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쇼크를 딛고 회복세를 보였다.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 하나가 한국시장 전체를 떠들석하게 만든 것을 보고 일견 우리증시가 매우 효율적 시장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을 새삼 실감했고 이벤트성 재료에 따라 주식시장의 왜곡이 심한 현실이 다소 안타까웠다.
요즘 주식시장의 물살은 너무 빠르다.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 확대와 파생상품 연계 매매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투자심리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경제를 보고 시황을 판단하기 보다는 주가가 올라야 경제를 낙관하고 반대로 주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금방 세상을 비관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또한 한 가지 경제현상을 너무 부분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없지않은 듯하다. 원화가치의 상승을 수출관련주의 경쟁력 약화라는 한 방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해외자본의 안정된 유입과 세계자본의 분산조정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이번 기회에 5-10%의 원화절상도 이기지 못하는 가짜 우량주를 골라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반도체 D램 가격도 단기변동성이 심한 현물시장의 등락에 너무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 BB율(주문 출하비율)의 추세와 개인용 컴퓨터의 수요를 유발할 가계소득과 기업수익,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물가와 고용사정, 기업 생산성의 개선도 등 근원적이고 독립 변수적인 요소에 판단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본다.
시황 혼돈스러울 때 종목중심 접근 유익.....................
우리는 요즘처럼 경기 혼돈기일수록 주식시장의 판단기준을 단순화할 것을 권유한다. 동서고금 만고불변의 법칙은 기업실적이 좋아져야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이다. 우리기업의 경우 지금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고 그 이익의 질이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을 만하다.
금년도 우리나라 상위 100개기업의 주당순이익은 지난해의 약 3배에 이르며 일반적 컨센서스로는 내년에도 약 20%의 개선이 예상된다. 우리의 가장 합리적인 행동은 현재 주가수준이 이 정도의 기업가치를 어느 정도나 반영한 상태인가 하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수익증가를 방해할만한 요인은 어떤 것이며 확률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 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우리는 향후 원화가치는 다소 올라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재고는 줄어 매출단가는 오르고 해외수요는 증가함에 따라 원화절상이 근본적인 악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특히 향후 2-3년간의 IT경기는 과거처럼 미국 일변도의 모습이 아니라, 금년을 고비로 서서히 공급과잉의 후유증 에서 벗어나는 미국과 신규수요가 폭증하는 중국이 함께 이끄는 쌍끌이 경기로 보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지금 근대화된 설비에서 생산되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적절한 마진으로 잘 팔고 있다. 95년에 비해 20% 이상 떨어진 노동비용과 한 자릿수로 떨어진 이자율로 두자리 수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 산업의 정통적인 비수기라 할 수 있는 이번 분기에 대표적인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이 일정 기대 이상의 수익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돼 당분간 증시는 긍정적이다.
보수적 기준으로도 저평가된 종목 많아........................
전통이 오래된 많은 외국의 펀드운용 회사들의 철학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 중의 하나가 종목을 중심(bottom-up)으로 한 투자이다. 시장을 판단해서 주식을 맞춘다는 것은 확률적 으로 어렵다는 것이 종목 주위자들의 신념이다.
철저한 종목가치 분석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길게 투자하는 것이 나중에 지나보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 아직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제는 점차 종목중심의 투자에 익숙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자율이 불안정하고 기업이 주주들에게 못 믿을 짓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고 기업실적이 해마다 들쭉날쭉하게 변하는 환경에서 주가는 냄비처럼 끓어 올랐다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하루 아침에 우리증시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기는 어렵지만 기업들이 무분별한 투자에 의존해 수익을 챙기는 시대에서 지금은 규모 있는 투자와 생산성 개선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만큼, 증시에 대한 접근방식도 분명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천재투자가 워렌버펫의 말대로 기업 가치평가에 쓰이는 기본가정을 가장 보수적으로 한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주식을 고른다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