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시술을 받은 뒤 뇌경색과 신체 마비 등을 앓게 된 환자가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강 모씨와 그의 가족 등 4명이 인천 소재 A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총 17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07년 기억상실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강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뇌동정맥 기형’ 진단을 받았다.
‘뇌동정맥기형’이란 뇌혈관이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맥으로 연결돼 혈관 뭉치처럼 생긴 병변이 뇌 조직 내에 생기는 증상이다. 이는 뇌출혈, 간질, 발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 방법에는 △직접 제거하는 외과 수술 △방사선 시술 △색전술 등이 있는데, 의료진은 강 씨에게 ‘코닐 색전술’을 실시했다.
이는 병변에 공급되는 혈액을 차단시켜 병변 부위가 제거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동맥을 따라 미세도관을 접근시켜 글루(glue) 등 색전물질을 주입한다.
그런데 시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글루’ 일부가 뇌동맥 기형주변 정상혈관으로 유입되면서, 정상 뇌조직 혈류가 차단된 것이다. 시술 후 강 씨는 오심 증상을 보였고, 검사결과 뇌경색 소견이 내려졌다.
의료진은 뇌경색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보존 치료를 했으나, 이후 강 씨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남아 있던 뇌동정맥 기형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뇌경색 증상은 완치되지 않았으며 신체 왼쪽 마비, 운동기능과 언어기능, 인지기능 장애로 61%의 노동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강 씨와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환자 측은 “의료진이 치료를 잘못 선택한 과실이 있고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도 없었으며, 시술 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글루가 유입돼 뇌경색이 유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술 상 과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 강 씨의 선택권이 배제된 채 시술이 이뤄졌다”며 “시술 후 강 씨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한 사실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시행된 색전술은 색전 물질이 원래 의도한 병변 외 다른 곳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나 조치가 없었으며 다만 의료진이 시술상 메뉴얼은 준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