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못 4개 뭉쳐 만든 '마름쇠'
페르시아 제국 시대부터 활용
우크라 전장서 무인기로 살포
러 군용 차량 타이어에 구멍 내
중세 갑옷.무기 재현 업체 제작
'마름쇠로 도시 지킬 것' 의지
야간에 출격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한 대가 도로 위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다.
상공 100m가 넘지 않는 저고도에서 무인기가 카메라로 도로를 유심히 살핀다.
그러다 돌연 동체에서 테니스공만한 철 조각들을 다량으로 쏟아낸다.
철조각은 어림잡아도 수백 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 소식을 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이다.
무인기가 투하한 것은 철 조각은 '마름쇠(caltrop)'다.
금속 소재의 못 4개를 입체적으로 뭉쳐 놓은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무기다.
목적은 도로에 흩뿌려져 있다가 러시아 군용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마름쇠는 2300여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기원전 331년 마케도니아 왕국과 페르시아 제국 간에 벌어진 가우가멜라 전투에서였다.
페르시아군을 이끌던 다리우스 3세가 마케도니아군의 예상 진격로에 마름쇠를 살포했다.
말의 보행을 방해하고 발굽에 상처를 입혀 기병을 집중 저지하려는고 한 것이다.
그 뒤 마름쇠는 동서양으로 퍼져나가 고아범위하게 사용됐다.
현대전에서도 마름쇠는 유용하게 호라용됐다.
타이어를 장착한 군용 차량을 막기 위해 마름쇠만한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마름쇠의 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다.
전투에서 다수 활용되고 있는 무인기 떄문이다.
하늘을 나는 무인기는 자동차나 사람과 달리 마름쇠를 광범위한 지역에 즉시 살포할 수 있다.
타이어가 터진 차량에 대한 신속한 공중 공격도 무인기가 해낼 수 있다.
타이어 터뜨려 이동 저지
최근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 소속 민간인과 군인들이 양국의 전투 현장을 전하는 SNS에 마름쇠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마름쇠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이 약 2년 전 개전 초부터 일부 사용했다.
그런데 지난 수개월 전부터 마름쇠 떄문에 러시아 군용 차량이 피해를 본 사례가 SNS에 게재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야간에 무인기를 띄워 러시아 군용 차량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에 마름쇠를 수백개에서 수천개 씩
뿌리고 있다.
마름쇠 재료는 철이다.
웬만한 중량에는 꺾이거나 휘지 않는다.
마름쇠의 특징은 아무렇게나 땅에 살포해도 마름쇠 몸통을 이루는 못 4개 가운데 1개는 반듯시 하늘을 향해 직립한다는 점이다.
나머지 못 3개는 지면과 접촉하며 안정적인 받침대 역할을 한다.
못 4개가 일정한 각도를 이루며 껶여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압정 같은 모양이 된다.
마름쇠의 군사적 가치는 크다.
마름쇠를 뿌린 도로에 들어선 차량은 주저앉게 도니다.
탱크를 제외한 군용 차량 대부분은 공기를 채운 고무 재질의 타이어를 쓰는 데, 마름쇠와 접촉하면 터지기 마련이다.
타이어가 터진 차량이 포함된 부대 행렬은 전진 속도를 이전처럼 내지 못한다.
이동이 지연되거나 타이어 교체나 수리를 위해 아예 멈춰서야 한다.
느려지거나 멈춘 러시아군은 무인기로 폭탄 공격을 하거나 포병을 통해 야포를 쏘는 전술을 쓰고 있다.
러시아군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쇠사슬 연결한 형태 제작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마름쇠는 '아트 오브 스틸'이라는 업체가 대량 생산 중이다.
원래는 갑옷을 만들던 곳이다.
일종의 대장간이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중세 전투를 재현하는 각종 행사를 이 업체가 만든 갑옷으로 진행했다.
과거 전투를 재현하는 무기를 만들던 업체가 러시아와 전쟁이 시작되자 현재 전투에 투입되는 무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업체는 기다란 쇠사슬에 마르모시를 10여cm 간격으로 줄줄이 부착한 장비도 만들고 있다.
마름쇠 여러 개를 특정도로에 광범위하게 전개했다가 걷어내기에 적합한 형태다.
다가오는 러시아 군용 차량에 빠르게 대응한 뒤 작전 목표를 달성하면 신속히 마름쇠를 당겨 철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걷은 마름쇠는 다음 전투에서 사용하면 된다.
마름쇠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지속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철과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부품이 들어가지 않아 제작비도 싸다.
아트 오브 스틸은 SNS에서 '마름쇠를 통해 도시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