구원 이동현 도시교통연구실장은 “북항 개발로 망양로 일대의 조망이 많이 변화됐다”며 “원도심 일대의 정비가 필요한데, 일부 지역은 (고도 제한) 해제가 된다면 인구 감소 등 소멸에 있어 긍정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개별적인 건축 개발보다는 거시적 개발 계획을 갖춘 ‘마스터 플랜’을 통해 섬세한 관리를 해줄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높이 제한 완화가 오히려 지역의 정체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성대학교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주민의 고도 제한 완화 요구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도 제한을 푸는 순간 온 도시가 아파트로 뒤덮여 부산의 정체성이 깨질 수 있다”며 “대신 저층 개발을 할 수 있는 실험 주택 등 여러 가지 시도가 필요하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저층 주거의 질적 보완을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용역 결과나 방향성을 보고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