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시계추가 거꾸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봅니다.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지난 20년 전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권을 되찾고 싶은 모양입니다. 중고등학생이 주축이 된 촛불시위를 탄압하고 참석한 고등학생 학교에 찾아가 수업 중 학생을 불러 조사하는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공안수사 오늘은 EBS 지식채널e의 광우병 방송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상파EBS와 플러스에 내려졌습니다. 그들은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독선으로 자신들의 욕망만 추구하기로 했나 봅니다.
사실 EBS 지식채널e은 부당한 권력을 가진 자와 그에 기생하는 자들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였을 것 입니다. 우리 사회 그늘진 곳의 진실을 알리고 부당한 권력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섰던 지식채널e는 우리시대 방송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 충분한 프로그램 이였습니다. 더욱이 EBS에서는 웹2.0 시대를 맞이하여 학생 나아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송이 되겠다고 선포했으면서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여 이렇게 방송을 내리는 것은 EBS 방송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너무 슬픈 날입니다. 다시는 뺏기지 않을 것 같은 자유 민주주의의 시민 주권이 그들의 손에 다시 한 번 더럽혀진 날이기 때문입니다. 권위주의 정부의 부활은 이제 기우에 지난 것이 아니라 우리 목전까지 와있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난날 부당한 권력 앞에서 피 흘리며 자유와 진실을 쟁취했던 우리의 이름 모를 선배들이 이뤄놓은 민주주의의 꽃을 우리가 지켜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저는 대정부 투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현 정부는 합법적인 투표로 선출된 정당성 있는 권력입니다. 하지만 그 권력은 국민이 준 대의 민주주의 하의 위임된 권력일 뿐입니다. 국민 대다수의 뜻에 반하고 도리어 국민을 탄압한다면 그 정당성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잠들어 있거나 숨어 있는 자의 권리는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은 국민 스스로 지키고 찾아 나갈 때만 존재 하는 것 입니다.
EBS 게시판에 올라온 지식채널e PD 김진혁씨의 글 원문입니다. 안녕하신지요? 지식채널e 담당pd 김진혁입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을 겪었습니다. 지식채널e 금주 방송분 중 한편인 ‘17년 후’를 오늘부터 지상파와 플러스에서 모두 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7년 후’는 현재 가장 예민한 이슈인 ‘광우병’을 다룬 내용입니다. 예민한 내용인 만큼 현재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협정 관련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일들을 fact만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 이유는 EBS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여건과,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pd 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제작을 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메시지도 굉장히 건전(?)합니다. 영국의 잘못을 거울 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잘 하자...정도입니다. 이 정도 수위는 보수언론에서도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얘기하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비판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광우병’ 관련 아이템이란 이유로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이 된 내용을 수요일부터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감사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재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는 감사원 직원분이 광우병을 다룬 지식채널e 두 편에 대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며 감사팀으로 전화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저는 감사 쪽에서 프로그램의 ‘내용’을 궁금해 하는 것이 의아해서 팀장님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 건지 여쭤봐 달라고 했고, 그냥 요즘 광우병 관련 내용이 민감하니까 개인적으로 궁금해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 콘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팀장님을 통해서 오늘부터 ‘17년 후’를 내리라는 본부장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더욱 의아했습니다. ‘17년 후’는 이미 이틀이나 방송이 됐고, 인터넷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 퍼진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지식채널e는 다들 아시다 시피 방송보다는 인터넷으로 많이 시청하고, 개인 블로그에 퍼가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팀장님과 함께 본부장님을 찾아뵙고 방송 내용이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 여쭤 봤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내용은 문제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이런 결정을 어느 분께서 하셨는지 여쭤 봤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사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부사장님께서 결정하신거냐고 여쭤봤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본인이 결정하신 것이 아니라 EBS ‘경영진’이 결정한 거라고 하시더군요. 이미 이틀이나 방송이 됐고, 인터넷에 엄청나게 퍼져나간 내용을 한참이 지나서야 내리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사장님께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그렇다면 결국 내용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그저 현 정권에 비판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란 이유로 방송을 하지 말라는 얘기로 밖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ebs가 가지고 있는 채널파워가 부족하여 경영진이 그러한 부분에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가 경영진이었다고 해도 당연히 고민을 했겠죠. 그래서 정권에게 보일 어떠한 ‘명분’이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주로 보는 플러스에서만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절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시 여쭤 봤습니다. 지식채널e 방송이 갑자기 누락되면 분명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문의를 해 올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외압’을 받았다는 ‘오해’를 하게 될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실 수 있는지 말이죠. 어차피 나간 방송이니 그냥 며칠 지나가면 될 것을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부사장님께서는 책임을 지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동시에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교육방송이란 ‘교육’적인 내용만을 하는 것이 옳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교육’ 적인 내용이란 것이 무엇인가요? 광우병을 다루는 것이 ‘비 교육’적인 것인가요? 만약 그것이 ‘비 교육’적이라면 내용의 어떤 부분이 ‘비 교육’적인지 말씀을 해 주셔야 하는데 그저 ebs가 학생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니 사회 현안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비 교육적이다‘ 라고 하시면 EBS의 ‘교육’은 그저 ‘입시’라는 말이고, 입시 관련 내용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로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는 교육방송을 ‘입시’방송이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또한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모든 언론 매체가 ‘광우병’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 ebs에서는 거기에 대한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정말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좋은 일일까요? 현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일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은 프로그램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정말 현 정권 혹은 차후 그 어떤 정권이 ebs 전체 조직원에게 어떤 ‘수혜’를 주긴 하는 걸까요? 거기에 대해서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정치적인 보장이라도 되어 있는건가요? 아니면 그냥 조직원 중 소수의 막연한 기대일 뿐인 건가요? 저는 일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EBS의 수많은 조직원 중 한사람에 불과합니다. 또한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EBS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지식채널e로 EBS 전체가 어떤 불이익을 받게 할 어떠한 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 모두가 광우병 얘기를 할 때, 아니 그 얘기가 어떤 얘기든 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를 할 때, 그것을 전혀 다루지 않게 되면 ‘방송국’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정권과의 친밀도 이전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방송은 그 어떤 정권도, 그 어떤 권력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당장은 연명해 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방송이란 것이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그 존재를 인정해 줄 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서서히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기울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후배님 여러분께 여쭤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방송을 내리는 것이 정말 EBS를 위한 길일까요? 이렇게 하면 EBS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게 될까요? 이렇게 하면 EBS는 안 좋은 일들을 피해갈 수 있는 걸까요? 이렇게 하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바랐던 걸까요?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일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 http://monopiece.tistory.com/130
ps. EBS 지식채널e 제작담당자분과 직접 전화 통화로 사실관계를 질문하였습니다. 지금 방송을 완전히 내릴지는 내부적 토론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전후관계를 봐서 아마도 위에서 압력이 온 것을 사실이 아닐지 추측해봅니다. 방송 여부는 빠른 시일내로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고 합니다. |
출처: 태초 그 이전 원문보기 글쓴이: 태극
첫댓글 썩은 정부에 일침을 가하는 모든 양심인들은 뒤로 꺼지라는 정부의 잘난 행동이지요...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