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와티와 대현동
입력일 2024-03-14 수정일 2024-03-20 발행일 2024-03-24 제 3385호 22면
[신한열 수사의 다리 놓기]
인도네시아 배구 선수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큰 인기다. 메가 선수는 2023-2024 시즌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아포짓 히터로 활약하고 있다. 첫 경기부터 대활약을 해서 수훈 선수로 선정되었던 그는 뛰어난 실력과 좋은 성격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정관장이 7년 만에 봄배구를 하게 된 것에는 다른 외국인 선수 지아와 함께 메가의 공이 제일 컸다.
동부 자바의 젬버 출신인 메가는 무슬림이다. 그는 한국 배구에서 처음으로 히잡을 쓰고 경기를 뛰는 선수다. 인구 2억의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다. 18살 때부터 히잡을 썼다는 메가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같이 더운 나라에서도 히잡을 쓴 채 운동을 했지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메가 선수는 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팀 선수들에게 인도네시아 문화도 소개한다. 그가 자기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장을 봐서 요리를 해 동료와 나누어 먹는 모습은 영상으로도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펼치는 그의 활약은 인도네시아에도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진다. 덕분에 정관장 유튜브는 프로배구단 최초로 실버 버튼을 받게 되었고 이제 한국말보다 인도네시아 말 댓글이 더 많이 달린다. 메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자부심이 되었다. 메가가 인도네시아의 손흥민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즌 3위를 확정한 정관장이 플레이오프에서도 기세를 몰아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승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기대하는 팬들이 많고 충분히 ‘일을 낼 만한’ 실력도 갖추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미 정관장이 더 많은 연봉으로 내년에도 메가를 잡아두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히잡을 쓴 채로 경기장을 누비는 메가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인도네시아 사람이자 무슬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국인들과 인도네시아 인들이 관중석에 뒤섞여 함께 응원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한국에는 3만6000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살고 있다.(2022년 통계)
스포츠 중계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이 장시간 노출되고 ‘다름’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구 대현동에서는 이슬람 사원을 지으려는 무슬림 유학생들의 소박한 소원이자 권리가 주민들의 반대로 몇 년째 막혀 있다. 온갖 구실로 사원 건축을 방해하는 불관용이 부끄럽고 안타깝다. 무슬림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거기에 기생한 편견과 혐오를 키워온 한국에서 메가의 존재는 소중하다.
올봄에 메가와티가 팀을 승리를 이끌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고 싶다. 무슬림을 향한 차가운 시선이 멈추고 대현동에 그들의 사원이 세워져 신자들이 기뻐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그들은 우리의 손님이자 이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