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살루트 마스터 콜린 스콧 방안 튤립 모양 잔에 물과 1:1이 최적
"오크통에 담긴 위스키 원액은 해마다 2% 증발합니다.
일부는 통에 스며들고 일부는 증발돼 40년 지나면 남는 게 거의 없지;요.
그렇게 날아간 원액을 '천사의 몫'이라 부릅니다.
스코틀랜드 여행 가이드가 '저기 천사들이 날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거지요."
고급 위스키 브랜드 '로얄 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콜린 스콧(64)은 기쁨에 차 있었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과 로얄 살루트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다이아몬드 트리뷰트'를 한국에 출시하기 위해 온 그는 "한 잔의 위스키를 마주하는 건
그 안에 농축된 시간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블렌더란 몇 가지 위스키를 섞어 개성 있는 맛과 향을 지닌 혼합주를 만드는 사람이다.
스콧은 "위스키 감별에는 혀보다 코가 중요하다"고 했다.
"미각은 단맛, 신맛, 짠맛 등 네댓 가지밖에 노르지만 후각은 미각보다 1만 배나 민감하니까요.
스카치 위스키에는 수백 가지 다른 맛이 있어요.
우리는 날마다 다른 향을 맡고 품질을 가려요.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죠."
1973년 에든버러에 있는 시바스 브러더스사의 입병 공장에 들어간
그는 1980년대 초 후각 테스트를 통과해 블렌더가 됐다.
1989년 마스터 블렌더가 됐고, 2008년 스카치위스키협회 '퀘익'이 선정된 거장에 올렸다.
2007년 선보인 시바스 리갈 25년산도 그의 작품이다.
스콧은 대부분의질문에 술과 사람을 견줘 답했다.
제품에 표기된 숙성 연수가 길수록 위스키 품질이 우수한 거냐고 물으니 "사람과 비슷하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연륜이 묻어나듯 위스키도 향이 짙어지고 맛이 풍부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숙성시키면 통의 풍미가 위스키 본연의 맛을 압도해요.
술도 사람처럼 전성기가 있거든요."
그는 "위스키에 물을 섞으면 잠재된 향이 퍼지면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며
"가운데가 볼록하고 끝은 좁은 튤립 모양의 잔에 위스키 25ml를 따르고,
같은 양의 물을 부어 마시라"고 권한다.
"21년 뒤 개봉될 주정을 지금도 오크통에 채워 넣고 있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아마 없겠지요.
아쉽지 않으냐고요? 아뇨."
그는 "블렌딩은 과거의 것으로 현재를 만드는 것, 그래서 나는 과거를 통해 지금을 살고 미래를 본다"며
"너무 많은 나이만 아니라면 나이듦 자체는 의미 있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