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TV가 빛나는 밤에 (연이말2)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이 곳은 무조건적으로 연예인을 비난하는 곳이 아닌 올바른 비판을 지향하는 카페입니다.
새벽 잊게에
가끔 시놓고 가는 바미입니다.
한바미님의 요청에 의해서
지금까지 올린시들을 모아서 올리니
부디 못보신 많은분들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쑥 -노영민
어머니 산소에 쑥을 뽑았다.쑥국 끓여 먹었다.언제적 어머니더냐아직도 어머니를 파먹고 나는 산다.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낮은 곳이라면 지상의그 어디라도 좋다.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한방울도 헛되이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그래 내가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너를 위해 나를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나의 존재마저 너에게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잠겨 죽어도 좋으니너는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이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환한 달이 떠오르고산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사무쳐 오는 이연정들을달빛에 실어당신께 보냅니다.세상에강변에 달빛이 곱다고전화를 다 주시다니요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첫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1년을 산다면,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사랑하는 사이가,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첫출근하는 날,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개업날의 첫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여행을 떠나던 날,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이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어느날의 커피 -이해인어느 날혼자 가만히 있다가갑자기 허무해지고아무 말도 할 수 없고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눈물이 쏟아지는데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이런 날 이런 마음으로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읽어 내려가 보아도모두가 아니었다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천장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헛되이 던진 돌멩이들,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다 내게 온다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런 날 있었는지 -김명기집으로 돌아가기 싫어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길은 마음을 잃어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꽃 핀 날이었는지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흐린 달빛 아래였는지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훔치지 않은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사랑의 시차 -최영미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안녕이란 말도 없이 우리는 헤어졌다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 했다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있던 백조는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너와 나, 면벽한 두 세상
꿈 -황인숙가끔 네 꿈을 꾼다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이제는 너를보면아,꿈이로구나알아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사람과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 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리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 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 소릴 챙겨 놓고 떠나라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별.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하늘의 천 -윌리엄 예이츠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하늘의 천이 있다면,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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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방 TV가 빛나는 밤에… 원문보기 글쓴이: ELLL
첫댓글 ㅠㅠ..역시 시는..
첫 시부터.........제 맘을 먹먹하게 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
시 ! ㅠ
아......음악도 너무 좋다.........
쑥 -노영민어머니 산소에 쑥을 뽑았다.쑥국 끓여 먹었다.언제적 어머니더냐아직도 어머니를 파먹고 나는 산다.
엽혹진에서 많은 시들을 봤지만 오늘처럼 와닿은 적은 처음이네요ㅠㅠㅠ..
첫댓글 ㅠㅠ..역시 시는..
첫 시부터.........제 맘을 먹먹하게 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
시 ! ㅠ
아......음악도 너무 좋다.........
쑥 -노영민
어머니 산소에 쑥을 뽑았다.
쑥국 끓여 먹었다.
언제적 어머니더냐
아직도 어머니를 파먹고 나는 산다.
엽혹진에서 많은 시들을 봤지만 오늘처럼 와닿은 적은 처음이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