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녹음에 적셔진 탓일까
그 빛이 흐르는 냇가의 어느 바위틈에 퍽이나 앉아보고 싶다
발이 아닌 손이 아닌 마음으로 그 속을 거닐어 보고도 싶다
마음속까지 채색되어 버린채 그 기나긴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다
늘 그런 마음으로 휴가를 기대한다
언제였던가 가족과 함께 화엄사 계곡에서의 발 담구었던 추억을 오롯이 떠올리며 말이다
짧은 휴가기간과 여러가지 여건으로
그 기대는 다음번으로 미루고
대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모님과 휴가를 같이 하고픈 마음에
서울로의 상경을 유도했다
유난히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반대로 귀찮아 하시는 엄마는 늘 대조적이다
바리바리 준비를 해야 하는 엄마는 큰 부담이 되는가 보다
특히나 며칠 쉼으로 인해 농삿일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 만큼이나 엄마의 상경 보따리는 큼직한 산봉우리가 따로 없다
잼피를 넣은 김치는 필수요
갖가지 나물과 특히 나를 위해 준비하셨다는 보신탕 식재료들
며칠을 준비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짓하다
그 뿐인가 밤에는 고동을 잡기위해 으시시한 산골짜기의 개울가를 맨발로 얼마나 헤집었을지
대조적이었던 엄마와 아버지는 어느새 같은 마음이 되어 버린다
엄마는 아버지의 정성스런 준비에 한표를 던져주고
아버지는 엄마의 극성스러운 준비에 두표 아니 세표를 얹어 준다
오랜만에 형제들간 만남도 즐거움이 시냇물 흐르듯 한다
탱자까시 대신 요지로 고동을 까먹으며 옛날의 어린시절의 추억담을 쏟아내 놓는다
중대장집 자두밭을 서리하다가 줄행랑을 쳤다는 동생
깜깜한 밤에 양잿거리의 수박밭을 서리하기 위해 더듬는데 뭔가 미끄러운것이 손가락을 빠져나갔다는 섬뜩한 이야기
하늘의 별똥별이 떨어질때마다 외쳤던 내공부끝까지
보리밥 한가운데에 조금 올린 쌀밥은 늘 아버지의 차지이고 그때의 꽁보리밥이 지겨워
지금도 보리밥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큰 동생
바쁜 엄마는 소풍때의 도시락으로 김밥이 아닌 맨밥을 싸주었다며 아쉬웠음을 토로하는 웃고 웃는 한마당
서로의 이야기는 엮이고 엮이어 밤새는 줄도 모르고
깜깜한 밤의 고요는 적막의 한가운데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는 듯 가끔의 부스럭이는 소리를 전하며
인색하게도 별똥별 하나 내어놓지 않는 별들은 뭐가 그리 수줍은지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검게 드리운 구름만이 언제 빗줄기를 뿌려줄까 저울질을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잠들지도 졸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고희를 훌쩍 넘긴 연세의 엄마 아버지는 아직도 농삿일에 대해선 청춘이다
배과수원에 5천평남짓한 논농사에 천오백평남짓한 밭농사의 대농에 몸과 마음은 늘 쉴새없이 허덕인다
잠깐이라도 쉴때면 오히려 옴몸이 쑤셔서 제대로 쉬질 못하신다 골병이 들어서일거다
잠자는 내내 끙긍 앓는 소리에 마음 한구석은 애절임으로 메인다
작년 유행성출혈열로 유난히 몸이 쇄약해지신 엄마는 지금도 그 여파가 매우 큰가 보다
이번에는 온 허리에 대상포진이 발병하여 그 고통이 얼마나 크던지 저녁내내 잠을 못이루신다
누가 보아도 짐작할수 있는 대상포진병을 구례의 보건소는 왜 몰랐을까
괜한 허리 통증의 항생제 주사와 풀독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처방으로 엄마는 고생을 하신다
주말이라 병원을 갈 수 없어 진통제만으로 그 고통을 겪어야 했다
월요일이 되어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최대한 영양제까지 맞아가며 3일을 치료하고서야 호전되어 갔다
그 와중에서도 농삿일에 대한 걱정에 마음을 졸이시더니 급기야 만류도 뿌리치며 치료도 끝내질 못하고 구례로 내려 가셨다
헤어짐의 아쉬움도 큰데
완치되지 않는 몸으로 내려가신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려온다
또 과중한 농삿일에 얼마나 시달릴까 싶어 가슴을 메운것 같은 답답함이 큰 근심으로 자리한다
어릴때도 그러했지만 하루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아니 하루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엄마 아버지가 쉴수 있을테니까
그 장대비를 뚫고 행한 남한산성으로의 나들이에 물에 흠뻑 젖은 산새가 반기었고
잠시 빗줄기가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드라이브를 나선 양평길의 팔당댐의 어느 한적한 계곡에서의 장어와 매운탕이
구의동의 해물탕이 가락동의 아구찜이
마치 가족인양 함께 해주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나는 여름 휴가를 부모님과 함께 할것이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못마땅한듯 하면서도 한켠에는 미소를 머금으신 엄마의 얼굴에서
보람과 뿌듯함을 가졌다
그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또 내년 여름을 기다리며 힘차게 살아야 겠다
~~^솔솔나무^*~~
|
첫댓글 솔솔나무님,,
효녀시네요,,
아직은 부모님께서 여행을 하실만큼 여력이 있으시고 건강도 잇으시고
생존해계시니 효도 많이 하셔요,,
지나고 나면은 다 후회할일만 있거든요,,
두분 부모님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길 ,,소망합니다,,
헤헤헤~~~
제가 효녀가 되어 버렸네요~~~
이젠 연세가 많으시니 늘 연약한 마음을 갖게 되요
줄리리님께서 바라시는 소망이니 꼭 이루어질거라 확신합니다
낮에는 뙈약볕에 지구가 익어버릴것만 같지만 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도 일어 주네요
오늘은 유난히 푸르른 하늘이 마치 가을하늘 같더이다
늘 행복한 나날 간직하시길 빌어요 줄리리님!!!~~
연로하신 몸으로 시골에서 농사일하시는 부모님 모셔다가
맘껏 효도를 하셨습니다.
그 마음이 넘 고와서 잔잔한 아침안개처럼 일기가슴를 적셔오네요,
어느때보다 값진 휴가를 보내셨다 생각이 드는군요,,ㅎㅎ
부디 내년에도,,,
그리고 휴년에도 부모님과 함께하시는 행복한 여름휴가가 되시길,,,
참 글도 맛갈스럽고 정감이 느껴지게 잘 쓰시네요.
헤헤헤~~~
천군마마를 얻은것만 같습니다
늘 좋은 댓글로 힘을 솟게 하시고
위안도 주시고 참으로 솔솔나무는 행복합니다
농삿일에 파묻혀 사는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저의 가슴도 저미어집니다
그래도 병석에 누워 계신 것보다 낫겠지요?
오늘 하늘을 보니 마치 가을하늘 같았어요
무더위도 이젠 서서히 물러가리라 생각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다가올 가을을 만긱하시길 빌어요 전원일기님!!!~~
부모님,솔솔나무님 행복한 모습이 그려지는군요...부모님의 건강하심을 빌어 봅니다^^
멋진님의 덕담에 더 행복한 마음을 갖습니다
고맙습니다
낮의 내리쬐는 태양열과 달리 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스치네요
매미소리 또한 선선한 가을을 재촉하는것 같고
무더위에 건강 지키시고 아름다운 가을날 맞이하시길 빌어요
다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헤헤헤~~
그렇지요?~~연세 들어가시니 왠만하면 시간이 주어진 만큼 같이 하고프네요
작년부터 나름 추억을 만들고 있는데요
아름다운 추억의 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겟습니다
고운 걸음에 고마음 전해드립니다
행복하시어요 강화도령님!!!~~
솔솔나무님
거운 시간 보내세요
참 잘하셨네요
행복한 시간 보내셔서
엄마가 대상포진 걸리셔서
고생 많이 했겠어요
그게 말할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하더라구요
빠른 쾌유를 빌어 봅니다..
그러니까요~~~
아직도 회복이 안됐는데
고추를 따느라 여념이 없으시네요
얼마나 고통이 심하셨으면 다시 아플가봐 두렵다시며 연신 진통제를 드시고는
속이 쓰리다시며 또 힘들어 하시고?
이젠 몸이 많이 약해지셔서인지 면역력이 떨어지는가봐요
무더운 여름 이젠 얼마 남지 않았어요
건강 유의하시고 늘 다복한 나날들 되시어요 귀부인2님!!!~~
음~! 그러지요. 물도 맑고 소리도 맑습니다. 솔솔님
헤헤헤~~~
그 맑은 물속에 몸을 흠뻑 적셔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네요
그러면 저의 몸도 마음도 그렇게 맑아질 수 있겠지요?
오늘의 맑은 하늘처럼 크리스김님의 여정길 되시길 빌어요
솔솔나무님 보람된 휴가이셨네요
저도 어제 친정엄마 요양원가서
엄마 목욕시켜드리고 이불에 먼지랑 찍찍이로
청소해 드리고 쓰스지도 못하시면서 용돈 드리면 엄청 좋아하셔셔
손에 몇푼 쥐어 드리고 바쁜걸음으로 다녀왔네요
솔솔나무님 어머님이 엄청힘드셨겠어요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나가실수 있으시니 부럽습니다
솔솔나무님 편안한 밤 되시구요
고운님의 어머님께서 요양원에 계시는군요?
어쩌나요 하루빨리 회복되셔서 가족들과 함께 하시는 생활 되시길 소망합니다
참으로 맘대로 안되는 인생인것 같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왜그리 희생만 했었는지
그 고마움을 알면서도 그 마음 다 챙길수가 없으니 야속하기 그지없네요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
하루빨리 좋아지셔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를요
고운밤 되시어요 고운중년님께서도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윤슬님의 추억도 그러신가요?~
호호호~서리할때의 가슴두근거림 콩당콩당 그런 위기감을 가지면서도
서리를 했던 심보는 어던 심보였을까요
오늘도 하늘은 높고 션한 아침바람이 스쳐주고 있네요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 추억 많이 만드세요
고운걸음에 감사합니다
솔솔나무야~~
잘지내고 있지? 부모님 모두 건강하셔서 다행이다
휴가때면 언제나 고운글 써서 맛갈스럽게 내고향 산천
구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너 어릴땐 동네 애들과 냇가에서
대사리 잡고 발담그던 기억이 새롭네
요즘 동생이 가게를 차려서 거기 매달리느라 댓글도 못달고 미안해...
친정 아버지도 중환자실에서 게신지 오래고
가실땐 편한히 가시는게 복인데 생명이 짧고도 질긴가봐
오늘도 병원 갔는데 말씀도 못하셔
추억이 있는 좋은글 고마워~~~~
언니 오랜만이여요
그러시구나 궁금 했었어요
저도 좀 바빠서 가끔 들어와 보네요
어떡해요 아버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며 마치 세상을 다 지배한 것처럼 위세를 떨어보지만
그것이 모두 허세인 것을요
슬픈일도 이렇게 속수무책 겪어야 하고 감수해야 하는가 봐요
가슴이 답답해져 오네요
그래도 언니 힘내세요 그리고 희망을 붙드시고요
저도 기도할께요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선한 바람이 스쳐가네요 가을이 올 모양입니다
모쪼록 잘 지내세요 그리고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빌께요~~
영상이 넘 이뽀네요.
나두 저그 가서 누군가랑 손잡구 하루종일 목깐두 하구
몰놀이두 하구 낭만 좀 즐겼으며 좋겠네요.
솔솔나무님은 저 시냇가에서 아부지, 어머니, 첫사랑, 묶은 사랑
많이 생각하구 오셨나 보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