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한 뒤 머리가 묵직하고 지끈지끈 아프다고 호소하는 임신부들이 의외로 많다. 임신부의 두통은 대부분 생리적인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두통을 경험하는 임신부들로서는 약 한 번 마음대로 먹을 수 없어 고통스럽다. 게다가 두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데…. 임신부 두통의 원인과 그 해법을 알아보자.
서울 홍제동에 사는 독자 윤정미 씨는 임신을 한 뒤 머리가 묵직하고 지끈지끈 아픈 증상을 앓고 있다고 한다.
“임신을 한 뒤 전에 없던 두통을 앓고 있어요. 컨디션이 좋을 때는 머리가 묵직한 정도지만, 가끔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잠을 이루기가 힘들 때도 있어요. 머리가 너무 아플 때는 약이라도 사다 먹을까 하고 수십 번 생각하지만, 뱃속 아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한마디로 너무 괴로워요.”
임신을 한 뒤 윤씨처럼 머리가 묵직하고 관자놀이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호소하는 임신부들이 많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는 대부분 임신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는데, 가벼운 임신 트러블로만 여기기에는 예비 엄마들이 겪는 아픔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한다.
초·중기엔 괜찮지만 말기엔 조심해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는 임신부들이 겪는 두통에 대해 “두통은 임신 초기의 임신부에게 있어 입덧처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대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임신을 한 뒤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생리적인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임신 초기 두통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황체호르몬에 의한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하지 않았을 때에도 생리(월경)의 신호로 두통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배란 직후에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입덧 증상으로 구토가 심해지면서 두통이 생기기도 하고, 자극에 의한 과민 반응에 의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두통 증상이 자연스럽게 소실되거나 완화된다. 만약 임신 중기 이후에도 두통이 지속되면 이는 십중팔구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다. 박미혜 교수에 따르면 임신 초기에 동반되는 두통과 정신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그 관계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두통을 동반하는 임신중독증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공포, 엄마가 된다는 두려움 등으로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임신부라면 두통은 물론 임신중독증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두통을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반면 임신 말기에 두통 증상을 호소하는 임신부들이 있는데, 이는 임신 초기·중기에 비해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임신 말기의 심한 두통은 임신중독증의 고혈압에 의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신 말기에 심한 두통과 함께 혈압이 높거나 눈이 침침하며, 구토 증상이 동반되고, 부종과 같은 임신중독증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의에게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의식 장애가 있거나 현기증이 동반되는 경우, 진통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두통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외에 임신 기간 동안 감기나 빈혈, 수면 부족, 피로, 과로, 불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두통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여 생길 수도 있으므로, 임신 후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는 전문의에게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서 두통을 해소하려면…
임신 초기에 생기는 두통의 경우 간단한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이 진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약을 먹기 전에 먼저 일상생활에서 두통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_ 임신을 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이라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임신부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공포, 출산 후 아기를 키워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불안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신부 스스로가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접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히 쉬되 실내는 쾌적하게_ 별 이유 없이 두통이 지속될 때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두통 해소에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한 뒤 시원하고 쾌적한 곳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 된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답답한 실내에만 갇혀 있으면 짜증이 나기 쉬우므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철에는 온도 및 습도 조절, 실내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 온도는 25℃를 넘지 않도록 하고, 습도는 60% 정도를 유지하며, 바깥 날씨가 차갑더라도 적어도 하루 한 번 실내 공기를 환기시켜 준다.
잘 먹어야 두통도 사라진다_ 평소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여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로 기분을 전환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임신 중에는 단백질 필요량이 많아지는데, 이는 모체의 건강은 물론 태아의 발육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두통을 동반하는 임신중독증 예방에도 양질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임신 기간 중에는 되도록 공복을 피하도록 하고, 소량의 식사라도 양질의 음식으로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_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만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기는커녕 묵직한 느낌이 지속될 뿐이다. 특히 임신부들 중에는 몸이 피로하다고 해서 수면을 과도하게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 자체가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집에서만 생활하기보다는 가벼운 맨손 체조나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여 운동 부족으로 인한 현기증을 예방하도록 한다.
한방에서 말하는 ‘임신부 두통’ 해법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임신으로 인한 두통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 빈혈이나 감기로 인해 생기기도 하고, 초기의 임신오조(입덧)가 심해져 구토로 인해 두통이 생기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두통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들은 임신으로 인한 특성에서 비롯되는데, 임신을 하면 일단 임신부들은 ‘혈허(血虛)’의 특징을 갖게 된다고 한다. 한의학적인 혈(血)은 혈액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우리 몸의 체액, 혈액 등이 부족한 상태를 일컫는다. 따라서 혈허란 빈혈을 포함하는 병증으로, 혈이 부족해지면 기(氣)가 상체로 몰리게 되어 두통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경섭 원장은 일단 두통이 생기면 ‘쉬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충고한다. 특히 임신 초기에 장시간 돌아다니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게 되면 피로를 빨리 느끼게 되기 때문에 두통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반면 빈혈로 인한 두통일 경우에는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철분제를 복용하거나 당귀나 대추 등을 차로 끓여 마시면 도움이 된다. 또한 임신오조나 감기로 인한 두통은 이를 치료하는 한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특히 감기로 인해 발열이 있는 경우에는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며, 임신오조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음식 섭취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한편 임신 기간 내내 두통이 지속되고 참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통해 정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 말기까지 지속되는 두통은 임신성 고혈압이나 뇌의 이상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럴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두통 해소에 좋은 한방 요법 두 가지
지압법_ 태양 : 양측 관자놀이 부위 중 가장 아픈 부위를 눌러주면 된다. 두통이 생길 때마다 약간 아픈 정도의 강도로 눌러준다. 머리가 무겁거나 두통이 있을 때 지압해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풍지 : 뒷머리가 뻐근하거나 뒷목과 어깨의 근육이 단단히 굳은 느낌일 때 손으로 마사지하듯 풀어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백회 : 양쪽 귀에서 똑바로 올라간 선과 미간의 중심에서 올라간 선이 교차하는 머리 꼭대기 부분으로, 양 손바닥을 펴서 포개어 백회혈에 대고 문질러준다.
한방차(당귀차)_ 당귀는 여성을 위한 약초라고 할 만큼 각종 부인병에 효과적이며(부인의 냉증, 혈색 불량, 산전·산후의 회복, 월경 불순, 자궁 발육 부진, 냉증, 복통), 혈액을 증산하고 심장을 보호하며 허한 것을 도와준다. 또한 어지럼증도 없어지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당귀 10g을 물에 씻어 물기를 뺀 뒤, 차관에 담고 물 300~500㎖를 부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은근히 오랫동안 달인다. 건더기는 체로 걸러내고, 국물만 따라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