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짭짤한 연말정산 챙기기

[최해영]

‘유리 지갑’ 봉급 생활자라면 각종 영수증과 납입 증명서들을 털고 또 털어야 할 때가 왔다.
어떤 항목이 바뀌었는지 숙지를 하기도 전에 바뀌고 또 바뀌는 대한민국 세법 덕분에 해마다 연말 정산은 귀찮고도 골치 아픈 ‘숙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귀찮다고 신고조차 하지 않으면 ‘남 좋은 일’ 시키고 마는 경우가 생기므로 요즘 같은 불경기에 환급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사실 ‘세테크’의 귀재라면 연초부터 꼼꼼한 계획을 세우거나 그렇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하반기에는 집중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지만 그것도 이미 늦었다면 지금부터 ‘달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D-30, 12월 한 달 동안 우리 가계의 하이라이트 연말 정산, 최소한 추징당하는 불상사(?)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알아보고 또 챙겨보자.

올 연말 정산 무엇이 바뀌었나

1 축소된 신용카드 공제액
총 급여의 10%를 초과한 금액의 20%이던 것이 15%를 초과한 20%로 혜택이 줄어든다(현금 영수증 사용분과의 합산). 따라서 부부가 모두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둘 중에 봉급 수준이 높은 사람의 카드로 몰아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누진율 적용). 단, 신용카드로 지불 가능한 의료비나 자녀 교육비의 경우, 선택 공제에 해당하므로 연간 총 카드 사용 금액을 감안해 저소득 배우자가 부담하는 것이 가계의 총 공제액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분담해서 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수술비로 1000만원이 청구됐다면 부부가 각각 500만원씩 카드로 분납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2 챙길수록 유리한 현금 영수증
올해 처음 시행된 현금 영수증은 신용카드 도입 초기에 비하면 그 사용 정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추세다. 그런데 이 영수증은 본인이 신경 써서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연말에 카드사에서 알아서 우송해주지만 현금 영수증은 지불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매번 등록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지출이기 때문. 따라서 휴대폰 번호건 신용카드 번호건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신분 인식 정보)로 미리 등록을 해둬야 한다. 영수증 종이는 모아놓을 필요가 없다는 말. 최근 국세청에서는 현금 영수증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가족 수대로 발급이 가능한데 신청은 국세청 홈페이지(www.taxsave.go.kr 또는 검색창에 ‘현금 영수증’이라고 치면 바로 연결됨)에서 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는 현금 영수증 카드를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더욱 안전하겠다.

3 폐지된 의료비 공제 한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지불한 의료비를 카드 소득 공제와 의료비 공제 등 이중으로 혜택 받을 수 없게 됐다. 본인 한도는 없어지고 기타 가족에 대한 공제액은 최대 500만원까지다. 의료비 총 지출액이 총 급여의 3%를 초과할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했더라도 카드 소득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총 급여의 3% 미만이어서 의료비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소득자의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한 의료비에 대한 카드 소득 공제는 가능하다. 1만원 이하의 소액 의료비라면 현금 영수증을 받아두는 것도 지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내용은 장애인 공제 규정.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장애인 등록증이 없더라도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중병 환자(암, 중풍, 만성 신부전증, 백혈병 등)는 세법상 장애인으로 분류돼 나이에 상관없이 추가 공제 200만원과 기본 공제 1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병원에서 장애인 증명서를 미리 받아두면 의료비는 무제한 공제된다.

4 결혼·이사·장례식 등 특별공제 대상에
연봉이 2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2005년에 치른 결혼식이나 이사, 장례식에 대해 각각 100만원씩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만일 신용카드로 비용을 결제했다면 카드 결제에 대한 공제 혜택도 가능하다.

5 자녀 학원비 지로 납부금 공제
유치원 등 영·유아 교육비는 연 200만원까지, 150만원까지이던 장애인 특수교육비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다. 부양 가족인 대학생의 교육비는 1인당 연 700만원까지이며 초·중·고는 200만원, 본인의 교육비(대학원 포함)는 제한이 없다. 올 연말 정산에서는 지로로 납부한 자녀 학원비 공제 혜택이 추가됐다. 단,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수업’ 등의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교육 기관에서 발급하는 영수증이어야 그 대상이 된다.

6 서두를수록 유리한 장기 주택마련 저축
장기 주택마련 저축은 보다 큰 혜택으로 매력적인 연말 정산 항목이다. 15.4%(주민세 포함)에 이르는 이자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고 연간 납입금의 40%인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분기당 납입 한도가 300만원으로 제한돼 있으므로 이왕 가입할 거라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 혜택은 올해까지다. 18세 이상 가구주로 무주택자나 전용 면적 25.7평 이하 1주택 소유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1주택자라도 가입 당시 기준 시가나 공시 가격이 2억원을 넘으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또한 내년부터는 모기지론 소득 공제도 사라진다.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기지론 공제를 받지 못하며 무주택자도 공시가액이 2억원 이하인 주택을 살 때만 소득 공제 대상이 된다.

여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연말 정산 Q & A
Q 내년 초에 결혼하려고 합니다. 지금 한창 혼수 준비 중입니다. 예비 신랑과 각자의 신용카드로 적절히 분담하고 있는데 공제 혜택을 미리 받을 수는 없을까요?(28·김모씨)
A 내년 초 결혼이 확정되었다면 12월 31일 이전에 혼인신고를 미리 하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이므로 내년 1월 연말 정산에서 배우자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현재 혼수용품을 마련하고 계시다면 두 분 가운데 봉급이 높은 쪽의 신용카드로 결제하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누진율이 적용되므로 공제액이 더 두둑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단, 12월 신용카드 사용분은 2006년 연말 정산에 해당하므로 이왕이면 서두르시는 게 좋겠네요.

Q 교회 기부금도 공제 대상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십일조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32·정모씨)
A 예, 교회에 내는 십일조를 포함해 각종 기부금, 절에서의 헌금 등 모두 공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니시는 교회나 절에 영수증 발부를 신청하시고 내역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단, 기부금 내역서와 관련해 그간 위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 관계로 조건이 보다 까다로워졌는데요, 영수증을 발행한 종교 단체에 관련 서류가 5년 이상 보관돼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된 점입니다. 참고로 부양 대상인 부모님이 기부금을 내실 때 실제 세금 납세자의 이름으로 통일한다면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Q 프리랜서로 몇몇 회사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월 일정 급여가 없어 근로소득세 공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들어오는 소득에는 원천 징수가 돼 있습니다. 이 경우엔 어떻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또 프리랜서의 경우에도 현금 영수증을 일일이 챙겨야 하나요?(30·이모씨)
A 말씀하신 것처럼 근로소득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연말 정산 시 일을 하신 각 회사에서 지난 1년간의 수입 명세서를 발급 받으시고 소득 신고를 하시면 됩니다. 프리랜서의 경우, 수입의 3.3% 정도가 원천 징수되므로 소득 수준을 고려해 환급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현금 영수증에 관련해서는 애석하게도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네요. 원천적으로 급여 생활자를 위한 세법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Q 아버지께서 이혼을 하신 뒤 재혼을 하셨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새어머니도 부양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30·한모씨)
A 예, 가능합니다. 직계 존비속을 포함해 계부와 계모, 양자와 양녀까지 세법의 적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재혼 시 새 배우자의 자녀 또한 양자와 양녀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Q 3남매의 둘째입니다. 저희는 모두 결혼해서 도시로 나와 살고 있지만 노부모님은 아직 시골에 살고 계신데 이 경우 부양 가족 공제 혜택은 장남만 받을 수 있습니까?(35·윤모씨)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 부양에 드는 비용은 상식적으로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닙니다. 따라서 3남매 가운데 한 분만이 자녀임을 증명하시고 공제 혜택을 받으시면 됩니다. 단, 혜택의 폭을 키우시려면 3남매 가운데 소득 수준이 제일 높은 분으로 몰아주시는 것이 좋겠네요.

   취재 : 장헌주 도움말 : 김상문, 신방수   자료출처: 여성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