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xx년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어느 무도회장. 화려한 옷을 갖춰입은 여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화이트 레이디= 어머, 줄리에타! 그 머리장식 새로 맞춘건가요? 오늘 입은 붉은 드레스랑 정말 잘 어울려요!
레드 레이디= 예쁘죠? 크리스마스잖아요! 산타클로스가 자는 동안 테이블에 놓고 갔더라고요! 그러는 부인은 못보던 드레스인데 새로 맞춰입었나요? 눈꽃무늬가 정말 예쁘네요!
화이트레이디= 아니요 저도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인걸요! 올해는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에요!
남작님은 뭘 받았죠?-하하 귀부인들! 저는 금 브로치를 받았지요! 조만간 집에 초대해서 보여드리도록 하죠!
에이 시끄럽게 왜 내 옆에서 떠들고 난리야. 연주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
연주자 베토벤은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듯 피아노 바로 옆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귀족들이 몹시 짜증났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대화에 일말의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베토벤=(산타가 어른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고? 왜 난 그동안 못 받은거지?....)
커다란 곰인형을 끌어안고 웃어대는 저 어린 제자가 몹시 귀엽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천재적인 제자. 하지만 역시 어린이는 어린이인가보다. 나는 웃으며 제자에게 물었다.
베토벤=카를! 그 곰인형은 뭐니? 부모님이 사 주셨나 보구나?
어린이=베토벤 선생님! 이거 귀엽죠? 선생님 보여드리려고 가져왔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밤에 침대 옆에다 두고 갔어요!
이봐 쉰들러. 널 따로 부른적이 없는데 무슨 일로 내 방에 온 거지? 처리할 편지는 어제 다 보낸걸로 아는데, 나한테 할 말 있나?
어 큰일은 아니고 사실....산타가 저에게 맥주를 선물했는데 선생님이랑 같이 마시고 싶어서요! 선생님 술 좋아하시잖아요!
역시 내 유능한 비서. 너는 내 마음을 참 잘 아는군! 그런데 너도 산타의 선물을 받았다고? 자세히 이야기 해주겠나?
쉰들러=물론이죠! 어떻게 된거냐면 저는 사실 고급 포도주를 달라고 기도했는데 글쎄 산타클로스가 실수로 선물이 뒤바뀌었다고 대신 맥주를 주지 뭡니까! 더 웃긴게 뭔지 아세요? 그 포도주는 제 7살짜리 딸이 받았았는데 그걸 반병 정도 마시더니 갖고 싶던 구슬 목걸이를 못 받았다고 하루종일 술주정을 하며 울어댑니다. 이걸 어떻게 달랠지 모르겠네요 어휴....
베토벤=뭐야 영감탱이, 여긴 왜 온거지? 난 초대도 안 했는데! 뭐 안 죽고 멀쩡하게 살아있는걸 보니 반갑긴 합니다만....
살리에리=여전히 너는 까칠하구나. 그 성질머리 좀 죽이라고 수십번은 말했을텐데. 내가 초대 편지를 몇번이나 보낸줄 아니? 하긴 너는 누가 오란다고 올 인간이 아니란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내가 늙어서 관절도 안 좋은데 제자의 집까지 일일히 찾아가야 하겠니?
다름이 아니고 이 케이크 나눠먹고 제자랑 오랜만에 이야기 하려고왔지! 케이크는 산타클로스가 보냈단다.한번 먹어보렴~ 산타에게 원하는 선물 받기가 참 어려운데 말이야! 글쎄 요즘 내가 가르치는 슈베르트란 꼬마는 갖고 싶던 괴테 시집이 아니라 수학 교과서를 받는 바람에 하루종일 간식도 안 먹고 펑펑 울기만 하더구나. 12살 먹은 다 큰애가 말이야!
베토벤= (쳇 빌어먹을 맛은 끝내주는군! 영감탱이도 좋은 선물을 받다니)
살리에리=사랑하지만 X랄 맞은 성격의 내 제자! 왠지 귀엽구나 한번 껴안아보자 아니면 거기는 다 컷나?
베토벤=이거 놔 X팔 영감탱이 나 40대거든? 내가 아직도 수십년전 어린앤줄 알아?
베토벤 씨 편지 왔습니다!
Dear 루트비히에게
몸이 아파서 쉬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네.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시라니까! 아무튼 건강 잘 챙기고 내가 처방한 약도 꼭 챙겨먹게나. 참 혹시 이번에 우리 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와 줄수 있겠나? 다름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연휴잖아? 자네 친구들이 X랄 맞은 성격에 부드럽고 선한 구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고 툭하면 화만 내는 자네가 산타에게 과연 선물을 받았는지를 두고 돈 내기를 걸었다네! 물론 나도 걸었지! 못 받는다 쪽에~ 이번 무도회에서 자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나?
To. 자네의 영원한 불멸의 친구이자 주치의 프란츠 베겔러 씀
추신- 자네 친구들이 농담조로 말하더군, 하늘나라의 천사와 지옥의 악마도 사이좋게 돈 내기를 하며 웃을거라고!
그리고 베토벤은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이 아는 빈의 시민들 중 어린시절 이후로 선물을 한번도 받지 못한건 자신밖에 없었음을.
에이 썩을! 감히 나만 선물을 안줘? 상처입은 마음을 달래고자 공원 산책 중 발견한 산타조각. 술도 잔뜩 마셨겠다, 홧김에 조각을 발로 걷어찼다. 발목에서 나는 소리를 보니 내 다리가 부러진 것 같지만 알게 뭐냐 지금은 분노가 우선인데!
거기 인간 뭐하냐? 못된 놈! 인간 세계에서 휴가를 즐기던 산타는 공원 산책 중 웬 미친x이 자신의 조각상을 걷어차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대리석이라 무지 아플텐데.... 뼈는 괜찮으려나?
거기 뭐하냐니까...? 어? 순간 차마 산타가 수백년간 들어본 일 없는 거친욕설과 함께 주먹이 날아든다. 그리고 퍽! 소리와 함께 산타의 의식도 끊어져버렸다. 창조주님? 저 내년에도 일 할수 있는거 맞죠?
어이 카를! 거기는 좀더 힘힜게 연주하렴 반음 올리고! 맨날 잊어버리면 어떻게하니?
그래 거기는 좀 약하게! 그렇지 이제 잘 하는군!
수고했구나 이제는 어려운 곡도 제법 잘치는군. 역시 넌 네가 제일 사랑하는 제자. 선생님이랑 과자 먹으러 갈까?
어린이= 선생님 과자가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오늘 손님이 왔나요? 아까부터 이상한 비명소리가 들려요!
베토벤=손님이 와 있긴한테 신경쓰지 말거라 어린이는 쓸데없는 일에 너무 관심을 가지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단다!
어린이= 그런데 신기해요! 저 목소리 제가 꿈에서 본 산타 할아버지랑 똑같아요!
자 오늘 수업은 끝! 카를은 어서 집으로 가보렴 너무 늦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단다~
이틀 후 눈을 떠 보니 낯선 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기록을 읽어보니 이곳은 베토벤이라는 인간이 사는 곳이다. 나쁜 어린이(?) 등록대상! 그 미친X이 나를 여기 가둔게 틀림없다.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러봤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살려줘요!
베토벤=산타! 조용히 좀 하지? 하마터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어린 제자에게 내 추악한 본 모습을 들킬 뻔 했잖아? 일단 인사나 하지 안녕~왜 나한테 그동안 선물 안줬어?
산타=나를 가둔 이유가 그거였나? 미친X, 넌 최고의 나쁜 어린이(?)명단에 등록되어 있으니까! 툭하면 화내고 독설날리기, 툭하면 물건 부수고, 툭하면 층간소음!, 공공장소 술주정까지! 어떻게 20여년간 성격과 태도가 한 번도 안 변하니? 에쁜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 선물을 주지!
베토벤=아 그렇구나 산타 영감이 나에게 선물을 주기 싫었구나? 그런데 말이야 산타영감 나 잘못 건드린것 같다? 사람들이 왜 나를 악성이라고 부르는지 알려줄까?
베토벤=아 그런데 목마르지? 일단 음료수라도 한잔해! 레드 와인 좋아해? 난 무지 좋아해 마치 붉은 피 색깔 같아서 몹시 흥분되거든! 크하하하
참 맛있지? 많이 마셔두라고~ 비싼거니까.
으으윽 내가 잘못했어 제발 살려줘! 한 번만 봐줘! 원하는 소원 하나 들어줄께! 날 죽일셈이야?
베토벤=이런이런 내가 당신을 죽이면 전세계 사람들이 몇 년간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겠지? 많이 슬플거야. 죽이진 않을 테니까 내년부터는 나한테도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보내줄 수 있어? 어렵지 않지?
산타=네 그렇게 할테니까 제발 여기서 내보내주세요 무서워요!
(1826년 12월)
어휴 어째 올해는 이 도시가 사고 없이 조용하고 평화롭다 했더니!- 처음 만났을때는 아주 건장하고 당당했던 음악가. 그가 병들어 의식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타깝다. 며칠간 그의 병간호를 해주다 보니 정이라도 든걸까.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작은 선물을 두고 갔다.
산타= 편히 쉬거라 위대한 음악가여,훗날 하늘나라에서는 늘 웃으며 지낼수 있기를 바란단다.
잠든 음악가가 웃었다. 웃는 미소가 매우 아름다웠다.
아주 오래 잔 것 같은데.... 눈 앞에 놓인 선물들. 산타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건 다 뭐지?
루트비히의 고민= 내 나이 55살, 와인과 크리스마스 카드는 그렇다 치고 저 커다란 곰인형을 선물받은 걸 친구들에게 자랑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훗날 사람들이 인형을 보면 보면 날 놀려대겠지?....
선생님 서리 클레멘트란 분이 라임 12병을 추가로 보냈는데.... 아는 사람이세요?
베토벤= 그래 아주 잘 아는 사람이지.... 그런데 내가 저 술을 다 마시지는 못할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혹시 내가 죽으면 내 시체랑 무덤 위에 남은 술을 모두 부어줄 수 있겠나?
(산타와 악마)-번외편
어휴....더는 못견디겠어! 내가 수백년동안 일한면서 저런 지독한 인간은 처음본다니까? 메피스토 혹시 베토벤이란 인간을 혼내줄 수 있겠나? 아주 따끔하게 말일세!
메피스토=베토벤 이라고? 포기해 안 돼 그인간은. 악마도 포기한 인간인데 당신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수 많은 악마들이 열정적이고 파괴적인 선율에 반해 그의 영혼을 매우 탐냈지. 트릭스터 로키, 고대 북유럽의 악신이자 악마들의 책사. 그는 그와 계약을 맺고 훗날 베토벤이 죽었을 때 영혼을 거둬오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 그에게 접근했다네.
로키= 저 베토벤? 저는 당신의 음악에 반한 신의 사자입니다. 저와 계약을 맺어주시면 저는 당신에게 그 어느 누구도 영원히 흉내낼 수 없는 마법 능력이 담긴 피아노 연주실력을 주고 원하신다면 당신을 음악의 정령으로 만들어 불로불사를 줄 수도 있습니다만?
베토벤=꺼져 왜 남의 꿈속에 침입해서 X랄이야 이xx@#$%
산타=그래서 로키 씨는 어떻게 되었어요? 무사하겠죠?....악마니까?
메피스토= 하.... 그의 욕설을 듣고오더니 단단히 미쳐버렸어! 눈이 풀려있고 얼굴에 멍든채로 오더니 지옥에서 찬송가를 불러대지 뭔가! 그 뒤로는 다시는 베토벤에게 안 간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네.
(200년 후 심즈세계 크리스마스)
베토벤= 어? 또 만났네? 반갑다 산타 영감! 선물 줘야지?
산타= 흥! 선물이 다 떨어져서 못 준다면?
베토벤= 그 불룩한 자루 뒤져서 선물 나오면 갯수당 주먹 10대씩인건 알지?
산타= 줄께요 줄께 으흐흐흑....
첫번째 크리스마스 편과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