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 전환 대정부 교섭전략
최희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국장
1. 교섭의 대전제 — 무엇을 관철하려 하는가
노동의 주체성을 전제하지 않는 합의는 성립할 수 없다. 이것이 협상의 출발점이자 양보 불가능한 전제다.
이 교섭의 목표는 국가 전략, 산업 발전 전략 수립에 노동의 동의가 결정의 성립 요건이 되는 구조를 세우는 것이다. 노동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결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추진이 중단되며, 사실상 무효에 이른다. 노동은 국가 전략 수립의 핵심 결정권자다.
이 지위는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다. 노동은 결정권자이기에 산업전환 국가전략의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지는 주체가 된다. 참여한다면 의무와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그 참여는 당사자로서의 참여여야 하지 들러리로서의 참여일 수 없다.
2. 교섭 체계의 이원화 — 국가전략 층위와 이행 층위
노동의 협의·동의권은 두 층위에서 서로 다른 성격으로 작동한다. 이 둘을 분리하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상위 층위가 개별 사업장 조항에 묻힌다.
인공지능 산업전환에 대한 노동의 요구는 층위가 다른 두 개의 교섭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내셔널센터가 정부를 상대로 국가전략 자체에 개입하는 상위 층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전략이 현장에서 집행될 때 개별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하는 이행 층위다. 두 층위는 위계로 연결된다. 상위에서 노동의 동의가 전제된 국가전략은 하위 사업장 협의의 상위 규범이 된다.
゚ 국가전략 층위 (내셔널센터 ↔ 정부) — 정책 목표·실행 전략·세부 계획에 대한 정보공개·해설·동의
゚ 이행 층위 (개별 노조 ↔ 사용자) — 개별 기술 도입 건에 대한 사전 통지·자료 제출·재배치 협의
゚ 위계 — 상위에서 합의된 국가전략은 하위 사업장 협의를 구속하는 규범이 된다.
이 위계가 왜 결정적인가. 국가전략 층위를 비워두고 사업장 협의만 확보하면 노동은 각개격파당한다. 사용자마다 개별적으로 상대해야 하고, 정부는 뒤에서 방향만 정하고 책임에서 빠진다. 반대로 국가전략에 노동의 동의를 전제시키면, 현장의 사용자가 '이건 국가 방침'이라며 밀어붙일 때 '그 국가 방침 자체가 노동 동의 위에 선 것'이라고 맞설 수 있다.
3. 국가전략 층위의 요구 — 내셔널센터 ↔ 정부
여기서 노동이 요구하는 것은 '언제 통지받느냐'가 아니라, 국가가 산업전환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는가에 대한 정보공개·해설·동의다.
이 층위의 협의권은 특정 기술 도입에 대한 것이 아니다. 국가 인공지능 산업전환 전략의 목표·전략·계획 일체에 대한 것이다. 노동은 이 전략을 당사자로서 이해하고, 그 방향과 내용에 동의 여부를 판단할 지위를 요구한다.
상위-1 국가전략의 정보공개와 해설
국가전략의 전모가 노동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해설되어야 한다. 이는 정보공개청구 수준의 열람이 아니라, 노동이 전략을 이해하고 동의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개다.
゚ 정책 목표 —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전환하는가
゚ 실행 전략 — 어떤 순서와 수단으로 추진하는가
゚ 세부 계획 — 예산·입법·산업별 로드맵·고용영향 전망 일체
상위-2 국가전략에 대한 노동의 동의권
전략의 방향과 내용에 노동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노동이 동의하지 않은 국가전략은 정당성을 갖지 못하며, 사회적 협의체의 합의 없이 일방 확정될 수 없다.
" 국가전략 수립 과정에 노동이 당사자로 참여
" 전략의 방향·핵심 내용에 대한 노동의 동의를 확정 요건으로
" 노동 동의 없는 일방 수립·변경 금지
상위-3 이행 층위를 구속하는 규범력
상위에서 합의된 국가전략은 개별 사업장 이행의 상위 규범이 된다. 사용자는 국가전략을 근거로 노동 동의를 우회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국가전략이 노동 동의 위에 서 있음을 준수해야 한다.
" 합의된 국가전략을 사업장 이행의 기준 규범으로 명문화
" 국가전략을 빌미로 한 사업장 단위 노동 배제 금지
4. 이행 층위의 요구 — 개별 노조 ↔ 사용자
합의된 국가전략이 현장에서 집행될 때, 개별 도입 행위마다 사전성·정보제공·동의가 작동한다. 여기서 계량화된 조항이 의미를 갖는다.
이 층위는 특정 설비 도입, 특정 공정 자동화 같은 개별 집행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상위 층위가 방향을 정한다면, 이 층위는 그 방향이 개별 현장에서 노동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통제한다. '성실히 협의한다'류의 모호한 조항이 아니라, 위반을 입증할 수 있는 계량 조항을 요구한다.
이행-1 사전 통지와 정보 제공
" 기술 도입 최소 90일 전 서면 사전 통지 의무화
" 영향 직무·규모의 정량 자료, 알고리즘 작동방식, 재배치 계획 사전 제출
" 정보 미제공 시 협의 절차 자체가 미이행으로 간주
이행-2 합의를 도입의 성립 요건으로
" 도입 여부·방식·조건에 대한 노사 합의를 도입 성립 요건으로 규정
" 노동 동의 없는 일방 강행은 무효, 추진 중단
이행-3 거부권 — 판정 주체는 노동
" 노동이 규정한 이익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침해 시 거부권 발동
" 거부의 정당성 판단 주체는 노동(노조)임을 명문화 — 파업권 법리 준용
이행-4 사업 중지권 — 이행 주체의 권한
" 합의사항 불이행 확인 시 해당 사업 진행 중단 요구권 부여
" 정당한 권리 행사이므로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금지 명문화
5. 두 층위를 관통하는 노동의 주체성
주체성은 선언이 아니라 세 가지 실질 조건으로 구성되며, 두 층위 모두에서 관철되어야 한다.
당사자성(조건과 이행 과정을 통찰·인식할 지위), 이행 주체의 지위(결정에 그치지 않고 이행 전 과정의 주체), 이익의 규정 주체(무엇이 노동의 이익인지 노동이 규정). 이 셋은 상위 층위에서는 국가전략에 대한 통찰·동의·이익 규정으로, 이행 층위에서는 개별 도입에 대한 정보·감독·거부로 각각 구체화된다.
6. 교섭과 투쟁의 병행
주체성은 조문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관철할 조직된 힘이 뒷받침될 때 '동의 없이는 무효'가 실효적 기제가 된다.
합의를 위해 교섭하되, 노동의 당사자성이 부정되면 저항과 투쟁으로 그 지위를 관철하는 것이 노조의 기본 전략이다. 특히 상위 국가전략 층위에서 노동이 배제되면, '노동을 배제한 산업전환'이라는 프레임으로 여론전과 현장 투쟁을 결합해 당사자성 인정 자체를 쟁점화한다.
7. 협상 시나리오 — 상대 예상 대응과 재대응
정부는 상위 층위에서 '자문'으로 격하하고, 이행 층위에서 '노력 의무'로 축소하려 한다. 층위별로 되받아친다.
국가전략 층위
이행 층위
8. 지켜야 할 선과 협상 여지
절대 사수선은 상위 층위의 '국가전략 동의권'과 두 층위 공통의 '판정 주체'다. 시점 수치와 형식은 실질이 남는 한 조정 가능하다.
절대 사수
" 국가전략에 대한 노동의 동의권 — 이것이 무너지면 이행 층위 전체가 각개격파된다
" 노동 동의 없는 결정은 무효 — 두 층위 공통의 강행규정
" 거부·중단의 정당성 판정 주체를 노동에 두는 원칙
" '노동의 이익' 항목을 노동이 규정·확정하는 권한
협상 여지
" 사전 통지 기간(90일 → 60일 등), 권리의 명칭·형식, 적용 범위의 단계적 조정
9. 대외적 명분
우리 요구는 노동 이익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자 산업전환 성공의 조건이다.
첫째, 노동의 주체성 보장은 노동에게 책임을 지우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정권자가 되어야 결과에 책임지는 주체가 된다. 노동을 배제한 전환은 반쪽이며, 일방통행이다. 둘째, 국가전략 층위에서 노동이 배제된 전환은 현장의 저항과 갈등으로 전환 속도 자체를 늦춘다. 상위 합의가 하위 안정을 만든다. 셋째, 해외 주요국은 이미 노동의 정보·협의권을 국가 및 사업장 층위에서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 요구는 특혜가 아니라 국제 표준의 수용이다.
‘노동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노동이 책임지는 전환을 위한 조건’이 핵심이다. 국가전략에 노동의 동의를 세우는 것은, 전환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10. 교섭의 핵심
이행 층위의 조항만으로는 각개격파된다. 국가전략 층위에 노동의 동의를 세워야
'노동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구조'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관통한다.
그 구조 안에서 노동은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지는 전환의 주체가 된다.
11. 왜 지금인가 — 노동의 존엄을 위한 전략적 투쟁
구체성이 거세된 포괄적 합의는 사상누각이다. 현재 인공지능 산업전환의 핵심은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이며, 그에 따라 목표와 방향이 결정된다.
피지컬 AI는 중기적 과제다. 인공지능의 자주적 추론과 사고 역량이 현실이 되지 않는 한, 현 단계의 인공지능은 모방을 넘어설 수 없다. 일상 생활에서, 노동 현장에서 너무나 쉽고 간단한 것들이 인공지능에겐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학습이 어려운 영역이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고, '인간'의 머리로 사고하며, '인간'의 심장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얼마만큼 흉내내는가가 현재 기술 발전의 척도다.
텀블링을 잘하고, 무거운 걸 번쩍 들며, 표적을 빈틈없이 공격하는 것은 수학적 연산과 명령, 행동의 모방에 기초한 기본적 기술이다. 상당 기간 인공지능은 생활에서 인간의 하위 수단으로, 보조적 역량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권력과 자본에 의한 의도적 과잉과 왜곡이다. 이 초보적 인공지능 산업의 혁신을 무기 삼아 모든 인간의 노동을 '하위'로 포섭하고, 인공지능 데이터의 원천으로 '추출'하는 근거로 삼는다면 — 과거 인클로저의 시대에 양이 사람을 잡아먹었듯, 말 그대로 '양이 인간을 잡아먹는' 형국이 된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철저히 국가와 자본의 전략을 들여다보고, 노동의 주체성을 담보하며, 노동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 출발은 국가전략 수립을 위한 사회적 교섭의 본격화다. 노동이 주체이자 결정권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 국가전략의 뼈대와 살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노동이 국가전략의 뼈대와 살을 직접 만들 때, 전환은 노동자를 중심으로, 인간을 향한다.
이것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존엄을 위한 현재의 과제이자, 인간 중심 미래를 위한 기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