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소설가 최학 선생님을 모시기로 하였으니 강의는 걱정할게 없었지만
책두레가 주관하는 자리니만큼 이런저런 챙길 일들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강의에 대한 기대로 가슴까지 두근거린다.
아산에 이사온지 3년이 지난 2002년 가을에
아산도서관 관장님의 의지와 몇몇 관심있는 분들이
마음을 모아 만든 독서동아리.
책두레란 이름을 짓고, 회칙 정하고,
가장 한가한 죄로 초대 대표가 되어 얼마나 막막했던지?
2003년 3월부터 한달에 두권씩 읽어온 책이 이제 육십권을 넘었고,
함께 참여한 문화행사들과 문학기행들..
2004년에는 충청남도 평생교육 축제에서 우수동아리로 선정되여
이십만원의 활동 장려비를 받기도 하면서
꽤 유익하고도 즐거운 인연을 만들어 왔다.
이제 처음으로 문학강연을 준비하면서 생각하니,
하나 하나 만들어 가는 이 모습이 더 귀하게 여겨진다.
<화담명월>의 작가 최학 선생님은
여고 은사님이신 김정분 선생님께 들어 알았는데
무척 솔직하고 진솔한 분 같았다.
강의 주제는 '소설로 읽는 설화'.
하신 말씀을 대략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문학이 사라져 가고 있어 슬프다.
그렇지만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고급한 오락인 문학을
모든 사람들이 다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창작의 모태다.
독서회가 문학회로 발전하는 건 흔한 예이다.
전설이 많은 동네 사람들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이야기를 품은 자연은 숨쉬는 자연이며,
살아있는 자연 속에 살 때 상상력과 관심이 싹튼다.
자연 속에서 자란 어린시절.
낮엔 닭을 키우고 밤에 공부하면서 읽었던 책들.
형의 격려와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과
거스를 수 없었던 문학에의 갈증들을 이야기 하셨고
.
황순원의 <소니기>와 터널 통과 설화.
도미부인 설화와 <춘향전> 처럼
많은 문학 작품들이 설화를 품고 있다.
영웅과 거세된 영웅들의 설화들.
설화를 소설화하는 방법들.
황진이와 관련된 설화(화담과 지족선사 이야기)들을
<화담명월>에서 어떻게 처리했는가?
작가는 얼마든지 설화를 바꿀 수 있다.
화담과 황진이와 관련된 글들을 꽤 읽었지만
<화담명월>은 좀 달랐다.
화담과 명월이 다 달랐지만
화담은 더 화담답고 명월은 더 명월다운게 신기했다.
책속에서 토정이 말한다.
화담과 명월은 살아 있는 동안 전설이 되었다고.
화담은 민중의 소망을 실현 시켜줄 도인으로,
남존여비. 신분과 관념을 깨고자 했던 명월의 전설은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이제 소설가 최학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동안에 읽어온 작품들이 두서 없이 떠오른다.
앞으로 책을 읽을 때는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겠지.
같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런저런 질문이 많아
자운영이 한마디 했다.
"이제 점심 좀 잡수시게 그만 얘기하자."
이 가을에 귀한 시간 가졌음에 지금도 흐믓.
돌아오는 길에는 양귀비와 보물상지랑
선장초등학교와 오목 초등학교에 들어가 산책했는데
보물상자 . 밤을 딴다고 가지를 흔들었는데
밤나무가 화난건지?
밤송이 하나 떨군것이 보물상자 턱에 맞았다.
그래도 보물상자는 웃는다.
"아프겠다" 놀라 말하는 우리에게
경상도 노래하는 목소리로
"좀 아프네!" 할 뿐 여전히 씩씩하다.
못말리는 보물상자. 턱에 가시나 박히지 않았는지?
첫댓글 달개비님, 이 가을 알뜰한 수확 거두셨네요. 일 끝나니 흐뭇하고 좋지요?? 행복한 가을 되시길 빌며.
이렇게 해서 책두레 메뉴가 하나 늘었어요. 무리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영글어가는 책두레, 흐뭇해요. 늘 관심 가져주시는 물빛님께도 감사 드리구요.
축하드립니다. 설화에 대한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게으름과 낯선 곳에 대한 뒷걸음질만 탓하게 됩니다. 달개비님의 친절함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책두레의 잔치도 축하드립니다. 여력이 되면 최학선생님의 소설도 접해보구요. 아산이란 곳에 대해, (사실 온양과 아산의 차이가 무언지 모르겠으나) 요즈음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혹시 오실까 기다렸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또 기회가 있겠죠. 그리니님의 관심에 감사! 오늘도 행복하세요.
욕심많아서 탈이죠? 다행이 밤톨이 작은 자극만 주더군요.. 착한 밤이지..히히..
보물상자 샐리. 그대안의 그 보물들이 갈수록 매력있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