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식 짬봉이라니.. 지금 것들과의 차이를 모르는 연령층의 분들께는 실감나지 않는 표현이겠습니다만 옛날 맛을 아는 분들로서는 그리움과 아쉬움의 대상이죠.
현재의 짬뽕(일반 중국식당 기준)은 심하게 형편 없어진 맛으로서 닭육수에 채소와 냉동오징어 부스러기를 넣어 끓인 국물을 주문 받을 때 마다 면에 부어 내는게 일반적인데 옛날식과의 차이는 불맛이 없고 구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불맛이 없기는 현재의 짜장도 마찬가지죠. 볶는다기 보다는 끓여내듯 잔뜩 만들어 뒀다 내는 것이니..
제대로 된 짬뽕과 짜장은 주문시 마다 만들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고온에서 재료들을 라드에 볶아 고소한 기름맛과 불맛이 살아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 기본을 무시하고는 미리 잔뜩 끓여 놨다가 퍼주다 보니 재료는 뭉그러지고 불맛 따위는 나지도 않으며 식물성 식용유의 사용으로 특유의 구수함도 간곳이 없어지게 된게 현재의 짬뽕이며 짜장입니다.
라드(lard)는 돼지지방을 용출/정제해낸 고형의 제품으로 쇼트닝과 흡사한 모양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쇼트닝이 식물성기름을 경화시킨 것이라는게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입니다. 라드가 비싸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며 동물성 기름을 멀리하려는 경향으로 중국집 주방에서 쇼트닝이나 식물성기름으로 바뀌며 본래의 구수한 맛을 잃게 된 것이죠. 조리용 기름에 대해 무관심하던 사람들의 관심도를 높이게된 결정적인 사건도 큰 영향을 줬죠. 업계 불변의 1등이었던 삼양라면을 존망의 기로로 까지 몰아 세웠고 농심을 1위로 올리는 계기가 된 공업용 우지 사건.
제가 어릴 때는 동네 중국집 근처를 지나면 주방 환풍기를 통해 풍겨 나오던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엄청나게 자극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향이 나질 않는 것이 바로 라드의 사용을 않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짜장/군만두/탕수육 등도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한 후 예전의 맛을 잃고..
라드 사용은 중국요리에 국한된게 아닌 범 세계적입니다. 유럽음식에도 적잖이 들어가고 멕시코 음식에 빠트릴 수 없는 또르띠야(밀전병)의 반죽에도 들어가서 고소한 맛을 더해주죠.
중국집 짬뽕의 재료를 볶을 때 라드를 쓰거나 돼지고기 채 썬 것을 함께 볶아줘서 그 고소함이 높아지고 국물의 구수함도 더해줘야 바로 진짜 옛날 짬뽕이 되는 것입니다. 식용유에 볶고 미리 잔뜩 끓여둬서 채소가 다 뭉그러지고 쿰쿰한 냉동오징어부스러기 맛 밖에는 나지 않는 현재의 일반 짬뽕들과는 다른..
서울은 90년대에 들어서며 동네 중국집의 숫자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질/맛 경쟁이 아닌 저가경쟁에 올인한 이유로 맛이 심하게 나빠졌습니다. 그런 결과물이 군만두/짜장/짬뽕/탕수육 등에 가장 큰 영향을 줘서 전국에서 제일 나쁜 수준을 보여주죠만 지방의 경우는 낮은 인구밀도와 적은 인구수로 인해 애초부터 과당경쟁이 불가능하다 보니 중국식당들이 예전의 맛과 질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집이 보입니다.
그런 곳들 중 근래들어 꽤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식당입니다.
오산 아래의 송탄에 있습니다.
식사시간 즈음과 주말에 가면 꽤나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당황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 날은 비가 오고 시간도 어중간해 놔서 제 앞에 세 팀만 대기 중.
라이벌 관계이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위해 뭉쳐 다니시죠. 혼자서는 흥행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증거도 되겠고..
요리 샘플도 전시되어 있지만 글자 그대로 그림의 떡입니다. 주문하려 하면 '지금은 바빠서 안된다'는 답변을 들을 확률이 매우 높기게...
이 것도 복고풍^^;;
합석도 각오해야 합니다. 분위기며 서비스 따지는 분들은 가면 안되죠.
이 집서 처음 먹어 보는 군만두.
생긴 것만으로는 평범한 저급 공장제 군만두로 보여지고 기름을 자주 걸러주거나 갈지 않아 생긴 검뎅이도 있어 기대감 없이 먹어 봤는데..
아.. 이거 물건입니다. 짬뽕이 2,500원인 집에서 무슨 배짱으로 사천원씩 받고 파는 군만두인가 했더니... 돈 값 확실히 합니다.
예전의 야끼만두맛 기억하는 분들께는 더욱 만족도가 높을 것 같군요.
퍽퍽하지 않고 부추 함량이 높은 소와 쫄깃바삭한 피가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뚝딱!!! 군만두매니아들께는 Must Eat Menu입니다. 소도시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만나는 군만두로는 지존급. 기름만 좀 더 자주 갈면 더욱 추천해 드리고는 싶은데..
간짜장. 저는 일반짜장 보다 간짜장을 좋아합니다.
불맛과 고소함을 좋아하지만 일반짜장은 볶는다기 보다는 끓여 만들기에 불맛도 없고 고소하지도 않죠. 단맛으로나 먹는.. 그래서 짬뽕도 가급적 삼선짬뽕류를 즐깁니다. 재료가 더 좋아서라기 보다는 일반짬뽕이 잔뜩 끓여 둔 것을 퍼서 주기에 불맛이 없고 재료도 죄 뭉그러져 있지만 삼선은 주문시 마다 만들어 그렇질 않으니..
배달에 목숨 거는 서울의 중국집들과는 달리 그런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보니 면발반죽에 명반을 적게 써서는 부담스러운 탄력이나 잡내가 적어 좋습니다. 이런 것도 옛날식이죠. 요즈음의 쫄면스러운 면발과는 다른.. 엣날 중국집 국수들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퉁퉁 불어서 젓가락질이 힘들었지만 요즈음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기술이 좋아져서가 아닌 화학첨가물 때문. 쫄깃한 면발 너무 좋아하면 건강 나빠집니다.
구수하니 맛있네요.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찔깃하지 않은 면발도 마음에 들고..
문제의 짬뽕.
재료는 동네 중국집과 별 차이 없이 허접하지만(가격을 생각해서는 허접하단 표현은 적당치 않죠.)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이 채 썰어 볶아 준 돼지고기.
별 것 아닌 돼지고기의 첨가가 식물성식용유와 냉동 저급오징어 부스러기로 내서 쿰쿰한 맛 밖에는 없는 일반 짬뽕들의 국물과의 차이를 벌이는 주인공이죠. 그러며 해산물과 채소로만 내는 국물에다 구수함의 깊이감을 더해주는 것입니다.
옛날의 중국집 짬뽕들은 다 이렇게 냈습니다만 현재는 않기에 맛이 옛날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용산 삼각지의 명화원이라는 하름한 중국집이 명성을 얻게 된 원인도 바로 이 돼지고기입니다.
이 집의 짬뽕이 추앙 받는다는게 그 만큼 우리나라 중국집들의 수준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죠. 이 집의 짬뽕. 높은 공력을 갖고 있는게 아닙니다. 옛날의 그 흔한 맛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흔한 맛이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아 대접을 받는 상황으로 된 어이없는 경우죠. 성적이 반에서 중간 가던 학생이었지만 다른 학생들이 다 최저로 떨어지니 자동으로 우등생이 된 케이스라고 비유를 할까요..
뭐 그런 사연과는 관계 없이 현재의 중국집 짬봉들 수준으,ㄹ 고려해 볼때는 확실히 우수한 맛입니다. 면발은 평범하지만 국물이 확실하죠. 특히나 이천오백원이라는 아름다운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매혹적인...
면발을 남겨도 국물은 남겨서는 안됩니다.
탕수육도 먹을만 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짱뽕에 비해서는 약하니 필수주문 메뉴 아닙니다.
바로 옆에는 이런 곳이 있으니 길찾기에 사용 하시길..
Good : 이천오백원에 만나는 그리운 옛맛. 가격대비만족도 최강의 짬뽕!! Bad : 긴 대기줄. 어수선하고 깔끔치 못한 환경. Don't miss : 군만두의 매력. Me? : 서해안 놀러갔다의 저녁 귀경길 교통체증 때 간단한 식사로.
다시 말하지만 이런 정도가 전국적 맛집으로 등극한 중국식당들의 수준 현실에 중국음식 애호가로서 한숨이 나오죠. 삼각지 명화원도 마찬가집니다. 그 정도도 따라잡지 못하는 서울의 중국집들은 크게 반성해야만 합니다.