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정치권의 갖가지 논쟁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은 ‘풍수(風水)는 곧 미신’이라고 아예 등식을 만들어 공격하는 모습이다.
후손의 발복(發福)을 바라며 묫자리를 고르는 이른바 음택풍수(陰宅風水)는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지만 조만간 재벌이나 권력자가 아니면 언급할 필요도 없는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완고하던 장례 풍습이 급속히 바뀌면서 망자(亡者)를 화장해 납골당에 모시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미 묫자리라는 단어 자체가 쓸모없어지지 않았나.
하지만 양택풍수(陽宅風水), 곧 산 사람의 집자리 고르기는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 폭우로 많은 피해가 빚어진 상황에서 산사태에 휩쓸린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지어 또 다른 피해를 부르는 방식의 수해 복구는 당연히 없어야 한다.
그러니 오늘날의 풍수이자 지관(地官)은 안전한 집터를 찾아 주고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 존재여야 한다. 정부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풍수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라고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 명당(明堂)을 찾는 게 풍수라는 것이다. 좋은 땅을 찾는 방법을 일종의 학문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겠지만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은 소리로 들리는 것은 필자 한 사람만이 아닐 것 같다.
그보다 풍수는 글자 그대로 바람과 물이라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풍수란 하늘과 땅의 생기(生氣)를 얻는 기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 생기라는 것은 땅이 필요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풍수 논쟁 속에서 “지금이 조선시대냐”는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래서 더욱 섭섭하다. 조선이 감언이설과 혹세무민에 국정이 좌지우지된 사이비 풍수의 시대라는 주장은 자신의 무지를 만천하에 드러낼 뿐이다.
조선왕조가 풍수를 과학으로 접근했다는 것은 개성에서 출범한 조선왕조가 한양을 새로운 수도로 정하고 국가의 핵심인 궁궐과 정부청사거리를 앉힌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양에 도읍하면서 풍수지리 논쟁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한마디로 국가의 안전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하는 풍수세력이 개인의 생기를 우선시하는 풍수세력을 눌렀다고 본다. 그 결과가 북악산 아래 경복궁을 짓고 그 남쪽으로 육조거리를 조성한 오늘날의 모습이다.
북쪽은 북악이 가로막고, 동쪽과 서쪽에서는 중학천과 인왕동천이 청계천으로 합류하면서 자연 해자를 이루는 천혜의 안전지대에 국가 중요 시설을 한데 모은 것이다.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중학천과 인왕동천을 복개하면서 풍수적 의미가 감춰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경복궁이 좋은 자리가 아니고 청와대는 더더욱 악지(惡地)라는 일부의 주장은 유감스럽다. 청와대의 역대 주인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고 불행을 겪기도 했지만 그동안 국가는 줄기차게 발전했다.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자 거주 공간이었던 청와대가 좋은 땅이 아니었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풍수 논쟁이 입씨름에 그치지 말고 우리 풍수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풍수는 공동체의 안전과 발전을 위한 학문이라는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풍수는 미신’이라는 목소리가 설자리를 잃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대학교수 타이틀을 달고 공동체가 아닌 개인 발복을 위해 집자리를 보러 다닌 사례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서울신문. 서동철 논설위원)
<현 정부가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풍수 전문가가 현장 답사에 참여한 것과 관련, ‘무속 논란’ 등 정치권 공방이 첨예한 가운데 세종시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며 공격에 나선 가운데 과거 노무현 정부도 세종시 천도와 도시계획 추진 과정에서 풍수학자의 도움을 받아 활용했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8일 과거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등 세종시 건설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충청권 신행정수도’ 공약과 당선을 계기로 세종시 천도가 추진되고, 이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거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경돼 오늘날 세종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참여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사적 자문’이 아닌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는 것이 용산 논란과 다른 점이다.
지난 2003년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이해찬 국무총리를 공동 위원장으로 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산하에 8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발족했다. 풍수전문가인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도시계획분과)와 이대우 풍수조경연구소 대표(환경분과) 등 2명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의 경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영이 가장 길지로 보인다며 당선을 예측해 명성이 높았던 인사. 신행정수도추진위와 위헌판결 이후 행복도시추진위 자문위원을 거친 이후 전북 혁신도시, 경북도청·강원도청 이전 자문위원, 김해 봉하마을 사저 건축 자문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온 풍수 전문가다. 이대우 대표는 박정희 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됐던 충남 공주 행정수도 이전 계획(일명 백지계획)당시 계획 입안 과정에서 참여했던 인사다.
당시 충청권 행정수도 후보지는 △진천(덕산면)·음성(대소면·맹동면) △천안(목천읍 성남·북·수신면) △공주(장기면)·연기(남·금남·동면) △ 논산(상월면)·공주(계룡) 등 4곳으로 압축됐는데 평가위원들의 심의·자문을 거쳐 연기군 일대로 입지가 결정됐다.
입지 선정시 풍수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조건’이라는 기본항목의 5개 세부 항목 중 하나로 포함돼 평가 요소로 반영됐다. 전월산과 원수산 앞으로 금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자연조건이 당시 풍수적으로 ‘큰 고을’이 들어서기 좋은 땅으로 평가된 바 있다.
반면 세종시 터가 일국의 ‘도읍지’로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일부 제기된 바 있다. 일부 풍수가들은 "세종시 남면은 금강이 상습 범람지로 고려조 임난수 장군 이후 800여 년간 큰 인물이 난 적이 없었다"며 "풍수적으로 좋은 땅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제기된 바 있다.
세종시의 풍수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인위적으로 보완(비보·裨補)하기 위해 도시계획에 풍수를 반영해 현재의 세종호수공원을 조성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김두규 교수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세종시의 풍수적 단점은 주산 격인 전월산 등의 높이가 262m로 낮고, 안산이 없으며 주산과 금강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점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 비보가 필요하다"며 "물은 재물을 뜻하는데 안산이 없는 세종시에서 금강은 재물을 흘러가게만 할 뿐 모이게 하지 못하므로 재물을 새지 않게 가둬놓는 인공호수를 둬야 도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세종호수공원을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세종시 예정지에서 2만 6000여기에 달하는 분묘를 이장해야 하는 추모공원 입지 결정 당시에도 자리를 자문해줘 결국 현재의 세종 은하수공원이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추진단 부단장,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세종시 건설 마스터 플랜을 짰던 이춘희 전 세종시장도 풍수지리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과거 건설청장 재직시절 풍수학자를 초빙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토론 내용은 풍수학이 국책사업에 접목되면 △공사비가 적게 들고 △사건사고가 줄어들며 △그 터에 자리잡은 도시가 오래가고 △사람들이 평안하게 느낀다는 특강 내용으로 이 전 시장도 적극 공감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 호수공원은 저지대인 장남평야 성토에 필요한 막대한 흙을 환경 파괴 없이 경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판 것이지 풍수 때문이 아니다"라며 "다만 묘지공원 조성 당시 명당자리를 요구해온 원주민들에게 풍수전문가를 소개시킨 적이 있고, 다양한 주제로 공무원 토론회를 열면서 풍수가를 초빙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세종시 입지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몇단계에 걸쳐 검증하고 투명하게 결정했다"며 "이후 많은 지자체들이 도청 이전 결정 과정에서 행정도시의 선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행정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한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를 처음 추진한 노무현 정부 당시는 건설 초기 단계로 풍수가의 자문을 들었을지 여부는 모르겠만 , 실행 단계인 2011년 이후에는 풍수가의 자문을 받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문화일보. 김창희 기자
출처 : 문화일보. ‘용와대 풍수가 답사’ 논란 들끓는데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천도 추진당시 풍수 어떻게 활용?
‘풍수(風水)’를 단순하게 ‘미신(迷信)’으로 치부하기엔 거리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신은 ‘종교적으로 보편성을 지니지 못하며 일반인들 사이에서 헛되고 바르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믿음이나 신앙’을 뜻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풍수를 미신이라고 얘기한다면 거부감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자리를 찾는 것은 풍수를 떠나서 우리 일상생활의 한 형태입니다. 공연장에 갔을 때, 똑 같은 돈을 내고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해서 툴툴대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요즘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딴지를 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던데 과연 그들은 풍수에서 자유로운지 묻고 싶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