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양이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아침기상이 더 빠르다. 시락국을 끓이려 멸치 다시물을 한소쿰 끓여두고 오늘 아침따라 없던 일을 만들어 민기적 거리다 보리밭에 앉으니 어이쿠, 관송님이 내연산 답사 번팅을 올려놓았다.10시 청하중학교 집결이다.
겨울이면 내연산이 좋아 꼭 가본다.관송님과 답사를 하며 들은 풍월을 지인들과 다니며 구라도 치고 음미도 한다.
오늘 월매나 좋은기회인가
포항에서 출발 할 어링불님에게 염치없이 전화를 걸어 탑마트에서 9시 30분까지 만날 약속을 하고 나니 시계가 9시를 가리킨다.
후다닥! 아침밥도 거르고 곶감 몇 줌, 인절미 한가래, 사과 몇알 베낭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밀어넣는다.내연산은 옛사람 발자취 이야기를 더듬어 찿아가는 묘미가 늘 감동이다.
청하중학교에서 관송님 따끈한 숭늉 같은 커피를 마시고 역사관을 들르니 로뎅의 생각하는 근육맨이 반긴다.
학교 역사가 담긴 오랜 자료들이 다시 살아난다. 관송님 학교사랑이 대단하신분이다. 어링불님은 관송님이 이런 환경에 사시는 것만 해도 복받은 분이라고 부러운듯 이야기하신다.
해탈문을 열고 들어서니 불경소리가 크다. 할미신당을 지나고 계곡을 오르니 얼음빛이 눈이 부신다. 어링불님이 원문해석을하고 관송님은 오랜 내연산지기로 깊이 있는 말씀을 곁들인다. 호랑이가 놀다 떨어졌다는 낙호암을 지나 용천이 날카로운 칼로 종횡으로 조각낸것 같은 문수대, 지금의 상폭이라 불리는 사자를 닮은 사자담, 거북이가 꼬리를 끄는 형상 낙구암은 얼음속에 꼬리를 감추고 있다, 사자폭 위로 활연문이 활짝 열려 골 바람이 서늘하다. 사자항을 돌아 번뇌가 사라진다는 적멸암까지 올라 해월선생 글을 다시 읊으니 '바람소리 울림이 영롱한 음성이었다' 신선이 되는듯 한없이 맑아진다.
학소대와 월령대가 어깨를 연산폭에 기대듯 서 있고 선월대가 큰 형처럼 약간 떨어져 삼용추를 즐기듯 바라본다. 얼음속으로 흐르는 폭포소리에 도심의 속된 소리을 씻어내고 관음빙판 너머 관음굴을 마음으로 바라본다. 지금은 비하대로 불리는 월영대 빙판길을 밧줄로 기어오른다. 어디에서 이런 앗살한 맛을 볼것인가. 다리는 무겁다고 응석을 부리는데 마음은 날개가 달려 월영대 꼭두방에 올라앉는다. 긴 백사처럼 어지는 계곡이 선연히 드러나 겨울정취를 한껏 더 낸다. 해월선생은 월영대 꼭두방에 청풍문까지 만들어 두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선인들이 돌 하나,나무 한그루,물소리까지 마음을 두고 읊은 내연산 비경을 옛이름으로 불리었으면 마음에 울림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온 산이 얼음비경인데 어디에 앉은들 점심 맛이 없을까. 선생님들은 따사한 양지 방위를 보느라 개울물을 몇번씩 건넌다. 얼음물 곁에 국장님 과메기, 초라한 내 김밥. 관송님 땅콩흑미밥. 어링불님 정성스런 부침개. 답사팀 도시락들이 냠냠짭짭 소리가 부지런하다. 일어서니 뒷등은 가벼운데 앞이 만삭이라 뒤뚱거린다
내원암을 찿아가는 길은 비름박이라 다섯걸음에 한번 쉰다. 날 기다리는 선생님들에게 미안하고 눈치가 보인다. 나도 왕년에 날개를 달듯 산을 오르내렸는데 나이 탓일 까 생각하다
아니다
쉬어가면 돌아보는 풍광도 즐기고 몸을 기대고 있는 우람한 소나무 기운도 느낀다. 이럴때는 긍정마인드로 몰입해야 한다.
길가로 기와조각이 보이고 내원암에 다 온 모양이다. 돌을 쌓은 흔적과 화전민의 숯가마터 같은게 있다. 절도 스님도 떠난자리에 화전민이 살다가고 21세기 그 자리를 찿은 우리는 빗살모양 기와조각을 주워 모우며 먼 그시간으로 돌아간다.
국장님이 마련해준 지팡이가 내 다리 하나를 더 만들어 주어 감사하다. 답사팀 새댁이 끝까지 나와 동행을 해준다. 오늘은 고마운 분들만 있어 복받은 날이다. 정상길은 대로라 다리가 건강해진다.문수정까지 올라 감로수 한잔을 마시고 문수암을 내려오니
저 아래로 보이는 사자담은 환상적이다 섰터를 눌렀지만 너무 멀어 감이 없다. 눈으로 즐긴 것만도 행운이다.
다시 문수대로 내려와 하산주를 마시고나니 가벼워진 발걸음이다. 아득한 저 먼곳을 올려다보니 아직 내 건강도 쓸만한 것 같다
관송님 어링불님 국장님 학술팀들에게 해국은 무척 감사합니다. 다음에 연락주셔요. 그때는 날아갈게요.ㅎ
첫댓글 겨울 산과 음전한 여인의 모습, 취재기자 해국님의 아름다운 글, 내연산 최고의 지성인 어링불과 관송님~~ 오, 환상의 콤비들
보리수필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셔 저는 덤으로 행복해집니다.
해국기자의 보도가 마치 함께 간 듯합니다.
함께 못 가 섭섭합니다요~~! ^^*
회장님 아쉽지요. 다음 번팅을 꼭 기다려봅시다.
회장님, 상사화 싹이 피어오르는 봄이나 올해 봄 문학기행지로 내연산을 올라보는 것 어떻습니껴?
문수암을 거쳐 삼지봉까지는 몇 번을 오르내렸지만 단지 산행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었는데....
다시 꼼꼼히 돌아 본 듯 눈 앞에 그려집니다. 삼지봉에서 올랐던 반대편 길로 한참을 내려오다 보면 돌담 쌓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편편한 공간이 여러군데 보이던데....지나쳐 오면서도 항상 궁금했었거든요. 저도 따라 갈 걸.....후회됩니다요. 해국님 글 잘 보고 갑니다~^^
산행을 잘하시네요.ㅎ 저도 적멸암자리가 쉼터인 줄 알았는데 ,신선이 노닐듯 앞뒤 병풍같은 기암이 바라보고있더군요 .아는만큼 느끼는것 같아요.
수리더미 중턱에 있는 돌담장 두른 자리가 바로 내원암터로 보입니다. 이번 보리수필6호의 고전산문을 읽어보시면 등장합니다.
내연산의 겨울 풍광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
감기 땜에 꼼짝할 수 없음이......^*^
저는 손에 꼭 잡고 왔습니다.ㅎ 손이 풀릴쯤 같이 가봐요
미소천사가 보름 달밤이 되면 상용추폭포 아래 깊은 못으로 두레박타고 내려와 목욕한다고 하던데....나무꾼도 사슴도 추버서 오지 못했는데 ...한 겨울에 찬물에 목욕하시면 감기 걸리지라우. 겨싥엔 백암온천탕으로 하강하시길 바랍니더! ^^
** 저는 청도에 다녀왔습니다... 시댁 일로... 산에서 먹는 도시락 정말 맛있는데 ~ ㅎ **
얼음물소리 곁에 점심밥 또 다른맛, 국장님 숭늉이 압권이고 인삼주 송화주 구곡주 커피 딸기 감당을 못했습니다요.
해국님, 부지런도 하십니다. 벌써 사진과 답사후기를 올리셨네요.
사자담, 낙구암, 활연문이 훤히 보입니다요.
해국님과 함께 한 답사여서 더욱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근데요, '근육맨' 옆에서 언제 찍으셨나요?
늘 후덕한 마음씀으로 주위를 편안하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날 지팡이를 마음에 품고있을게요. 근육맨이 제게 슬쩍 눈짓를 보냅디다. 이 여인과 한컷 하고 싶다고.
좋은 글, 좋은 사진, 즐감했습니다. 몸살 안 나셨나요?
요즘 운동부족이라 내 다리에 내연산 알통이 굴러다녀요. 그래서 솔밭 걷기를 다시 합니다요. 행복한 날이였습니다.
내연산 알통이 굴러다니는 다리는 좀 풀렸습니까?ㅎㅎ 내일이 입춘, 봄이 머잖았네요.
문학기행 바지런히 따라 다닐라믄 저도 걷기 운동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글과 사진으로 산행의 기쁨을 선물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고찰과 고승, 암자와 명승경관, 이야기와 사람들의 숨결, 바다가 보이고, 물과 바위가 좋고, 솔과 참나무가 좋고, 내연산은 사계절이 모두 좋아요. 겨울 내연은 참 매력적이었어요. 계곡의 흰 얼음...수정 고드름... 내연산을 사랑하는 해국님과 동행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노란 잠바와 목도리가 아주 잘 어울렸어요. 저는 하산할 때 정강이 관절 부위가 아파서 걸음마다 불편했어요. 평소 108배라도 하며 운동 좀 하고, 아침에 뒷산에라도 올라야 하는데....올핸 무조건 운동하고 사랑이야~! 상사화 싹이 올라올 때 선열대 답사를 감행해 봅시다. 아님 올봄 문학기행지로!
저도 올해는 몸 다지기입니다. 상사화 핀 선열대를 향해. 탑마트에 급 조달한 목도리 빛나네요.
오라는 이는 없어도 바쁜척하고 여기저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다니다가 이제사 보니, 아뿔사. 이렇게 좋은 기회를 붙잡지 못했네요. 아, 이 슬픔 어찌 표현하리요. 그래도 해국님의 글을 읽으면서 같이 갔거니 합니다. 아, 가 보고 싶어라.
다음엔 꼭 가이시더. 죽죽 찢어먹든 미소님 김장김치 생각 간절하네요 ㅎ
운치있는 겨울 계곡, 단단한 글월과 백미같은 사진솜씨에 감탄하는 아침입니다. 보고 또 보고 갑니다. 고마운 마음 남기며.....참 멋있습니다!!! 사진, 글, 자연, 그리고 이 모두를 올려주신 아름다운 님!!!
고맙습니다. 언제 같이 가 보고 싶네요. 겨울 내연산은 계곡이 깊어 대단한 비경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