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다시 샛골 봄나들이(2)
2017. 4. 금계
옛날 영산강에 홍수가 나면 나주 사람들은 영산강 다리로 몰려가서 물 구경을 했다. 나주보다 상류지역인 황룡강 장성 쪽에서 초가집이 두둥실 떠내려 왔다. 지붕 위에는 돼지가 엎드려 있기도 하고 가끔은 사람도 올라앉아 있었다.
들판 일대가 바다처럼 질펀하게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므로 초가지붕에 올라앉은 사람을 구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경꾼들은 다리 밑으로 쏜살같이 내려가는 초가지붕을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 초가지붕에 올라앉은 사람도 답례로 손을 흔들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목포 앞바다에 이르러서야 구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면은 나주읍보다 훨씬 하류지역이었다. 나주 쪽 들판이 범람했을 적에는 더 하류지역인 다시 들판이 더 광범위하게 범람했을 터였다. 목포 쪽에서 바닷물이 밀고 올라올 시각이면 범람지력은 훨씬 넓어지게 마련이었다. 영산강의 범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범람할 때마다 기름진 흙이 들판에 쌓여 비옥한 농토를 이루었다.
영산강 유역 기름진 농토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우리들은 정관채 쪽 염색 전수관에서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복암리 고분군으로 향했다.
위 사진은 복암리 고분의 예전 모습.
굴식 돌방무덤
고분 가까이에 있는 복암리 고분 전시관으로 갔다. 3호분에서는 독널무덤 22기, 구덩식돌덧널무덤 3기, 굴식돌방무덤 11기, 앞트기식돌덧널무덤 1기, 앞트기식돌방무덤 2기, 돌덧널독널무덤 1기, 나무널무덤 1기 등 영산강유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묘제 총 41기의 매장시설을 확인했다. 이는 영산강유역의 다장 복합묘적(多葬複合墓的) 성격을 잘 보여준단다.
독무덤
3호분에서는 금동신발, 철제관모, 각종 마구류, 은장삼엽환두대도, 철제관모, 은제관식, 규두대도, 구슬, 토기 등 300여 점이 출토되었단다.
전시관에 전시된 유골을 보고 내가,
“나도 죽으면 저렇게 되겠지?” 하고 물으니까 곁에 있던 김 선생 왈,
“요즘 누가 매장한다요? 다 화장해버리는디.......”
그러고 보니 나도 이미 선산에 화장해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묻힐 자리 위에다 커다란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은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즐거운 점심시간. 중심 요리는 웅어 회무침. 오늘의 초청인 김옥태 선생이 웅어를 보여주었다. 식당 주인이 아침에 해남에서 잡아왔단다. 싱싱해서 맛이 아주 좋았다. 웅어는 바다에 살다가 산란철이면 민물로 올라온다. 요즘은 귀해서 웅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웅어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 나주 왕곡초등학교 근무할 때 학부형이 초대해서 웅어 회를 맛나게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샘에서 물을 떠 마시다가 라이터를 빠뜨렸습니다. 다음 날 학생이 그 라이터를 가져왔기에 물어봤더니 새벽에 아버지가 샘물을 다 퍼내고 라이터를 건졌답니다.”
아이고, 변변치도 못한 선생 라이터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수고롭게 샘물을 다 퍼 올렸을까. 그래도 그 시절은 교사가 꽤 대접받는 시절이었던가 보다.
나주시 다시면 동당리 동백마을. 영산강 돌꼬지곶 바위산 중턱에 세운 석관정.
영산강에는 몇 군데의 뷰포인트(전망 좋은 곳)가 있다. 점심 먹은 후 석관정 올라가는 길목의 나루터. 칭칭 늘어진 수양버들은 파릇파릇 새 잎이 돋아났고 풀빛이 푸르러 삼천리금수강산에 봄이 도래했음을 실감나게 한다.
1480년 이극해가 정자를 세우고 인수정이라 했다. 명종 5년(1559년) 이극해의 증손 이진충이 보수하고 석관정이라 개칭했다.
나주 제일정(羅州第一亭). 김옥태 선생이 석관정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설명한다.
석관정에서 바라본 에스라인의 영산강. 저 강은 남도 삼백 리 나주평야의 젖줄이다. 우리 선조들이 이 강기슭에 기대어 살아왔고 나 또한 이 강기슭에 의지하여 칠십 년을 살았다. 오, 위대한 우리의 어머니 강이여!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날 나는 영산포 포구에 서 있었다. 강심에 두둥실 뜬 돛단배 두어 척이 항구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광경은 얼마나 황홀하게 환상적이었던가. 그 돛단배들은 죄다 목포에서 출발하여 이 아름다운 돌꼬지곶을 거쳐서 영산포로 오르락내리락했을 것이다.
김옥태 선생의 안거헌(雁居軒). 기러기가 사는 집치고는 꽤 넓다. 귀농은 아니고 귀촌이라고 해야 맞겄제. 요즘은 퇴직 후 귀촌하는 교사들이 꽤 많다.
오,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나로 하여금 뜻 맞는 벗들과 함께 푸른 봄빛이 무르녹은 영산강 가로 인도하시어 흥겨운 하루를 즐기게 해주셔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나이다.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새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가는 비 굵은 눈 쇼쇼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첫댓글 잘 안 다니시는 우리 정남균 형도 즐거운 표정이신디 지척인 도담에서 막걸리병이 아깝구마...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새 그려" 존경하는 조명준 선생님은 가까이 계시나 멀리 계시나 '쇼쇼리바람'처럼 늘늘 그리운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