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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펀드를 많이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올바르게 판매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상도를 지키며 '슬로우 앤 스테디(Slow & Steady)' 자세로 임하려고 합니다"
차문현(60)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국내 최초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건전한 금융투자문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달 말 펀드온라인코리아 출범을 앞두고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그를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인가안을 의결에 부쳐 승인했다. 이에 따라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오는 16일 금융위 최종 인허가를 거친 뒤 남은 절차를 완료해 4월 말 정식으로 투자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 투자자 우선하는 '공공성' 강한 사업…자본시장 문화 선도
온라인 펀드몰이라는 새로운 판매채널의 등장에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체 펀드몰을 선보이고 있지만 차 대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유관기관 47곳이 출자해 만든 "공적인" 회사이므로 수익보다는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이익 확대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주주나 회사 이익을 목표로 하는 여타 금융회사들과 달리 합리적이고 올바른 펀드판매를 위한 대안 채널로 활약할 것"이라며 "기존 판매사들을 경쟁자보다 동반자로 인식하면서 선의의 경쟁 구도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수년째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나홀로 생존이 아니라 시장파이를 키워 함께 살 길을 모색하겠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증권사들의 펀드몰 설립은 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이자 투자자 이익이 늘어난다는 면에서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촉진한 순기능이라고 차 대표는 강조했다.
펀드시장의 '사회적 인프라'를 자처하는 만큼 자본시장 문화를 새롭게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단기 고수익을 좇아 일희일비하는 한국의 투자문화를 보다 안전하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장기 분산 투자 위주로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차 대표는 "단기 성과를 노리다 보면 손실이 나기 마련이고 그 책임을 시스템 탓으로 돌리게 되면서 결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이어진다"며 "3년 이상의 장기성과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게시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장기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투자자가 직접 펀드 비교·선택…불완전판매 만반의 대비
투자자의 선택권과 알 권리 확대를 강조하기 때문에 펀드슈퍼마켓은 원천적으로 이용자들이 스스로 펀드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판매사의 수익 창출을 위한 편향된 상품 권유를 차단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펀드를 판매하겠다는 취지다.
차 대표는 "기존 일부 펀드시장은 단기적인 시장예측과 잦은 매매, 부적합한 상품권유로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펀드슈퍼마켓은 특정상품에 대한 권유절차를 배제하고 객관적 기준으로 상품을 비교해 그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적인 상담책 부족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차 대표는 △ 불완전판매시 원금 전액 반환 △ 단순변심·선택 오류시 구매철회서비스 제공 △ 적절한 매수절차 재확인을 위한 '해피콜' 등을 통해 투자자의 믿음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상담 요원으로 구성된 콜센터 운영과 함께 위험요소를 강조해 표기하고 투자성향에 부합하지 않는 펀드 선택시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차 대표는 "다양한 기준별로 펀드랭킹을 제공하고 동일한 특징을 지닌 그룹별로 공정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펀드 셀렉션, 포트폴리오 솔루션을 통한 나의 포트폴리오 점검 등 쉬우면서도 전문적인 자산관리 툴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듯 이용자가 여러가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카트 폴리오(Cart polio)' 서비스도 계획돼 있다.
차 대표는 7월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 시행에 맞춰 펀드슈퍼마켓 출범을 조정하는 편이 운영에 보다 안정적이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제"라면서 "펀드슈퍼마켓이 탄생하면서 IFA의 당위성과 필요성도 제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온라인 금융시장 확대…금융실명제 완화 필요
차 대표는 침체된 금융투자산업을 부흥하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최근 업계의 주장에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펀드온라인코리아 역시 금융규제라는 장애물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실명법 탓에 펀드온라인코리아에서 매매를 위한 펀드 계좌를 개설하려면 반드시 제휴사인 우리은행이나 우체국을 방문해 실명확인을 받아야 한다. 보험 상품의 경우 온라인상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차 대표는 "이같은 절차는 투자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요인이자 온라인 금융시장의 성장과 발전에도 중대한 제약이 되고 있다"며 "금융실명 확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데 이는 온라인 금융회사의 사업성과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금융실명제가 도입된지 20년이 지나면서 사회시스템과 환경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시대 기류에 맞게 실명확인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IT기술 발달로 대면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개발된 만큼 전향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터뷰 말미 차 대표는 40여년 간 금융업에 몸담은 전문가로서 재테크를 시작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향해 "돈의 길목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대표는 "돈을 모으려면 불필요한 지출과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투자할 때도 세제 혜택이나 비융을 줄이는 것부터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의 부담은 낮추고 이익은 늘리겠다는 회사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그의 말처럼 펀드온라인코리아가 '투자자 이익 확대'와 '시장신뢰 회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