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자지 말고 밥 먹고 깨어나도록 밥을 먹어야 한다. 밥은 제
물(祭物)이다. 바울은 우리의 몸이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몸이 하느님의 성전인줄 아는 사람만이 능히 밥을 먹을
수 있다. 밥은 하느님에게 드리는 제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드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밥을 먹는다는 것은 예배
요 미사다.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느님께 드리는 제물을 도적
질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예배드리는 맘으로 밥을 먹
는다는 말이다.
알찬 쌀을 쪽정이 같은 내가 먹을 자격이 있단 말인가? 중생인 부족
한 우리로서는 떳떳하게 먹을 수는 없다. 참으로 미안하기 그지없으나
그렇다고 안 먹을 수 없으니 먹는 것이다. 그러니 먹는 까닭은 구차한
생명을 연장하자고 먹는 것이 아니다. 몸삶을 연장해서는 무엇을 하겠
는가?아까운 밥만 썩일 뿐이다. 그보다는 이제라도 깨서 완전한 사람
이 되려고 깨우치는 약으로 먹는 것이다. 사람이 얼나를 깨달은 참사람
이 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하여 먹는
다. 그렇게 되면 조금이나마 쌀에 대하여 덜 미안하게 될 것이 아닌
가? 내가 쌀로 하여금 하느님의 뜻을 이루게 하기 위하여 먹는 것이
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이니 그곳에 욕심이 붙을 수가 없다. 식탐
(食貪)의 욕심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깨
는 약으로 먹는 것이다. 하느님께로 나아갈 길을 바로잡는 것이 인생의
사명이다.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밥을 먹어야 한
다.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