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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6회 :: 홀로 선다는 것 】방송일: 2005.04.28.
극본 최 수 영, 박 해 영
씬1/ 윤아회사 복도 일각 (D/ENG)
자판기 앞. 윤아, 커피를 뽑아들고 가려는데
회사직원 두 명, 얘기하면서 오는
직원1 사장님이 순순히 보내주셨대?
직원2 처음엔 무조건 안된다고 했대.. 근데 거기가 어디야? 국내 최고에다가 파격적인 조건이라는데 어쩌겠어? 놔 줘야지.
윤아 (궁금) 뭐가요?
직원1 아~ 차부장님요~
윤아 차부장님 뭐?
직원1 아 차부장님 가신대매요~
윤아 (금시초문) 어딜 가시는데요?
직원2 (황당) 모르세요? 어떻게 오과장님이 모르시지?
직원1 차부장님 케이 스페이스로 스카웃 돼서 가시잖아요~ 엄청난 조건인가봐요~
윤아, 충격받아 커피를 꿀꺽! 마시는데
읏뜨...! 소리도 못내고 목을 잡는
씬2/ 윤아회사 사무실 (D/ENG)
<타이틀 - 홀로 선다는 것>흐르고
윤아, 황당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윤아 (NA) 차부장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입사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인정해주고 밀어주신 분이다.
씬3/ 면접실 (D/ENG) - 회상씬
약 10년 전. 면접관들 사이에 차부장도 앉아있고
윤아,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본다.
(차부장은 윤아보다 7-8세 위로
깔끔하고 샤프해보이는 남자다.)
면접관 (윤아에게) 이백구번.. 오윤아씨.
윤아 예.
면접관 회사 들어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윤아 뭐.. (초롱초롱) 획기적인 디자인 하나 딱! 해서 제 이름으로 특허 내고 싶습니다.
면접관 (빈정) 그럼 집에서 발명을 하시지..
면접들 (비웃는 웃음)
윤아 (당황)
차부장 (긍정적) 그렇게 되면야 대박이지~ 그럼 우리 회사 들어와서 그런 대박 한 번 쳐 줘요. (미소) 네?
윤아 (약간 안심되는)
씬2-1/ 윤아회사 사무실 (D/ENG)
현실의 윤아 표정에
윤아 (NA) 어떻게 보면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도.. 남들보다 빠르게 인정받게 된 것도 차부장님 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언제나 든든한 선배였고 후원자였다.
윤아, 자리에 앉아있는 차부장에게 온다.
부장의 자리는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있고
부장은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바쁘다.
윤아 부장님? 다른 데로 가신다면서요?
부장 응? 소문 참 빠르네.. 어제 사장님께 말씀 드렸는데... (미소) 그렇게 됐어...
윤아 어떻게 한 마디 말씀도 안해주시고.. (하는데)
부장 (OL/정리하며) 미안. 나좀 바빠서. 나중에 언제 식사나 하자구.
윤아 (머쓱) 네.. (어쨌든 인사) 축하..드립니다.
윤아, 뚱하게 자리로 돌아오는
윤아 (E) 너무하시네. 내가 얼마나 믿고 따랐는데..
윤아, 한숨이 푹 절로 나오는
씬4/ 백화점 일각 (D) - ENG
#멋진 운동화들 컷컷. 우현, 운동화를 구경하는데,
맘에 드는 듯 한 운동화 앞에서 멈춰선다.
허리를 숙여 가격표를 보는데, 히익! 10만원대다.
직원 (툭 끼며) 맘에 드세요?
우현 아..뇨. (짐짓 이동해서 다른 신발을 보는데)
직원, 우현의 신발에 시선이 간다.
왠지 만만하게 보는 눈빛.
우현, 직원의 시선을 눈치 채고
자신의 신발을 내려다보는데,
둔탁하고 더워 보이는 낡은 랜드로바.
매장을 오가는 다른 사람들의 발을 본다.
다들 날렵하고 세련된 운동화들이다.
우현, 괜히 발을 오므리게 된다.
#기죽어 그냥 매장을 떠나는 우현의 초라한 뒷모습.
씬5/ 대문 앞 (D)
우현, 터덜터덜 장 봉지 들고 계단 내려오는.
우현 무슨 놈의 운동화가 구두보다 비싸...
보면, 대문 앞에 참외 한 박스가 놓여있다.
우현 (보며) 응? 이게 뭐야?
누가 잠깐 두고 갔나 싶어 둘러보다가
박스를 열어보면 가득한 참외.
우현 (보며) 응?
씬6/ 거실 (D)
참외 박스는 현관 앞에 놓여있고,
거기서 안경 쓰고 편지를 읽는 영옥.
그 옆에 영숙 혜옥 우현.
영옥 (읽는)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노숙자 아닌 노숙자 생활을 할 때, 이 댁 어른신한테 뜨신 밥을
얻어먹었던 사람입니다. 한번 찾아뵈야지 뵈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오게 됐습니다. 너무 늦어서 차마 얼굴을 들이밀 염치가
없습니다. 그땐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르신. 약소하지만 받아주십쇼. (기억을 더듬는)
혜옥 백화점 상품권까지 넣었는데? (보이며) 10만원짜리.
우현 (그 말에 귀가 쫑긋. 슬쩍 보며) 어디... (진짜다)
혜옥 누구야? 기억나?
영옥 (가물가물) 내가 밥 멕인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영숙 (참외 꺼내 냄새 맡아보고) 어우 이것도 꽤 줬을 텐데. 알도 굵은 게 상품이네.
혜옥 이젠 자리 잡고 돈 좀 버나부다.
영옥 어렵게 돈 벌기 시작했으면 모아야지. 이게 벌써 얼마치야. 쯧쯧쯧...
우현, 자꾸 백화점 상품권에만 눈이 간다.
씬7/ 주방 (D)
우현, 참외를 서너개씩 비닐봉지에 나눠 담는데,
영옥, 상품권을 들고 들어온다.
우현의 눈에 상품권이 팍 들어오고.
저걸 주려나 어쩌나 안 보는 척하면서 눈 굴리며 보는데.
영옥 이거... 상품권인데...
우현 (SE, 긴장의 효과음)
영옥 자네 살 거 있으면 사.
우현 (SE, 야호! 기분 째지는 효과음)
영옥 늙은이가 백화점에서 살 게 뭐 있어야지. 자!
우현 (그래도 예의상 한두번은 거절해야 싶어, 아주 건성으로) 아..녜요. 됐어요.
영옥 자네 써.
우현 ... (약간 뜸 들이다가) 괜..찮은데.
영옥 진짜 살 꺼 없어?
우현 (떠덩! 당황당황!)
영옥 없음 말구! (나가는)
우현 (황당한 표정)
씬8/ 부록방 (D)
우현, 엎어져 누워 손은 모아 이마에 대고,
징징거리며 발끝으로 바닥을 동동동 친다.
우현 등신같이 주는 걸 왜 못받어, 왜... (안타까워 발 동동 치는) 운동화 사고 싶은데... 흐응... 등신...
씬/ 윤아회사 외경 (N)
씬9/ 윤아회사 사무실 (N/ENG)
윤아, 혼자 남아 일을 하는데
뭔가 잘 안풀리는 표정이다.
윤아 (NA) 똑같은 일도 누군가 봐주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줄 때 더 신이 나는 법이다. 아.. 차부장님 없으면
민부장이 또 내 시안에 태클 걸고 넘어질텐데..
부장 (OFF) 오윤아!
윤아, 깜짝 놀라 보면
부장, 윤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부장 얘기 좀 하자.
윤아 아직 퇴근 안하셨어요?
부장 어.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아깐 보는 사람도 많고 해서... (윤아쪽으로 오며) 본론부터 얘기하께. 너
나 가는 데로 같이 안갈래?
윤아 (휘둥그레) 네??
부장 거기 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꺼야.
윤아 (당황/설렘)
씬10/ 원룸 거실 (N)
윤아, 흥분해 지영에게 얘기하는
윤아 연봉도 지금보다 높고, 성과에 따라 더 플러스 된대.
지영 (부러워서 꽥) 좋겠다!
윤아 워낙 큰 회사다보니까 사원복지도 대기업 이상으로 잘 돼 있고, 출산휴가때 지원금도 나온대~
지영 우와.. 진짜 좋다~
윤아 아직 백프로 결정된 건 아니야. 생각해보고 내일 대답하라 그러셔서.. 흠...
지영 (황당한 듯) 그래서. 생각하냐?
윤아 (끄덕끄덕)
지영 (윤아 머리 쥐어박듯 쿡쿡 밀며) 장난하냐? 장난해? 뭘 생각해 뭘! 한 턱 제대로 내라~?
윤아 (좋으면서도 마냥 들뜨지만은 않은)
씬/ 집외경 (D)
씬11/ 미자방 (D)
미자, 거울에 바짝 대고 보며 울상.
미자의 코 바로 옆(왼쪽)에 커다란 뾰루지 나 있다.
미자 아우씨... 이게 뭐야... 완전 오서방이잖아.. 씨! (조심스럽게 짜 보는데 너무 아픈) 아아..
미자, 컨실러를 발라고 잘 가려지지가 않고
투웨이케?을 발라봐도 별로 커버가 안된다.
서랍에서 밴드 중 제일 작은 사이즈를 붙여보는데
미자 에씨.. 뭐야아. 무슨 조폭도 아니고. (신경질나 밴드를 확 떼는데 아픈) 악!
씬12/ 방송국 연습실 (D)
동균과 민지, 막 들어온 듯 자리잡고 앉는데
미자, 들어온다. 설마 알아보겠냐.. 눈치보는 표정인데
민지 어? 언니 얼굴에 뭐 났네요?
미자 (낭패) 어..
동균 (킥킥 웃으며) 와~ 위치 한 번 절묘하다. 웃겨요!
미자 (무섭게) 뭐야?
동균 (웃음 뚝)
미자, 앉으려다 영 신경이 쓰이는지
다시 나가려는데 이때 현우 들어온다.
미자, 깜짝 놀라 뾰루지 안보이게
고개 삐뚜름하게 돌리며 인사한다.
미자 안녕하세요.. (그대로 나간다)
현우 (응? 왜 저러지..)
씬13/ 방송국 화장실 (D)
미자, 울상으로 거울보며
거리와 방향 조절해보는
미자 보여.. (더 멀리 떨어져보는데) 아씨, 보여보여! (더 멀리 떨어져보고) 아 미치겠네 증말..
이때 지영, 들어온다.
지영 어? (소식있는) 야 윤아 있잖아~ (하다 뾰루지보고 쿡!) 히히히! (가리키며) 그거 뭐냐?
미자 몰라~ 갑자기 뾰루지가 났어~
지영 오오~~ 연하랑 연애를 하더니 막 회춘하나부지? 여드름도 다시 나고?
미자 (짜증나 째려보다) 많이 이상해?
지영 킥킥.. 어. 오서방같애.
미자 (역시! 낭패) 아이씨..
지영 (미자볼 짚으며) 한 요쯤만 났어도 안웃길텐데, 여긴 진짜 웃긴다~
미자 많이 추해?
지영 ... 아니 뭐 추하다기보단.. 바보같지. 오서방이 바보잖아.
미자 야!!
지영 (정색) 진짜~ 진짜 바보같애~ 친구니까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거잖아~
미자 (울상)
지영 걱정마~ 원래 니 이미지에서 영 쌩뚱맞진 않어~
미자 (지영 등짝 짝 때리며) 으유!
씬14/ 할머니방 + 거실 (D)
#거실. 우현, 걸레질 하다가 문득 멈추고,
우현 (E) 다시 달라고 하면...? (도저히 그건 못한다) 어후... 아까 줄 때 받는 건데... 등신... 주는
것도 못 받고... 나가 죽어라, 나가 죽어. (다시 걸레질)
#할머니방. 영옥, 책상에 앉아있고,
영숙, 빨래개고, 혜옥, 누워서 TV보는.
영옥 이 상품권... 영숙이 너 쓸래?
우현, 걸레질하다가 쿠궁!하는.
영숙 됐수. 남의 껄 내가 왜...
우현, 살짝 안심하는데,
혜옥 그럼 나줘!
다시 쿠궁!하는 우현.
문을 확 열고 들어와 할머니 사일 헤짚고 다니며,
열심히 걸레질을 하는 우현.
영숙 (??) 금방 닦고 뭘 또 닦아?
우현, 영옥 책상 위의 상품권을
잡다한 책들과 함께 탁탁 각 잡아서는 벽장에 넣으며.
우현 먼지가 많아서... (열심히 청소)
영옥 아니 그걸(성경책) 왜 거기에...
우현 (청소하며) 저녁은 뭐 드실래요? 묵은 김치 넣고...
혜옥 (OL, 벽장 가리키며) 언니 상품권 그거...
우현 (냅다 혜옥의 손을 잡아끌며) 일어나세요. 약 드셔야죠.
혜옥 (앉아 버티며) 무슨 약...?
우현 (끌어내며) 시간 맞춰 먹어야죠, 얼른요~!
영옥/숙 (??) 무슨 약?
씬15/ 주방 (D)
우현, 검은콩같은 알약 몇 개를
혜옥의 손에 쥐어주고 물주며,
(우현은 혜옥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냥 허둥지둥 움직인다)
우현 얼른 드세요.
혜옥 무슨 약인데...?
우현 몸에 좋은 거에요. (하며 약통 보는데 놀라며 혼잣말) 변..비... (얼른 통을 서랍에 넣어버리고)
혜옥 응?
우현 ..막내이모님만 드리는 거에요.
혜옥 (싱긋) 나만...? (그 말에 한 입에 털어넣는)
씬16/ 윤아회사 사무실 (D/ENG)
윤아, 막상 출근해 자기 책상 위에 가득한 도면들을 보니
첫직장인 이곳을 떠나는게 미안하기도하고 아쉽기도 하다.
윤아 (착잡하지만 비장한) 나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 라고 생각하자...
윤아, 자기 자리에 앉는데
이때 지나가는 직원1, 윤아에게 슬쩍 말거는
직원1 오과장님은 계속 계시는 거에요?
윤아 어? 뭐가?
직원1 아니 그냥요.. 차부장님이랑 무슨 얘기 없으셨나해서요..
윤아 어.. 뭐.. (얼버무리는 표정에 뭔가 생각하는)
윤아 (NA) 난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차부장님 없이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씬17/ 윤아회사 휴게실 (D/ENG)
차부장과 윤아, 커피 뽑으며 얘기하는
부장 어떻게, 생각해봤어?
윤아 예.. 저야.. 감사하죠~
부장 결정 했으면 이 회사에도 빨리 얘기해주는게 좋겠지. 그쪽도 수순을 밟아야 하고...
윤아 근데.. 그 쪽에선 저를 어떻게 알고..
부장 아~ 그거야 내가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해놨으니까 날 믿는 거지~
윤아 (표정)
부장 오과장 직급이나 연봉도 내가 요구하는대로 다 해주기로 했어.
윤아 (초라해진다) 그럼.. 전 뭘...
부장 오과장이야 그저 일만 열심히 하면 돼. 뒤는 내가 알아서 다 봐줄테니까.
윤아 (뭔가 아니다 싶다) 저... 부장님!
부장 (??)
윤아 저.. 죄송합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부장 (의외라 놀라는) 어?
윤아 (결심) 전.. 그냥 여기 남겠습니다.
부장 (이해 안가는) ...오과장이 의리 있는 건 아는데~ 직장을 옮긴다구 그게 꼭 배신인가? 이건 오과장한테는 일생
일대의 기회야.
윤아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머뭇머뭇하다) 일생 일대의 기회인 동시에 제가 혼자 설 수 있는 기회인
것도 같습니다.
부장 (표정)
윤아 지금까지 절 믿고 아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걸어나오는 윤아 뒤로
실망한 표정 역력한 부장 보인다.
씬18/ 윤아회사 옥상 (D/ENG)
(옥상이 아니더라도 잘 가꿔진 화단이 있는 곳)
윤아, 마음을 정리하려고 온다.
윤아 (E) 내가 미친 짓을 한 걸까..
윤아,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예쁘게 다듬어져 있는 화단을 본다.
윤아 (NA) 때마다 물을 주고, 때마다 비료를 줘서 키우는 예쁜 화초.. 하지만 제멋대로 자라는 가지는 잘려지고,
뿌리도 화분의 바닥 그 아래로는 내리지 못한다. (뭔가 홀가분함을 느낀 듯 먼 곳을 보며 엷은 미소) 그래.. 난 이제
잡초처럼 살자. 비바람을 맞아도, 벌레를 먹어도, 그렇게 제대로 홀로 서 보자! (자신감있는 밝은 미소)
씬19/ 거실 (D)
영옥과 영숙, 노파와 참외를 먹는데,
우현, 바닥에 바가지 놓고 콩에서 돌 고르는데
노파 아우 다네.
영옥 달지? (은근히 자랑) 고맙다면서 참외 한 박스하고 이 백화점 상품권(테이블 위에 놓인)을 갖다놨지 뭐야,
십만원짜리.
우현 (상품권이라는 말에 조마조마)
노파 아우 땡잡았네.
영옥 땡잡긴. 누가 뭐 바라고 한 건가? 우리가 알잖어. 세상에 배곯는 거처럼 무서운 거 없는 거.
노파 아우 무서무서. 배곯는 건 무서.
영옥 우리같은 노인네들이 (상품권 들고) 이런 거 뭐 쓸데나 있나.
우현 (또 조마조마)
영숙 거 그냥 사돈 줘요!
우현 (E, 반가움에 두근거리는 효과음)
영숙 쓸데도 없다면서 뭘 들고 있어. 그냥 사돈 줘요.
우현의 TR사이에 영옥의 대사가 흐른다.
우현, 자신의 생각에 너무 빠져 있어
영옥의 말을 못 듣는다는 설정.
우현 (E) 이번엔 딱 한번만-
영옥 그래. 사돈 이거 써.
우현 (E) 한번만 거절하자.
영옥 이거 쓰라고.
우현 (E) 아냐, 한번도 거절하지-
영옥 왜 대답이 없어?
우현 (E) 말자. 주면, 그냥 받자. 그래, 그냥 받자. (그제야 영옥을 보는데)
영옥 에이, 싫음 말구.
우현 (황당!! 아니 뭘??)
씬20/ 부록방 (D)
우현, 멍하니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가
벽에 머리를 쿵... 쿵... 박는.
우현 등신... 등신...
씬21/ 녹음실 (D)
부스 안에서 녹음중인 미자.
오른쪽 얼굴만 보이게 고개 숙인 채
멘트를 읽고 있다.
미자 저는 지금 연예인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 사람을 직접 본 적도 없는데.. 남들이 들으면 나이도 서른 다섯인데
미쳤다고 하겠죠. 그런데 전 아침에 깨서부터 잠들 때까지 온통 그 사람 생각 뿐이에요. (내용에 빠져 훗 웃다보니 고개를
들고) 저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 제가 정상이 아닌 걸까요? (하다 힉?? 놀라며 현우보는)
부스밖 현우. 그저 멀뚱멀뚱 미자를 보고 있다.
미자, 힉?? 놀란 표정.
현우, 응? 왜 그래요?하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
미자, 낭패다!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턱 괴는 척
손가락으로 뾰루지 가리고 멘트 계속
미자 (마치 화난 투로) 너무 걱정하시는 것 아닌가요? 그 분께 무례한 행동만 안하신다면 마음껏 좋아하시는 거 뭐
어때요?
씬22/ 방송국 연습실 (D)
미자, 낭패인 표정으로 들어오는
미자 에이.. 기어이 봤네.
현우, 바로 따라들어오는
현우 미자씨.
미자, 현우에게 등 돌린 채 어쩔까..
하다 까짓 거! 하는 표정으로 홱 돌며
미자 네? (E) 이왕 본 거 그냥 봐라~ 이미지 뭐 한두번 구겼냐~
현우 (신난) 이따 우리 자동차 극장 가요!
미자 (E) 어때요! 웃기죠?
현우 미자씨?
미자 네?
현우 자동차 극장 가자구요~
미자 (그제서야 듣고) 아.. (안 내킨다. 다시 손으로 슬쩍 코 가리며) 오늘요?
현우 (티켓 보여주며 끄덕끄덕 미소)
미자 (아후..)
씬23/ 마당 (D)
영옥 영숙 혜옥, 화분 닦고 정리하는데,
한 남자(40대 후반)가 조심스레 들어온다.
(남잔 점잖고 사람을 어려워하는 스타일)
남자 저기...
할셋 ... 누구슈?
남자 안녕하십니까?
영옥 누구...?
남자 (어렵게 입 떼는) 제가 예전에 이댁에서 밥을 얻어먹었던 적이 있는데...
영옥 (그 말에 일어나 손 닦으며) 아우, 내 그렇지 않아도 왜 안오나 했수.
남자 너무 늦어 염치는 없지만... 그래두 찾아 뵙는게 도리인 것 같아서...
영옥 근데 뭘 그런 걸 다 보내구... 그래, 요즘은 어떻게 살우?
남자 많이 좋아졌습니다. (안을 보며) 어르신은... 계신가요?
영옥 응? 무..슨 어르신?
남자 저한테 밥 주셨던...
영옥 (잉? 나 아냐? 영숙과 혜옥을 보는)
영숙 (뒤늦게 상황간파하고, 능청스레) 아, 나?
남자 아니...
혜옥 (나서며) 아아~~ 나아?
남자 아니...
혜옥 그럼 누구?
남자 바깥 어르신...
영옥 바깥...
그때 우현, 다라이에 빨래를 잔뜩 들고 나오는데
남자 (조아리며 정중히) 아우 어르신.
우현 (허걱 놀라 휘청, 응?)
남자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어르신.
우현 (얼결에 인사 받으며 같이 꾸벅) 예...
할셋, 황당해서 우현과 남자를 보는.
씬24/ 거실 (D)
영옥은 민망해 고개 틀고 있고,
우현은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지 어쩐지 골똘한데,
영숙 혜옥 부록, 다 같이 남자의 얘기를 듣는.
혜옥 (낮게) 난 어르신이래서 또...
영옥 (가만있으라고 쿡 찌르고)
남자 그때 어르신께서 숟가락 하나 그릇 하나까지 귀한 손님 대접하듯이 깨끗하게 차려주시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하셨는데... 눈물 참느라 혼났습니다. ... 부도나고 나서 처음으로 받는 사람대접이었습니다.
영숙/부 (이해간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남자 그때 밥 먹으면서 결심했습니다. 내 사람 대접은 받고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이 앙물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이만큼 사는 게 다 어르신 덕분입니다.
우현 (코 훅 들이키며 허공 보는)
부록 아니 넌 그런 일을 왜 진작에 말 안했..어요 어르신. 우린 몰랐죠. (우현의 어깨 툭툭 치며, 남자에게) 우리
어르신이 생각보다 속이 깊어요.
남자 정말 어르신 아니었으면... (남자의 목소리에 우현과 영옥의 아래 투샷이 보인다, OFF) 전 여태까지
노숙자였을지 모릅니다. 집사람도 같이 인사드리러 오고 싶다고 그러는데, 아무래도 제가 먼저 찾아뵙는 게 도리인 거
같아서...
우현, 테이블 위의 상품권에 눈이 가고,
영옥의 눈치를 보며 슬쩍 상품권 쪽으로 손이 가는데,
영옥과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오던 손동작이 멈춘다.
영옥, 보다가 슬쩍 우현 쪽으로 밀어준다.
우현, 슬그머니 자신의 앞으로 끌고 온다.
씬25/ 윤아회사 사무실 (D/ENG)
차부장, 작은 박스에 짐을 챙겨 떠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직원들 (서운한) 안녕히 가세요- / 섭섭해요 부장님~
윤아 (꾸벅)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부장 그래. 다들 건강하고- 또 보자구~
차부장, 떠나는데 윤아, 의연한 표정으로 배웅하는
씬26/ 윤아회사 화장실 (D/ENG)
직원1,2, 들어오며 재잘재잘
직원1 차부장님 정말 좋으셨는데 섭섭해.
직원2 나두~~ 오과장님은 얼마나 섭섭할까.
직원1 야, 아까 그냥 눈 똑바로 뜨고 안녕히 가세요 하는 거 못봤냐? 암튼 독해..
변기칸. 윤아, 서운한 표정으로 훌쩍거리는
윤아 (E) 나두 무진장 섭섭해 이것들아~ 씨..
윤아, 소리 안나게 훌쩍거리며 콧물 닦는데서
씬27/ 동네 일각 (D) - ENG
우현, 배웅하듯 남자와 마주 서 있다.
남자 (머리 조아리며)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르신. 건강하십쇼, 어르신.
우현 (대답하기도 뭐해 같이 고개 숙이고)
남자, 몇 번을 조아리고는 돌아서 가자,
우현, 쓸쓸한 얼굴로 보다가 돌아서 가는데,
우현 (문득 돌아서서) 어이!
남자 (돌아서 조아리며) 네...
우현 ...... 자네, 올해 몇 인가?
남자 마흔 아홉입니다 어르신.
우현 ...... (마흔 아홉? 어르신?) ...... 열심히 살게.
남자 (머리 조아리며) 네... 어르신.
우현, 가는데 참 쓸쓸하고 허황되다.
우현 (혼잣말하듯 궁시렁) 난 마흔 다섯이다 임마...
씬28/ 백화점 일각 (D) - ENG
우현, 갖고 싶었던 그 운동화를 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상품권을 꺼내서 운동화와 번갈아본다.
그렇게 쓸쓸하게 운동화를 응시하는 모습에서
씬29/ 백화점 일각 (D) - ENG
그렇게 보는 우현의 시선이 이어지며
우현 이거... 얼마에요?
여자 (OFF) 이거요?
하며 반들반들한 유리위에 올려놓는 화장품.
여자 (밝게) 남성용 피부노화방지 크림인데요, 요즘 남자들 이거 하나씩은 다 갖고 있어요. (유심히 보는 우현의 표정
위로, OFF) 아침저녁으로 한달만 사용해도 몰라보게 피부가 고와져요.
우현 요건요?
여자 (꺼내 보여주며) 화이트닝 제품인데요, 같이 쓰시면 더 좋죠. 얼굴이 하야면 얼마나 귀티나고 젊어 보이는데요.
우현 (그 말이 제일 반갑다. 혹해) 젊어 보여요?
초롱초롱 빛을 발하며 보는 우현의 모습에서.
씬/ 자동차 극장 (N) - 자료그림
씬30/ 자동차 극장 (N/ENG)
현우는 운전석에, 미자는 조수석에 앉아
영화를 보는데 미자는 머릿속에 딴 생각만
미자 (미자원샷에/E) 에이.. 증말. 요게 오른 쪽에만 났어도 안보이는 건데. 딱 요쪽에 나갖구.
현우 (OFF) 하하하!
미자, 깜짝 놀라 현우보면
현우는 영화보고 웃는 것이었다.
미자 (영화쪽 보는)
INS//자동차극장 영화화면
미자 (의심스럽게 영화 확인하며/E) 웃겼던 거 맞아?
미자, 현우를 다시 보는데
현우는 영화에만 집중하고 있다.
미자, 후... 맥빠지는 듯 자기도 영화보며
미자 (E/미자 원샷) 뭐 어떠냐.. 신경쓰지 말자.. (음료수 마시며 영화보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 현우쪽을
보면)
현우 (미자 코쯤을 다정한 표정으로 보는)
미자 (힉??)
현우 귀여워요.
미자 (엥??) 뭐가요.
현우 미자씨 코요~ 몰랐는데 되게 귀엽게 생겼네요. (말하고는 쑥스러운 듯 웃는)
미자 차! 그냥 웃기면 웃기다고 해요~
현우 (엥??) 네?
미자 (뾰루지 가리키며) 웃기면 그냥 웃으라구요~
현우 (응? 처음 보는 듯 자세히 보고) 아~ 뭐 났네요?
미자 (엥?)
현우 몰랐어요.
미자 (황당) 아니, 이렇게 큰 게 안보여요? 완전 오서방같이 났구만!
현우 오서방이요? (푹! 웃음 터진) 하하하! 난 진짜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하하하!
현우는 이제야 계속 보며 웃고
미자는 어이가 없다.
씬31/ 까페 (N)
미자와 현우, 바쪽에 나란히 앉아있는
현우 아프진 않아요?
미자 그냥 쫌요..
현우 손 대지 말고 가만 놔둬요. (하다 또 푹 웃는)
미자 자꾸 웃지 마요~
현우 킥킥.. 오서방..
미자 (차.. 자기도 웃겨 같이 웃음 터지는)
바텐더, 각각 쥬스를 주다가
바텐 (현우보고) 어? (머뭇머뭇하다) 저기 손님..
현우 네?
바텐 (현우셔츠 가리키며) 단추가.. 엇갈렸네요.
미자와 현우, 응? 보면
현우의 셔츠 단추가 하나씩 엇채워져있어
한쪽 칼라가 찌그러져 있다.
현우 어.. 그러네..
미자 어머.. 나두 몰랐는데.
현우 (여기서 다시 채울 수도 없고) 잠깐만요.
현우, 화장실 가고
미자 (NA/문득 신기한) 하루종일 보면서도 몰랐다. 서로 하루종일 보면서도 단추가 엇갈렸는지, 뾰루지가 났는지..
전혀 거슬리는 줄을 모르는.. 이것도 일종의 사랑의 콩깍질까? 사랑하면 나쁜 점은 아무것도 안보이는..
미자, 훗.. 웃으며 쥬스마시는 모습에서
F.O.
씬32/ 헬스장 (N/ENG) - 에필로그(스크롤)
정민, 운동하고 있는데
동직, 킥킥 웃으며 오는
정민 좋~겠다~ 그렇게 즐거운 일도 있고~
동직 (먼 쪽 가리키며) 저기 미자 못봤어?
정민 봤어~ 들어오다 만났어.
동직 웃기지.
정민 뭐가.
동직 (코 옆 가리키며) 오서방~
정민 응?
동직 (다시 한 번 가리키며) 오서방~
정민 뭔 소리야?
동직 미자 뭐 난 거~ 웃기잖아~
정민 (???) 뭐 났어?
동직 (황당) 너 눈 나빠졌냐? (손가락 한마디) 이따만하게 났는데 못봤어?
정민 (갸웃) 못봤는데?
동직 (어이없는) 차... 내일 당장 안과부터 가봐라.
정민, 멀리 미자쪽을 보며 갸웃하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