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훈 화백
나는 이미 안일과 타성과 세월에 종속되다
세월과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해 왔다
지구역사 45억년
6.25전쟁 발발 73년
우리들 선조와 부모는 힘겨운 고난의 역사를
의연히도 버티어 왔다
200만명이 죽어간 6.25
이념과 집단,민주와 공산이라는 두 대치속에
어리고 젊은 인간종이 천수를 누리지도 못하고
비명에 갔으니 누구탓이랴?
청춘을 지나 노년의 초입에서
선조들의 위대함을 찬탄하고
부모세대의 눈물겨운 고난의 역사를 더듬는다
그들은 투철하고
그들은 헌신했으며
자기안일을 돌보지 않은 진정 보살이었다고
후인인 나도
가다 쓰러질지언정
이제 세월속에 무릎이 아프다고
힘들다고 포기와 안일의 그늘에 안주하는 모습에
선조와 부모세대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휘청이며 가는 것이 삶이라 하지만
안일하게 주저 앉는 것이 노년이라 하지만
세월히 이리 급속히도 갈 줄은 몰랐다
가을 바람이 옷깃으로 스며
슬며시 춥다 보니
모기와 더위의 지난 여름이 좋았듯
고난의 나라 역사가 자랑스러움이며
가난과 병고에 찌든 우리 부모세대가
모두 거룩한 대승보살이었음을
이제 삭신이 쑤셔 철이 든 후에야 깨닫는다
그들을 노래해야 한다
그들을 찬탄하고 그들을 숭상해야 한다
강보에 쌓인 이 핏덩이를 전쟁에서,기아에서
구해준 그 분들이다.
그들 스스로 굶주리며 칡뿌리,솔잎에 의지한 채
고픈 배를 쥐어잡고 어린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여정
그 고난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곧 일제치하,6.25를 거친 성자들이었다.
밥 한수저에 그들의 피가 담겼고
물 한그릇에 그들의 혼이 담겼다
주저할 수 없고 쓰러질수 없는 이유다.
세월을 핑게삼아
안일과 타성에 젖는다는 말이 말이 되더냐
주저 앉아 궁상에 떤다는 것이 합당키나 하더냐
지난 세월
모진 역사속에 자손들 위해,후인들을 위해
살다간 역정의 노장과 어머니들을 고이고이
생각해야 한다.그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나는
새벽 기도와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쓰러져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난 세대의 그들은 철지나고 녹슨 연장이 아닌
보석처럼 빛나는 위대한 역군들이었다고
새기고 반추하며 눈으로 하늘을 응시하고
두발로 땅을 디딘채 굳세게 걷고 또 걸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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