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카사노바에 대한 변명>
카사노바....?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사기꾼, 노름꾼이며 날건달의 대명사인 그를
변명하기 전에 우선 레오는 왜 이 쓰잘데 없는 글을 꼭 써야 했던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왜 일까...?
쏠땅의 선수들의 막대한 의욕에 비해 초라할정도로 지진한 실적을
보면서 영입을 정중히 사양한 자로서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인가!
음.....
이 대답은 잠시만 유보를 하자.
옷을 입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성급한 결론으로 여러분의 왕성한 호기심
을 말려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서양정신이 만들어낸 근대적 신화 인물은 바로 돈주앙과 카사노바,
로빈슨 크루스와 베르테르이다.
이 인물들은 소설, 오페라 등 수많은 예술작품 속에 등장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의 비중과 의미는 시대를 달리하면서 새로운 해석과 가치를
부여 받음으로써 신화적 성격을 덧보탠다.
특히, 서양적 상상력이 낳은 최고의 호색한들인 돈주앙과 카사노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욕구와 관련되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돈주앙과 카사노바의 차이점이다.
티르소 드 몰리나가 1630년에 창조한 돈주앙이란 인물은 고전적 분위기
의 스페인을 무대로 하는 반면 카사노바는 이태리 베니스 태생으로서
당시 유럽 귀족 문화가 왕성하게 꽃 피웠던 낭만적 분위기의 베네치아를
그 주요 무대로 삼는다.
돈주앙에게 성욕은 '사회적, 도덕적, 특히 종교적 질서와 과감하게 맞서
는 무정부 상태의 힘'의 상징이었다.
그에게 여성은 한낱 사냥감에 불과했다.
시종 르포렐로에 의해 작성된 여자들의 명단은 사냥이 끝난 짐승들의
목록이었다.
여성을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라 멸시의 대상으로 여겼던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당시 사회의 모럴을 읽는다. 바꿔 말하자면, 당대 사회가 지켜야
할 도덕적 윤리적 가치의 희생양으로 설정된 것이다.
돈주앙이 나오는 희극들은 사냥개만을 이용하는 기마수렵의 모습을 띠고
있다. 수많은 여자와 귀족 영감들, 배신 당한 남편들, 빚쟁이들에게 쫓기
는 돈주앙은 기마수렵의 수사슴의 역할을 자임한다.
신을 모독하는 조건으로 거지에게 돈을 주고, 자기를 지옥에 데리고 갈
기사상에 손을 잡음으로써 스스로 파국을 선택하는 운명을 보여준다.
돈주앙에게 성욕은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남성은 여성의 불길한 유혹에 넘어감으로써 지옥의 불길에 떨어진다는
도덕적 경각심을 드러내는 것.
부유한 귀족 출신의 돈주앙과는 달리 가난하고 비천한 태생의 카사노바에
게 여성을 유혹할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자신의 개인적 매력 밖에 없었다
카사노바는 미남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여성들이 모두 그에게 넘어간다.
그것은 그가 몸과 마음을 바쳐 자신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성의 체취>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한 분위기는
카사노바가 창조한 것이다.
그 가곡의 극본을 쓴 로렌조 다 폰트는 카사노바에게서 직접 얻어낸
것이라고 한다.
하여튼 날건달이며 노름꾼, 사기꾼의 치유할 수 없는 불성실한 인물을
한결같이 여성들은 왜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헤어진 뒤에도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는 여성들
여기에 여성의 비밀이 있다.
아주 사소한 비밀들까지 포함하여 그 여성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즉, 카사노바의 사랑은 돈주앙의 '획득의 사랑'이 아니라 '열려있음'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
카사노바에게서 우리가 맡을 수 있는 것은 삶 자체가 풍겨내는
묘한 냄새이다.
그는 쾌락이야말로 신이 인간의 영혼 속에 심어놓은 미덕으로 파악했다.
그는 그것을 배척하지 않고 즐기는 태도를 일관되이 보여주었다.
그의 삶은 뿌리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날개, 즉 자유를 향한 삶을
극한적으로 밀어부쳤다.
수많은 여행과 도망, 1천명의 여성과의 사랑을 통해 '길의 삶'을 필생의
화두를 지녔던 그는 그래서 훗날 진정한 '모험가'로 평가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18세기 초반(카사노바는 1725년 출생임)의 계몽주의 사상이
배경이 된다.
신 중심의 가치관에서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의 자유로운 사상이 움텄던 것.
타고난 천재성으로 법학, 철학, 문학, 의학, 물리학 등 박식한 지식으로
무장된 그는 볼테르, 루소 등과 교유하면서 지적 토론을 즐겼다.
언젠가 KBS에서 방영한 문화산책은 1960년에 출간된 <카사노바의 회고록>
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카사노바 회고록은 프랑스 최고의 권위 출판사인 갈리마르 총서로 발간
되었다. 우리나라에 90년대 초반 도서출판 <상상>에서 진형준의 번역으
로 나왔다....레오의 강추 서적이다. )
자, 결론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결코 선수에 대한 명상이
아니라 우리의 고정관념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과 그 단단함에 대한
반성이다.
희대의 엽색가로 알려져 있는 카사노바가 우리의 상식을 배반하고 온갖
인습, 편견으로부터의 탈출을 끊임없이 시도한 진정한 자유주의 사상가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금과옥조의 상식이 사실은 아주 얇은 유리판에 올려져
있는 그 무엇에 불과하다는 것.
포스트모던 사회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21세기 우리 선수에게 필요한 것
은 절대적인 가치체계가 아니라 그 어떤 가치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작업 방식이어야 한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그러나 무거운 삶과 가벼운 삶의 선택이 아니다.
가벼움 속에 무거움을 찾아가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
또 한가지의 결론은 성에 관한 관념과 풍습은 어떤 절대적인 지침이 아니
라 시대적 사회적 풍속의 변화에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에드와르 푹스(?)세계성풍속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선수협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기증하고 싶지만 불행하게도 몇 년
전 미학 공부하는 후배에게 술한잔 받아 먹고 전 3권을 다 주어버렸음.>
쏠땅의 선수들이여...!!
모쪼록, 위대한 선배들의 사상과 진지한 작업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배우고 또 익혀 진득한 실력으로 다지는 것만이 쏠땅 정권교체기의 역사
적 탁류속에서 멸시와 질곡의 길을 걸어온 선수협을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할것이라는 단순하지만,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음미해 볼때가 아닌가 한다!
- 레오나르도 ( 엘 선수네요 ) -
카페 게시글
SoloTango 공지/행사안내
선수협을 위한 제언 ! <위대한 선수들....돈 쥬앙과 카사노바에 대한 고찰>
레오나르도
추천 0
조회 164
01.10.16 17:3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